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바꾸고 '뒷문으로 빠져 나간' 대우건설 이사회 지홍기 이사 사장 추천 끝까지 반대, 현장 떠나···노조 반발 속 서둘러 가결
김장환 기자공개 2016-08-08 16:31:07
이 기사는 2016년 08월 08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지막 관문이었던 이사회마저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대우건설 본사에서 열기로 했다던 이사회가 실제 열린 곳은 대각선 바로 맞은 편 인근의 한 빌딩. 이날 이사회도 앞서 사장추천위원회 회의 현장처럼 반목과 혼선의 장이 펼쳐졌다. 이사진 중 한 명이 자리를 먼저 박차고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을 정도다.대우건설 이사진은 8일 오전 11시경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S타워 22층 베르텍스홀에서 이사회를 가졌다.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고문을 최종 사장 후보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해 놓은 이사회였다. 애초 대우건설 본사 18층 대회의실에서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노동조합원 십 수명이 오전부터 이 곳을 점거하면서 장소를 급히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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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이사회 시간에 맞춰 대우건설 이사회 멤버들이 회의실로 속속 들어섰다. 6명의 이사를 비롯해 대우건설 인사실장, 경영전략실 임원 등이 모두 모였다. 15분쯤 뒤 노조원 십 수명도 이곳에 집결했다. 입구부터 철저하게 통제된 공간이었지만 노조원들은 이사회 진행을 위해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대우건설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이사들이 모여 있는 베르텍스홀 내부까지 진입했다.
베르텍스홀 내부에는 7~8개에 달하는 작은 룸들이 별도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날 이사회에서 사용한 공간은 총 4군데. 6명의 이사회 멤버 중 사내이사인 박영식 사장과 임경택 수석부사장이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또 나머지 사외이사인 오진교 산업은행 사모펀드실장과 권순직·박간·지홍기 등 사외이사 4명은 별도의 방에 있었다. 나머지 1개 방은 직원들이 대기 중인 공간이었고, 또 나머지 하나는 이사회가 직접 열릴 곳이었다.
노조원들은 이날 박 사장 및 임 수석부사장의 동의를 얻어 이들이 머물고 있는 방에 들어가 직원들의 뜻을 직접 전달했다. 대화를 요약해보면 대략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내용들뿐이다. 노조 측은 "직원들이 박 고문의 자격미달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는 의사를 표했고, 박 사장은 "직원들의 뜻을 잘 받아들여 이사회에 직접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원은 "이사회 자체를 무산시켜달라"고 요구했지만 박 사장은 "정해진 절차를 깰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이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정해진 시간을 1시간 가량 훌쩍 넘긴 12시 경이었다. 이사회가 곧바로 열리지 않았고, 또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나뉘어 별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던 이유는 산업은행 측 이사가 나머지 사외이사들을 마지막으로 설득하기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추위원이기도 한 박간·지홍기 사외이사 등이 박 고문을 최종 후보로 올리는 데 끝까지 반대 의사를 표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측 대표로 사외이사에 포함된 오진교 실장은 이사회 당일 현장에서까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장시간에 걸친 산업은행 측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 것은 결국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지홍기 사외이사가 대우건설 직원의 안내를 받아 홀로 베르텍스홀을 서둘러 빠져 나오는 모습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12시쯤 이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불과 15분 만의 일이었다. 지 사외이사는 이사회 결과를 묻는 질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만 답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지 사외이사가 나왔을 때는 박 고문에 대한 이사회 안건이 마무리되기 전이었다.
지 사외이사가 이날 이사회를 먼저 떠난 이유는 박 고문에 반대하는 의사를 나머지 이사진들이 묵살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 있었던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 위원은 끝까지 반대 의견을 펼쳤지만 소수의견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먼저 현장을 떠났다"며 "나머지 과반수가 찬성 의견을 냈기 때문에 결국 박 고문의 사장 인선 안건은 의결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지 사외이사는 지난달 13일 사장 지원자들에 대한 면접과 최종 결정 회의가 있던 당일에도 현장을 박차고 나왔던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이후 20일 대우건설 본사에서 열린 사추위 최종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 현지에서 세미나 발표가 있어 출장을 갔기 때문에 회의에 불참한 것이라고 전했지만, 공식 일정이 이미 한참 전 잡혀 있던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해외 출국이 의구심을 샀다. 박 고문의 사장 인선에 반대해 이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지 사외이사가 떠난 뒤 속전속결로 안건을 통과시킨 이사회 멤버들은 2시 30분쯤 S타워 베르텍스홀과 연결된 비상구 뒷문으로 모두 떠났다. 회의장 앞에 모인 노조원들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출구를 선택해 서둘러 떠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를 준비한 대우건설 직원들은 "출구는 정문 쪽 하나 뿐이니 이사회가 끝난 후 이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노조원들에게 약속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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