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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 '초고가-초저가'만 살아남는다 [2014 승부수] 해외명품·SPA브랜드로 양극화…불황에도 목표 달성 '이상無'

장소희 기자공개 2014-01-08 10:05:00

[편집자주]

의지(意志)는 역경(逆境)을 이긴다. 기업 환경은 나빠지고 실적이 악화되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5년간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외 환경에서도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장을 잡은 기업은 몰라보게 체질이 달라졌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기업에게 2014년은 도약의 한 해가 될 수 있다. 갑오년, 역동적인 말의 해를 맞아 주요 산업과 기업의 새해 승부수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4년 01월 06일 09: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완판입니다." 직장 여성 A씨는 지난 가을부터 구매를 원했던 몽클레르 파라곤을 끝내 살 수 없었다. 전형적인 한국인 체형에 속하는 A씨는 여성용 작은 사이즈를 원했지만 매장 점원으로부터 "이미 완판된지 오래됐다"는 얘기만 들었다. 200만 원이 훌쩍 넘는 초고가 패딩점퍼라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막상 살 수 없다는 통보를 듣고나니 갖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프랑스에 서식하는 거위 털만 사용해 강추위에도 끄떡없다는 구매자들의 경험담이 귓가에 맴돌았다. 집으로 돌아간 A씨는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 "최대 50% 세일합니다." 주부 B씨는 2년 전부터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브랜드를 애용하고 있다. 한창 외모에 민감한 중학생 두 아들의 옷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 좋고 자녀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직장인인 남편 옷도 SPA브랜드에서 구매한다. 여름과 겨울에 크게 정기 세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부터는 기왕이면 세일기간에 집중해서 쇼핑에 나선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도 제법 만족스러워 앞으로도 SPA 쇼핑을 계속할 생각이다.

2013년 패션업계는 여러 해 불황을 겪어왔던 덕에 '불황에도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생존방법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에서 발견됐다.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고가 명품을 찾는 소비자들과 불황에 의류비부터 줄이는 소비자들로 시장이 양극화 되면서 패션업계들도 '모 아니면 도'로 대응했다. 해외 초고가 명품브랜드 유치에 사활을 걸거나 저가격을 내세운 SPA브랜드 사업에 집중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은 2014년에도 해외 초고가 명품브랜드를 유치하는데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옛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는 삼성 에버랜드로 둥지를 옮겨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의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유통, 레저사업으로 범위를 넓힌 이랜드도 본 사업인 패션사업에서는 SPA브랜드를 중점으로 중국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 꺾일 줄 모르는 해외 브랜드 성장세...잘 나가는 브랜드 유치 '치열'

지난해 패션기업들은 내수 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 브랜드로는 수익을 거두기 힘들었다. 대신 해외브랜드의 성장세가 꺾일 줄 모르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내수 의류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해외 브랜드의 성장률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선방했다"면서 "패션업체들이 불황을 극복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외브랜드 수입에 열을 올리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한해동안 패션기업들 사이에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한 각축전이 벌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 LG패션, 한섬 등은 각기 다른 해외 브랜드 유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한편, 타사와 계약이 끝난 브랜드와 새로 계약을 맺는 과감한 행보도 보였다.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올해 '아크네스튜디오', '프로엔자 스쿨러', '로에베'의 국내 판권을 인수하며 브랜드 수를 36개까지 늘렸다. 지난 2012년에는 한섬이 보유하고 있던 '지방시'와 '셀린느'의 판권을 가져오면서 명품 패딩으로 유명한 '몽클레르', '아르마니'와 함께 매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크네 신세계본점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아크네스튜디오 신세계본점
[출처: 신세계인터내셔날]


LG패션은 '헌터', '막스마라', '이자벨마랑' 등 여성복 브랜드 위주로 수입하며 해외 유명 브랜드의 노하우를 습득하는데 중점을 뒀다. 브랜드 수입 판매의 경우 마진율이 높지 않아 수익을 내기 위해서 보다는 구색을 갖추는데 주력했다는 평가다.

한섬은 주요 수입브랜드 몇 가지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내주고 '발렌시아가' 마저 직진출을 선언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소속 브랜드 '쥬시꾸뛰르', '올라카일리' 등을 넘겨받고 '랑방', '이로' 등의 매장을 현대백화점에 열어 시너지 효과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에도 해외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망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가격에도 선뜻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패션업체들도 더 고급화된 유명 브랜드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안목도 높아졌고 구매 연령 층도 낮아지는 추세"라며 "직접구매(직구)나 병행수입이 활성화 돼 해외 수입브랜드를 통한 수익창출은 쉽지 않지만 패션기업 입장에서 이 시장을 놓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더 싸게' 초저가 SPA 공세에 토종SPA "해외로 해외로"

국내 패션기업들이 SPA브랜드 사업에 뛰어든지 올해로 6년차에 접어들었다. 이랜드가 2009년 '스파오(SPAO)'를 출시한데 이어 2010년에 여성복 SPA브랜드 '미쏘(MIXXO)'를 내놓으며 토종 SPA 시장의 서막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제일모직(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이서현 사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SPA브랜드 '에잇세컨즈(8 seconds)'가 사업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토종SPA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본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업체였던 신성통상도 올젠, 지오지아 등 브랜드사업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탑텐(TOPTEN)'이라는 SPA브랜드를 론칭했다.

토종SPA들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브랜드 론칭 당시에는 이미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SPA브랜드들이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단 이들보다 20~30%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최근에는 품질 부문도 보강하며 가두점 외에도 백화점, 대형 쇼핑몰에도 진출해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에잇세컨즈 매장사진
에잇세컨즈 슈퍼세일 행사 풍경
[자료: 삼성에버랜드]

업계에서는 2014년이 토종SPA브랜드들이 처음으로 흑자를 내는 해이자 해외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 에잇세컨즈의 경우 브랜드 출시 2년만에 1300억 원 매출액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어 올해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에잇세컨즈 유통을 맡았던 자회사 개미플러스유통을 합병하고 삼성에버랜드로 둥지를 옮겨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진출도 준비한다.

이랜드의 스파오와 미쏘는 이미 지난해 초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일본, 중국에도 진출해있어 올해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국내시장에는 유니클로의 자매브랜드 '지유(GU)'가 진출을 앞두고 있어 가격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990엔(약 1만1000원) 청바지'등 초저가 상품으로 이미 일본시장에서는 유니클로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SPA시장에서 수년째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 유니클로마저 일본에서는 GU의 가격공세를 당해내지 못했다"면서 "낮은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운 토종SPA들의 경쟁력에 심각한 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제대로 수익이 나는 SPA 특성상 해외시장을 공략하되 국내시장에서의 시장 점유 추이도 꾸준히 지켜보며 글로벌SPA에 대응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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