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8월 08일 08: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르노그룹의 계열사다. 이제 한국 자동차업체라기 보다는 프랑스 르노의 한국 계열사로 봐 달라."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의 말이다. 르노본사와 닛산의 배만 불리는 현재 수익구조에 대한 불합리함을 꼬집자 나온 얘기다.
맞는 말이다. 르노삼성은 이제 한국 자동차로 보기가 어렵다. '삼성'이란 브랜드를 달고 있지만 전략적 차원의 선택일 뿐. 단지 빌려 쓰고 있는 이름이다. 19.9%의 지분을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르노그룹의 한 일원으로서 르노삼성이 본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르노삼성의 현재 모습이 불안하게만 보이는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버렸던 사태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부담이 이곳저곳에서 엿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1999년 르노그룹은 수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삼성차를 헐값에 인수했다. '국부유출'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채권단이 르노그룹의 손을 들어준 것은 부산공장에 대한 투자 약속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껏 약속된 부산공장 증설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간 집어넣은 투자비라고는 1조7000억 원이 전부다. 공장 운영 과정에서 라인 고도화 비용 등 연간 고정비를 고려해보면 실질적인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고 계열사끼리 '윈윈(win-win)'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르노본사와 닛산에는 '승'이 되지만 정작 르노삼성에는 '패'가 되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르노삼성은 기본적으로 완성차를 만들 때 50%가 넘는 부품을 닛산으로부터 구입한다. 수출시장에서는 르노본사의 판매네트워크를 활용하기 때문에 르노그룹에서 판매수익을 모두 가져간다. 수출시장에서는 차를 팔면 팔수록 르노삼성의 손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나마 완전한 수익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자체적인 판매망을 확보한 내수시장 뿐이다. 하지만 내수에서의 성장도 르노본사는 돕지 않는다. 내수 판매율 급감에도 더 이상 독자적인 신차 개발 약속이 없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내년에는 소형 CUV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르노 차량에 르노삼성 엠블렘(상표)만 달고 나오는 차다.
이를 보면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에 인수된 후 지난 10년 동안 철저하게 본사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최근 닛산 로그(ROGUE) 차량 8만 대 위탁생산을 맡긴 것만 해도 그렇다. 이제는 르노삼성을 단순히 르노그룹의 '생산기지'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은 최근 르노그룹 수익에도 별반 도움이 못 되는 '계륵'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수시장에서 10%가 넘었던 르노삼성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4%대로 떨어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총 판매량은 1만2512대로 전년 상반기(2만4212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역시 수천억 원대 적자가 기정사실화 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걸핏하면 르노그룹의 '한국 철수설', '지분 매각설' 등이 나온다. 물론 르노그룹에서는 "철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하지만 르노삼성만을 위한 투자 약속도 없고, 적극적인 위기 타개책도 없다. 지난달 방한한 카를로스 곤 회장이 직접 "증설도 없고, 더 이상의 투자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을 정도다.
르노그룹의 최근 소극적인 태도는 여차하면 언제든지 상하이차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상정하게 한다. 최근 르노삼성의 모습이 유독 불안해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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