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좌초 위기, 신평사에 불똥튀나 손실 징후 곳곳…정평 두달만의 신용이벤트, 평가 적정성 논란 불가피
황철 기자공개 2015-07-16 09:55: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15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태위태하던 대우조선해양이 결국 좌초 직전에 놓였다. 최소 2조 원, 최대 3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영업손실 발생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채권단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등 강력한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신용평가사 역시 초긴장 상태다. 정기신용평가를 마친지 불과 두 달 만에 워크아웃 등 초대형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투기등급으로의 강등이 불가피해 진다. 이 경우 부실한 기업실사와 신용등급의 적정성을 두고 상당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대규모 손실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됐었다. 1분기 어닝 쇼크 이후에는 경고음이 더욱 커졌다. 최고경영자(CEO) 교체 후 추가적인 '빅 배스(Big Bath)'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 역시 곳곳에서 제기됐었다.
◇ 정평 한달만에 투기등급 강등 가능성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이 실적과 상관없이 빠른 속도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신평사들은 지난해 9월 대우조선해양이 나홀로 흑자 행진을 이어갈 당시에도 기존 AA-에서 A+로 강등 결정을 내렸다. 조선업 장기 불황과 해양 플랜트 등에서의 원가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신용등급 적정성 논란은 올해 초에도 있었다.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이 3500억원 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본평가를 통해 A+ 등급을 유지했다.
불과 한 달여 뒤인 4월 말 한국신용평가는 가장 먼저 정기평가에 나서 A0로 전격 강등했다. 채권 투자자로서는 회사채 인수에 나서자마자 상당한 매매·평가 손실을 입어야 했다.
5월 대우조선해양이 1분기 별도 기준 804억원의 영업적자와 16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발표하자 한기평과 NICE신평 역시 신용등급을 A0로 떨어뜨렸다. 시기로 보면 두 달도 안된 사이 등급결정을 번복한 셈이 됐다.
회사채 본평가와 정기평가 때의 기준 재무제표가 달랐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평정 과정에서 실적 전망 등에 대한 실사를 제대로 했다면 시장에 적잖은 피해를 준 단기간 내 등급 변동은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이 역시 애교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최소 2조원, 최대 3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작년까지 나홀로 흑자 행진의 이유가 안정적인 영업과 수주 때문이 아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가능성에 대한 경고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1분기 손실은 예고편일 뿐 더욱 충격적인 실적 발표가 나올 근거가 곳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삼성중공업과 달리 아직까지 해양 프로젝트 사업장의 원가율과 관련한 손실을 유일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다. 장기매출채권 부담과 함께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까지 설정될 경우 경쟁사 이상의 원가손실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무엇보다 3월말 현재 9조 250억원대에 달하는 미청구공사는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었다. 규모도 규모지만 2014년말 7조736억원에서 석달 만에 2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증가 속도가 워낙 빨랐다. 재무제표만 보더라도 위험천만한 신호를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었다.
◇ 신용등급 적정성, 부실 실사 논란 불가피
문제는 대규모 영업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의 글로벌 시장지위와 건조 능력을 감안하면 2조~3조원대의 손실은 한두 노치(notch) 등급 하향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미 현재 신용등급에 일정수준 '공정지연, 대손상각' 등의 손실 가능성이 반영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워크아웃이나 채권단 자율협약 등의 신용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워크아웃은 사실상 광의의 부도 상태인 CCC 이하로 신용등급이 강등 되는 게 일반적이다. 채권단 자율협약 역시 BB 이하 투기등급 전락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불과 두세 달 전 실시한 정기신용평가의 적정성 논란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평정 과정에서 진행하는 기업실사와 경영진 면담 등의 과정을 충실히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대규모 손실인식이나 워크아웃 등의 이벤트의 경우 신용평가사가 예상하기 어려운 돌발적 사건인 것은 맞다"라며 "실현되지 않은 손실 가능성만으로 등급을 크게 낮추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대규모 손실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징후들이 곳곳에 있었다"라며 "회사채 발행 후 얼마 안돼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신평사에 비우호적 시각 또한 팽배해진 상태여서 워크아웃 등의 결정이 날 경우 비판의 화살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