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조양호 회장 '사재출연' 면제하나 "한진해운 실질 대주주는 대한항공, 자금지원 요청 한계"
길진홍 기자공개 2016-04-26 08:01:03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5일 20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해운이 채권단으로부터 자율협약 보완 요청을 받은 가운데 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이 사실상 면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25일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이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법적으로 대주주가 아닌 조양호 회장에게 사재출연을 강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그 동안 한진해운에 수 조원의 자금을 투입했고, 조 회장의 경우 대주주 경영책임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산업은행이 사실상 조 회장에 대한 사재출연 기대를 접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 동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한진해운에게 채무재조정 논의 기간 중 일시적인 부족 자금에 대한 해소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말 조 회장과 면담 당시에도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를 조 회장에 대한 우회적인 사재출연 압박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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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채무재조정 등 경영 정상화를 수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4개월이다. 이 기간 동안 유류비 등으로 수천억 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유동성이 고갈된 한진해운은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어야 한다. 터미널 유동화, 상표권 매각 등을 통해 긴급자금을 조달할 방침이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부족자금이 발생할 경우 누군가 도움을 줘야 한다.
대한항공은 그러나 한진해운 경영 참여 후 그룹 계열사와 함께 2조 1000억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으며 더는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대주주인 대한항공의 지원 노력을 인정했다. 대한항공의 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추가 지원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자금 지원을 강제할 장치가 없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지분 33.2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조 회장은 그러나 한진해운 주식을 1주도 갖고 있지 않다. 대신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 지분 17.83%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해운에 직접 지분이 없고, 대한항공을 통해 우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주주 책임을 묻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관건은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설득, 추가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자율협약이 개시와 경영 정상화 여부"라며 "사재출연 여부는 당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산업은행이 이처럼 유연한 자세를 취하면서 조 회장은 당분간 숨통이 트일 것을 예상된다. 다만 산업은행을 제외한 부채권은행들이 불만을 제기하면서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사재출연 없이 개인 사채권자를 설득할 수 있을 지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앞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우 현대상선 자율협약 개시를 위해 경영권을 포기하고, 약 300억 원의 사재를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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