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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의원님…" 대우건설 사추위 무슨일 있었나 고성·중도이탈 '6시간 난상토론', '외부개입' 논란 여지

길진홍 기자/ 고설봉 기자공개 2016-07-14 14:53:26

이 기사는 2016년 07월 14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3일 오후 5시 서울 소공동 더 플라자호텔 5층에 마련된 비즈니스센터. 좁은 복도 사이로 적막감이 새 나왔다. 파스텔톤의 벽면과 바닥을 비추는 회색 빛 조명이 섞이면서 묘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복도 중간쯤 어디선가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2인을 가리기 위한 회의를 시작한 순간이었다. 6시간 마라톤 회의의 출발이었다. 더벨은 사추위가 열린 플라자호텔 현장에서 최종 후보자 선정 과정을 단독으로 지켜봤다.

◇사추위 마라톤 난상토론

사추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우건설 신임 사장 지원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각 후보당 3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을 비롯 원일우 전 금호산업 사장,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 강승구 전 푸르지오서비스 사장,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상임고문 등의 후보자 5인은 차례로 면접을 마치고 4시 30분께 자리를 떴다.

후보자들이 돌아간 자리는 고요했으나 안에서는 난상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벽 뒤에서 희미하게 목소리가 커졌다가 다시 잦아들었다. 6시쯤 대기 중이던 산업은행 직원이 회의실 사용 연장을 신청하고 돌아갔다. 이미 예정된 호텔 룸 사용시간을 초과했다. 후보 압축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듯했다.

10분쯤 뒤 돌연 회의실에서 한 차례 고성이 터졌다. 목소리가 외부인을 위해 마련된 공용공간까지 들릴 정도였다. 이후 7시 40분쯤 저녁 음식이 도착하면서 회의가 잠시 중단됐다. 총 9인분의 간단한 도시락 식사였다. 드문드문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날 안에는 권순직·박간·지홍기 등 대우건설 사외이사와 대주주인 산업은행 소속의 전영삼 부행장과 오진교 사모펀드2실장 등 5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플라자호텔 비즈니스센터1
<13일 대우건설 사장 후보 면접이 열린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 비즈니스센터>


◇산업은행 관계자 중도 이탈 '돌발상황'…후폭풍 가능성

밤 9시가 될 무렵 분위기는 무르익는 듯했다. 갑자기 산업은행 직원들이 사추위 부름을 받고 부산하게 움직인다. 비즈니스센터 마감시간은 10시. 그전까지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한다.

상황은 그러나 180도 돌변했다. 고성과 함께 산업은행측 참석자가 이 룸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회의실을 막 뛰쳐나온 그의 얼굴은 붉은 빛이 역력했다.

이후 뒤따라 나온 사추위원 1명이 옆방으로 그를 데려가 다독였다. 사추위 방에서 나온 산업은행측 관계자는 장시간 그 방에 머물렀다. 남은 사추위원 3명은 그 자리에서 대기했다. 한동안 회의실이 둘로 쪼개졌다. 아마도 다수의 사추위원과 이견이 갈리는 듯했다. 이때가 9시 15분이다.

상황은 더욱 긴박하게 돌아간다. 산업은행측 관계자의 돌발 행동 직후 ‘제3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곧장 안내 데스크에 사추위 회의실을 물었다. 동시에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첫 마디가 "네 의원님"이었다. 빈방에 들어가 통화를 마친 그는 곧바로 산업은행측 관계자와 함께 다른 사추위원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이후 한 동안 그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10분 뒤 회의실에서 대기 중이던 사추위원 2명이 자리를 떴다. 산은 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추위원 가운데 2명이 퇴장하고, 3명이 남은 셈이다. 그리고 외부인사 1명이 합류했다.

남은 이들은 모두 밤 11시쯤 호텔을 떠났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과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상임고문이다. 정황상 사추위원간 또는 사추위와 산업은행간 이견으로 장시간 진통을 겪은 끝에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우여곡절 끝에 후보자를 추렸으나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추위에 제3의 인물 또는 외부세력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번 인선을 놓고 대우건설 안팎에서는 정치권 관련설 등의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사추위는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는 다음주 초 선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산업은행 측은 이에 대해 회의실 이탈 등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회의가 장시간 지속되면서 쉬는 시간을 이용해 자리를 비울 수는 있다는 설명이다. 또 서로 입장이 갈린 상황에서 난상토론과 대립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3의 인물의 등장 여부에 대해서는 오픈된 공간에서 어떤 외부인이 출입했는지 일일이 알 수 없으며, 외부인이 아닌 현장에서 대기하던 일부 직원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산업은행과 대우건설 소속 직원 4명이 상주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를 지켜봤을 때 단순히 쉬기 위해 방을 옮겼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현장에 있던 직원이 5층 비즈니스센터 구조를 몰랐을 리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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