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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감사위원제도]국민銀, 의미 퇴색하는 상임감사⑤2년째 공석, 감사부장이 역할 대행…내부통제 별 문제 없어

원충희 기자공개 2017-02-28 09:33:50

이 기사는 2017년 02월 27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상임감사위원이 공석이다. 지난 2015년 1월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이 사퇴한 뒤 감사부장이 그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 상임감사가 자리를 비운 지 2년이 넘었지만 현행 감사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 출신 낙하산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존재의미에 대해 근원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국민은행 상임감사 직책을 폐지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에게 상임감사위원은 아픈 역사가 담긴 자리다. 상임감사 자리가 공석이 된 배경에는 'KB사태'가 있다. 2015년 1월 사퇴한 정병기 전 상임감사는 KB사태의 핵심 당사자 중 한명이다. 그는 2014년 4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보고서를 작성, 이사회에 보고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금융당국에 이를 전달한 인물이다. 이는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내홍이 표면화되는 계기가 됐다.

국민은행 상임감사

윤종규 회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정 전 상임감사는 KB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민은행은 후임 상임감사 선정을 서두르지 않았다. KB사태를 촉발했던 요인 중 하나로 여겨지는 만큼 다소 껄끄럽게 생각할 수 있는 데다 또다른 관료 및 정치권 인사 등 '낙하산'이 상임감사 자리에 내려오는 것을 경계했다.

상임감사가 하던 업무는 감사위원회 규정에 따라 감사부장이 대행토록 했다. 감사부장은 상시적인 내부통제 업무는 물론 감사위원회가 열릴 때 주요안건 사전설명 등 보좌역할도 하고 있다. 대신 감사위원회는 감사부로부터 상임감사 직무대행 업무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 받고 있다. 국민은행의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상임감사위원'으로 이뤄진 다른 은행과 달리 3명의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다. 김우찬 법무법인 동헌 대표변호사, 박순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유승원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감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KB금융지주는 2015년 7월 지주회사의 감사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내부통제 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보보고 체계 역시 계열사 주요사항을 지주사 감사위원회에 직접 보고토록 했다. 윤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주사가 국민은행 감사업무를 직접 챙기는 구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상법상 감사위원회 설치회사는 상임감사위원 선임이 필수사항은 아니다"며 "현재 국민은행은 사외이사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있고 상임감사위원 업무를 감사부장이 대행, 내부통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B지주도 감사조직을 확대 개편해 계열사 주요사항을 챙기고 있다"며 "국민은행 또한 주요 보고내용은 지주 감사위원회에 직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감사위원회

한때는 국민은행의 상임감사 공백이 내부통제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은행들이 감사위원회를 설치했음에도 상임감사를 둔 이유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감사위원들이 상시적으로 업무를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외부자인 사외이사보다 내부자인 상임감사가 업무파악 및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빠르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체계는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해 지난 2015년 7월 태양광발전소 시설자금대출 부정, 2016년 2월 수출환어음 확인업무상 배임 사실을 적발하는 등 감사업무가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이다. 국민은행 감사부서 또한 정병기 상임감사 퇴임 후 감사체계에 특별한 공백이 없다고 전했다.

이러다보니 상임감사의 존재는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공석이라고 해서 내부감사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내정설 등 낙하산 논란만 불거졌다. 금융권에서 상임감사는 내부통제 업무보다 대관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정·관계에 힘 쓸 수 있는 관료, 정치권 인사를 선호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 상임감사 직책을 폐지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 금융계열사가 상임감사를 두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국민은행에도 비슷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며 "윤종규 회장은 국민은행 상임감사 자리를 폐지할 생각이 없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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