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7월 30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장사다리펀드라는 이름의 정책 자금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13년 5월이었다.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적재적소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콘셉트에 따라 성장사다리펀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성장사다리펀드의 투자 대상은 태동 단계의 기업부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기업까지 전 단계의 기업을 망라한다.성장사다리펀드가 역점을 기울이는 분야 중 하나가 재기지원이다. 재기지원펀드는 '망가진 기업'을 회생시키는 과정에서 재무적 조력자 역할을 담당하는 펀드다. 한 두 번만 자금줄에 숨통을 틔우면 얼마든지 되살아날 수 있는 기업들이 많다는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SG프라이빗에쿼티(SG PE)와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지난 2014년 첫 번째 재기지원펀드 출자사업에서 운용사로 선정됐다. 여러 중소·중견기업의 구조조정을 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 무한책임사원(GP)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550억 원 규모의 재기지원펀드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SG-케이스톤 컨소시엄은 최근 GS그룹의 방계인 코스모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재기지원펀드와 자신들이 신규로 조성한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800억 원의 자금을 코스모그룹에 공급했다. 코스모그룹은 이 자금을 토대로 계열사 간에 얽히고 설킨 차입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코스모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코스모화학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산화티타늄을 생산하는 업체다. SG-케이스톤 컨소시엄은 이산화티타늄이 사실상 모든 산업 분야에 쓰일 정도로 가치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른 계열사들의 무리한 설비투자로 인해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가 훼손되긴 했지만, 기업의 본질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SG-케이스톤 컨소시엄은 신규 자금을 수혈하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면 코스모그룹 전체가 되살아날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투자 결정은 쉬웠지만, 자금 집행이 쉽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벤처 단계의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의 정책자금이 대기업 방계 기업집단에 투입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까닭이다.
SG-케이스톤 컨소시엄은 투자에 앞서 GS와의 완전한 계열 분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코스모그룹 측에 역설했다. 결국 코스모그룹과 오너 허경수 회장은 오래 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GS그룹 계열사 지분들을 매각했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분리 승인을 얻어 냈다.
코스모그룹 구조조정은 여느 재벌 기업들처럼 채권단의 요구나 정책 금융기관의 주도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코스모그룹은 자발적 필요에 의해 민간 GP의 문을 두드렸고, 민간 GP는 오너의 사재 출연과 계열분리를 이끌어 냈다.
코스모그룹 구조조정 거래는 기업 성장 사이클의 최정점에 자리잡고 있다가, 예전의 영광을 잃어버린 기업에게도 성장사다리펀드가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코스모그룹 구조조정은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새 자금이 투입된 지금이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머지 않아 그 성과가 코스모그룹의 체질 개선과 SG-케이스톤의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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