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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된 한화건설 김포 풍무 유로메트로 [thebell note]

고설봉 기자공개 2016-04-18 08:13:47

이 기사는 2016년 04월 12일 08: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말 오후. 치킨 한 마리를 시킨다. 다리 두 조각, 날개 두 조각은 내 몫이다. 아내는 닭갈비 네 조각을 먹는다. 이내 닭 가슴살 두 조각이 남는다. 치킨집에서 덤으로 넣어 준 330m 콜라 한 캔을 나눠 마시는 것으로 식사는 끝난다.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 유비와 한중 땅을 두고 싸우면서 진퇴를 놓고 고심하던 조조는 늦은 밤 암호를 정하려고 찾아온 부하에게 '계륵'이란 말을 남겼다. 이후 조조의 군대는 후퇴했지만 '계륵'이란 말은 남아 지금까지 고사성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계륵'은 '닭의 갈비'라는 뜻이다.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쓰인다. 대게는 무언가 아쉬운, 그래서 하기도 그렇고, 안 하기도 뭐한 상황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한화건설의 김포 풍무 한화유로메트로(이하 한화유로메트로) 아파트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전환이 무산됐다. 2014년 완공된 이 아파트는 1810세대 중 단 13세대만 분양에 성공했다. 한화건설은 대거 미분양이 발생한 이 아파트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전세상품으로 시중에 내놓았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2016년 2월. 한화건설은 한화유로메트로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분양전환이 최우선순위였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다시 전세상품 연장을 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컸다.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뉴스테이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잘 돼지 않았다. 한화건설 내부에서는 한화유로메트로를 놓고 '계륵'이란 말이 나온다.

한화건설은 2011년 10월 한화유로메트로를 착공했다. 시행사로부터 지급받기로 한 공사비용은 2874억 원이었다. 그러나 공사가 마무리 되고, 전세상품으로 시중에 내놓은지 2년이 지난 올해도 한화건설은 이 공사비를 다 받지 못했다. 대부분 매출채권으로 쌓아놓고 있다.

한화건설이 한화유로메트로 시행사에 대여해준 대여금이 2798억 원 수준이다. 아직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한화유로메트로를 시중에 전세상품으로 내놓는 과정에서 한화건설은 HUG 모기지론 PF 대출잔액 2207억 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다. 자칫 우발채무로 번져 한화건설의 재무건전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화건설은 한화유로베트로 2차 801세대에 대한 분양도 미루고 있다. 2010년 12월 사업승인이 완료됐지만 아직까지 아파트 분양 시기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수도권 분양시장의 전반적 침체로 분양시기를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뜻 한화건설의 한화유로메트로는 실패작처럼 보인다.

그러나 '계륵'은 늘 양면성이 있다. '큰 쓸모나 이익이 없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는' 것이 '계륵'이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다양화 될수록 옛 말도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닭의 갈비'를 좋아하는 사람도 더러 존재하는 것처럼 쓸모도 달라질 수 있다.

최근 한화건설 내부에서는 한화유로메트로의 전세상품 연장을 논의하면서 일부 월세를 받는 반전세 상품 도입을 고심하고 있다. 지금의 전세(보증금)를 유지하면서 시세가 오른 만큼의 차액을 월세(현금)로 받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한화유로메트로의 분양전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뉴스테이 전환도 한화건설에게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일이었다. 한화유로메트로를 뉴스테이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2207억 원 수준의 전세금을 반환해 줘야 한다. 또 한화건설이 뉴스테이 리츠 설립을 주도한다면 지분 출자를 피할 수 없다. 한화유로메트로 시행사인 클라쎄빌이 책정한 총 1조 937억 원의 분양대금이 뉴스테이 리츠 설립을 위한 비용으로 추산된다.

흔히 위기를 기회로, 실패를 성공의 발판으로 만드는 것이 사업이고, 경영자의 능력이라 말한다. 분양 참패와 뉴스테이 전환 실패라는 쓴맛을 본 한화건설이 '계륵'이 된 한화유로메트로를 발판으로 주택 임대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다행인지 최근 주택시장에 부는 '월세바람'이 한 계절 불고 마는 하늬바람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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