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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용선료 인하'가 답인가 [thebell desk]

길진홍 산업부 차장공개 2016-02-05 08:59:00

이 기사는 2016년 02월 04일 09: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용선료를 인하하라"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에 도움을 청한 현대상선에 주어진 과제다. 수년간 업황 부진에 따른 자금난으로 앞날이 막막한 가운데 또다시 난제를 만났다. 고가의 선박 임대료로 자금이 새 나가면, 유동성 지원이 무의미한 만큼 먼저 이를 해결하라는 게 채권단 주문이다.

현대상선이 운항 중인 컨테이너선은 모두 56척이다. 전체 선박의 70%가 7000TEU 미만이다. 벌크선을 더하면 모두 130여 척으로 연간 1조 원 이상의 용선료가 투입된다. 일부는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인 ‘G6(현대상선·APL·MOL·하팍로이드·NYK·OOCL)'에서 공유하는 용선이다.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확보했다. 대부분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맺어졌다.

이 가운데 해운업황이 정점을 찍던 2009년을 전후해 독자적으로 확보한 배들이 악성으로 분류된다. 당시 중국을 중심으로 해운물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고가의 용선계약을 맺었다. 용선료 인하는 이 때 계약을 맺은 선주들을 설득하느냐 여부에 달렸다.

현대상선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3개월. 그 안에 어떻게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컨테이너선은 일반적으로 복잡한 용선 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이 빌린 배를 다시 빌려준다. 하나의 선박에 수십 건의 용선계약이 맺어져 있다. 배 한 척의 용선료를 깎기 위해서는 체인에 묶인 이해 관계자들을 모두 설득해야 한다. 법정관리 중에 용선료를 인하한 STX팬오션과 대한해운도 용선료 인하에 애를 먹었다. 당시 내로라하는 국제금융 변호사들이 달려들었으나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현대상선이 기댈 수 있는 파트너로 영국 선주사인 조디악(Zodiac)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 역시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단기간 내 과도한 용선료 인하 요구는 기업 활동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선사는 선박 운임료로 먹고 산다.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배를 빌리거나, 직접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용선이 불가피한 가운데, 과도한 계약 변경 요구는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게다가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와 병행해 현대증권 등 자산 매각을 동시에 추진해야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채권단이 참여하는 자율협약은 기업의 경영 정상화에 목적이 있다.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봉착한 한계기업이 제자리를 찾으면 자연스레 투입비용도 회수할 수 있다. 이는 또 투자자들의 혼란을 막고, 공적 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임무 완수가 불가능한 미션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은 자율협약 취지와도 맞지 않다.

채권단 스스로 '조건부 자율협약' 명분을 찾기 위해서는 더욱 합리적이며,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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