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악조건 속 대규모 조달..2016년도 이어갈까 회사채 7050억, 수요예측은 흥행…발행여건 악화,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
신민규 기자공개 2015-12-17 09:30:00
이 기사는 2015년 12월 15일 1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최악의 조선업황 속에서도 회사채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회사채 발행 때마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내년 도래하는 회사채 만기물량은 없지만 조 단위 영업손실로 인한 자금조달 수요가 여전히 높다. 반대로 조달여건은 A+급으로 역대 가장 암울한 상황이다. 실적 변동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향후 회사채 등 시장성 조달에 제약을 받게 되면 그간 지켜온 빅 이슈어 자리가 흔들릴 위험도 크다. 조달 자체를 원활하게 성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악조건 속 장기물 오버부킹 흥행…기관 청약규모는 갈수록 감소
현대중공업은 올해 7050억 원의 회사채를 찍었다. 지난 3월과 7월 각각 3000억 원, 405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딜을 이어갔다. 비금융 일반기업 중 아홉번째로 큰 규모의 조달량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지난 7월 회사채 수요예측 직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영업손실 가능성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오버부킹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신용등급은 AA-로 지난 3월 발행 때(AA)보다 낮았지만 흥행을 이어갔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신뢰가 아직 남아있다는 증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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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2년물 800억 원, 3년물 1500억 원, 5년물 700억 원 등 총 300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에 나서 2년물 500억 원, 3년물 2350억 원, 5년물 900억 원 등 3750억 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우려했던 5년물 자금모집에서도 기대이상의 금액이 몰렸다.
자금조달이 급했던 현대중공업은 당초 발행하기로 했던 3000억 원을 만기상환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증액발행한 1050억 원을 모두 운영자금으로 끌어썼다.
두 차례의 회사채 발행 외에도 자금조달은 숨가쁘게 이뤄졌다. 지난 3월에는 자사주 처분으로 1566억 원을 조달했다. 지난 6월에는 현대상선 보유지분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2억 2169만 달러(약 2513억 원)를 챙겼다.
모집자금은 기업어음 등 단기자금을 상환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어음 잔액은 지난해 9500억 원 수준에서 지난 3분기말 3500억 원으로 줄었다. 신용위험의 핵심 중 하나였던 조달 단기화의 우려를 일정부분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 A+급 발행, 빅 이슈어 자리 '흔들'
그러나 투자가의 믿음은 절망으로 돌아왔다. 올해 현대중공업의 회사채 조달은 AA급 위치에서의 마지막 발행이었다.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은 불과 1년여 만에 국내 대표기업이나 오를 수 있는 AA+ 등급에서 3노치나 떨어졌다. A+등급에 '부정적' 전망까지 달려있다. 투자자로서는 적잖은 매매·평가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부진한 영업현금창출력과 수주환경 등을 감안하면 향후 자금조달 여건이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연결 기준 89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간 누적 손실만 1조2610억원에 달한다. 2014년 4분기 이후 8분기 연속 적자다. 지난해 무려 3조2495억원의 손실을 반영하고도 더욱 심각한 형태로 부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3분기 결산을 마친 시점에 발생한 시추설비 계약 취소는 위축된 수주환경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2건의 계약 취소로 입은 영업손실만 2192억원에 달한다. 해양 프로젝트 원가 변동에 수주 취소까지 리스크 요인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 수주감소와 결제방식의 헤비테일화 심화로 영업현금흐름은 꼬일 대로 꼬였다. 현대중공업의 영업현금흐름(NCF)은 9월말 기준 -1조2148억 원을 나타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2조2226억 원을 넘었다.
올해 자산매각, 인력 구조조정, 비용절감 등 전방위 자구 노력을 기울였지만 사실상 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추가 부실은 없다는 약속에 금이 가면서 무너진 평판이 자금조달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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