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6월 21일 11: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주기업 최초로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 타이틀을 노리던 패스트퓨쳐브랜즈(FFB)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면서 상장 계획을 접었다. FFB 상장 철회 이면에는 기업의 실적 등이 과대평가된 밸류에이션 이슈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중국 '고섬' 사태 이후 외국기업 공모주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비우호적인 분위기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외국기업임을 감안해 할인률을 더 적용해야 했다는 이야기다. 결국 FFB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됐다는 분석이다.
◇ 호주 FFB 국내 의류업체 평균 PER의 2배 수준..."고평가 됐다"
FFB의 희망공모가 밴드는 1만400~1만2400원으로, 적용 PER는 8.17~9.74배다. 다수 기관투자가는 기업의 펀더멘털은 좋지만 외국기업을 감안할 때 이 가격은 다소 비싸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내 의류기업의 평균 PER가 4배 수준인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게자는 "제일모직이나 한섬 등 국내에서 잘 나가는 의류업체의 PER도 7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FFB의 8~10배 PER은 다소 높게 평가된 것 같다"고 말했다.
FFB는 코데즈컴바인, 휠라코리아, LG패션, 지엔코, 엠케이트렌드, 대현, 베이직하우스, 한섬, 에스티오 등 9개사를 유사회사로 선정해 밸류에이션을 산정했다. 휠라코리아를 제외한 8개 유사기업의 평균 PER은 10.91배로 기관투자가들이 생각한 PER와 큰 차이를 보인다.
FFB와 주관사 측은 내년 실적(2013년 6월 결산 기준)이 올해보다 더 좋아질 것이고, 호주 패션시장이 앞으로 3~4배 정도 성장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8~10배 수준의 PER는 적정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호주 현지에서 FFB가 패스트 패션 업체로서의 견고한 위치(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패스트패션 의류 시장이 커지면 FFB의 성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견고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국내 기관투자가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국내기업 수준 할인률..."외국기업 메리트 없었다"
일부 기관투자가는 FFB가 외국기업이라는 이유 만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고섬 사태 이후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 신뢰도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방증이다.
증권사 IPO 담당자는 "FFB는 외국기업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을 감안하고 상장에 나서야 했다"며 "그런데 가격마저 기업의 적정 가치보다 비싸 보이자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거나 밴드 하단 아래 가격을 써낸 기관이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FFB 밸류에이션에 적용된 PER가 국내 유사기업 대비 높은 것으로 분석된 가운데, 할인률 역시 시장의 기대치를 맞추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6월 말 결산법인인 FFB는 2011년 실적과 2012년 반기 실적을 연환산한 평균(127억2900만원)에 유사회사의 평균 PER을 적용해 1주당 평가가액을 산출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이렇게 산출된 평가가액 1만3887원에 25.11~10.71%의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이다. 이는 국내 기업이 상장할 때 평균적으로 적용하는 할인률이다.
대개 외국기업의 경우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감안해 더 높은 할인률을 적용한다. 가격메리트를 높이기 위해서다. 외국기업이 상장할 때 평균 PER가 4~5배 수준에 그치는 것은 이처럼 높은 할인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상장한 외국기업 중 유일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코라오홀딩스의 경우도 상장 당시 PER(24.3배)에 40~ 50.52% 수준의 할인률을 적용했다. 이와 비교할 때 FFB의 할인률은 '수박 겉핥기'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FFB와 주관사 측에서는 상장 후 회계나 신뢰도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 중국기업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FFB는 호주기업으로 선진 회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며 "FFB는 국내에 상장한 중국기업과 달리 기업 내실과 신뢰도가 믿을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외국기업 전반에 대한 투자 불안감과 불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기업의 경우 국내와 달리 실적과 성장성을 직접 확인할 길이 없다"며 "공모 자금으로 현지에서 어떤 사업에 투자하고,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알수가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신뢰도가 낮을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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