thebell

인더스트리

[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통신기술로 시작한 수산아이앤티, 보안 기업 '탈바꿈'①스타트업 출발, 수산 투자유치 '날개'…보안솔루션 제품 성장세 뚜렷

최현서 기자공개 2025-04-09 08:53:36

[편집자주]

해킹의 고도화로 개인정보를 비롯해 기업, 정부의 기밀 유출 위협이 커진 시절이다. 특히 이들 정보는 개인뿐 아니라 우리 경제, 안보와 직결된다. 사이버보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보안시장의 성장은 여전히 더디다. 과거 벤처 열풍을 타고 탄생한 보안기업 경우 실적이 주춤하거나 주가가 저평가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의 기술력 강화뿐만 아니라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보안기업들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7일 07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타트업은 기존에 없었던 기술이나 서비스를 바탕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그럴듯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본다. 하지만 보릿고개로 꼽히는 2~5년차를 넘기는 곳은 흔치 않다. 이면에서 지원해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있지 않는 한 버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산아이앤티(구 플러스테크)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한 곳은 수산그룹이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수산그룹 품에 안겼다. 수산그룹은 수산아이앤티가 본격적인 수익을 낼 때까지 약 10년을 믿고 기다렸다. 트래픽 분산과 분석 기술력을 키운 수산아이앤티는 국내 통신사를 고객으로 맞이하는 결실을 맺었다.

초창기 수산아이앤티의 성장 동력이 통신 기술이었다면 최근에는 보안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기존 기술을 응용하면서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 해당 사업부문의 수익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네트워크 트래픽 관리 전문 기업에서 망 보안 솔루션 특화 기업으로 이미지를 바꿔가고 있다.

◇'엔젤 투자'로 연 맺은 수산그룹, 2015년 한 지붕으로

수산아이앤티를 세운 박형배 전 대표는 1997년 안동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는 그해 대학생 SW 경진대회에서 유해정보차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우수상을 받았다. 당시 인터넷은 파란 화면에 흰 글자로 유명한 'PC통신'의 모습으로 조금씩 보편화되고 있었지만 유해정보 차단에 대한 개념은 생소했다.

박 전 대표는 악성 홈페이지 차단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시드머니였다. 벤처투자 개념도 드물던 시절이었다. 박 전 대표는 지인들의 소개로 1998년 정석현 성원산업(현 수산인더스트리) 회장을 찾아가 투자를 요청했다.

박 전 대표는 2억원을 투자받는 대신 수산인더스트리가 지분 70%를 갖고 나머지 몫을 본인이 가져가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회사의 책임감 있는 경영'을 언급하며 박 전 대표가 60%, 수산인더스트리가 40%의 지분을 갖도록 역제안했다. 그렇게 수산아이앤티의 전신 '플러스기술'이 세워졌다. 1998년 3월이었다.

플러스기술이 세워졌을 때는 IMF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수익 창출이 어려웠다. IMF 위기를 탈출한 이후에도 이렇다할 수익은 나지 않았다.

이를 이유로 박 전 대표는 2002년 경영을 내려놓고 대신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 회장이 경영자로 플러스기술을 이끌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플러스기술은 수산그룹의 일원이 됐다.

수산인더스트리는 플러스기술이 수익을 내기 시작한 시점인 2009년까지 총 12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정 회장이 수산인더스트리를 이끌었기에 가능한 결정이기도 했지만 플러스기술의 핵심 기술인 유해정보차단 기술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기술적인 발전도 급속히 이뤄졌다. 우선 초기 사업 모델이었던 유해정보차단은 이용자의 트래픽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콘텐츠를 차단하는 원리를 갖고 있다. 트래픽 분석과 필터링 기술이 유해정보차단의 기반이다. 플러스기술 매출 확대의 일등공신인 '공유단말접속관리'도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2003년 만들어졌다. 공유단말접속관리 기술은 한 인터넷 회선을 여러 단말기가 동시에 쓰는 환경을 제어한다.

2008년 무렵 통신3사와 계약을 맺으며 매출이 급증했다. 2006년 1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3년만에 7배 가량 늘어난 79억원을 기록했다. 그해 플러스기술은 첫 흑자전환(영업이익 53억원)을 이뤘다. 2016년 수산그룹의 일원임을 드러내기 위해 사명을 지금의 '수산아이앤티'로 바꾸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보안 제품 비중 역전, 발빠른 수요 대응 효과

사업 초창기 통신 기술 기반 제품으로 성장한 수산아이앤티는 2015년 들어 보안 솔루션 제품군을 핵심 먹거리로 삼아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유해사이트 '이워커(eWalker)', '이프리즘(ePrism)' 등의 제품군을 출시했다. 유해사이트 차단 솔루션을 비롯해 SSL(보안소켓계층) 복호화 솔루션 등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신규 먹거리도 근본인 유해정보차단 기술을 응용한 셈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22년 131억원이었던 보안솔루션 매출은 2023년 151억원, 작년 183억원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기존의 핵심 수익원이었던 공유단말접속관리서비스는 81억원에서 76억원으로 줄었다. 2019년까지만 해도 보안솔루션 매출(72억원)보다 공유단말접속관리서비스(86억원)보다 적었다.


수산아이앤티의 보안 매출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안 기업의 핵심 매출원인 공공기관에 제품을 공급할 때 국가정보원 CC 인증을 반드시 획득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외 제품군이 해당 인증을 획득하지 못했다. 수산아이앤티 외에 이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수산아이앤티 관계자는 "기존 제품의 버전이 올라갈수록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되는데, 생성형 AI에 대한 대책까지 갖추는 등 시장 니즈에 빠르게 맞춘 게 주효했다고 본다"며 "네트워크 보안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