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08일 09: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시 주요 3대 지역에 소재하는 대형 오피스빌딩의 평균공실률(2001년~2017년 4월) [출처: 세빌스코리아]

물론 위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서울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이렇게 높다면 서울 외 지역에 소재한 빌딩들은 그리고 서울에서도 중, 소형 빌딩의 공실률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빌딩의 임차수요가 상대적으로 견실한 중견, 대기업들에서 발생한다면 지방에 소재한 빌딩이나 중, 소형 빌딩의 임차인은 그 지역기반의 기업이나 성장이 대기업보다 느린 중, 소형 기업들 위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는 관측들이 나타나고 한국은행에서 올해의 경제 성장률을 상향조정 한다고 발표해도 2.6~2.8% 수준이다. 4~5%대의 성장을 지속하던 2000년대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오피스 빌딩의 임차인인 기업의 활력이 예전만 못해 수요는 감소했는데 공급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당장 거대 크레인이 눈에 띄는 대형개발프로젝트 부지만 보더라도 여의도 MBC맞은편의 파크원 부지, 인사동 입구의 공평동 부지, 한전이 이전한 강남의 현대자동차사옥 부지가 있다. 곧 준공을 눈앞에 둔 여의도의 교직원공제회빌딩, 용산의 아모레퍼시픽사옥 등 언뜻 생각해도 상당수의 이름을 나열할 수 있다.

건물을 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면서 임차인을 모셔오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건물 임차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시설, 시간제로 빌려 주는 임차인 공용회의실, 호텔에서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컨시어지서비스, 건물 외벽에 회사 이름 부착을 허용하는 사이니지(signage)서비스 등에서 이제는 직접적인 할인 (임대료의 할인, 이전비용 지원 등)까지 등장했다.

임차인이 이전을 고려하면 기존건물은 혜택을 하나 추가하게 되고 그러면 이전 대상 건물은 또 하나의 혜택을 추가하게 된다. 결국 어느 정도에서는 멈추게 되겠지만 건물주가 제공할 수 있는 혜택에는 한계가 있고 건물이 지어진 후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은 건물별로 차이가 점점 없어진다.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공간을 짓는다'는 것이 되면 단순 물리적인 공간에서 시간 개념을 더하게 되고 건물을 넘어선 시간대를 함께 하는 커뮤니티로 생각해야 한다.

임차회사, 임차회사 직원, 이른바 직장인들은 어떤 곳에서 일하게 되기를 바랄까? 현재의 직장인과 5년후 10년후의 직장인은 어떤 시설과 서비스를 원할까? 건물을 설계하기 전부터 우리 건물의 대상(타겟)은 누구며 그에 따른 건물의 콘셉트는 무엇이며 콘셉트를 구현하는 디자인(설계)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고 이 설계에 따른 공간은 어떤 시설들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래서 여기에 임차하는 회사의 직원들은 과연 어떤 생활을 영위하게 될까를 미리 고민해야 한다.

'공간 만들기' 고민은 리테일 시설에서 먼저 시작됐다. 홈쇼핑, 인터넷쇼핑, 모바일쇼핑의 급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리테일 업계가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체류 시간이 길수록 소비가 증가함을 파악하면서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매장에서만 줄 수 있는 체험과 경험을 중요시 하면서 시작됐다.

쇼핑은 아무리 길게 해도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에 미치지 못한다는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그 많은 건물들 중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도 대형빌딩이든 소형빌딩이든 짓기 전에 구분 없이 충분한 고민을 해야 한다. 건물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결국은 사람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 졸업
University of Surrey 관광개발학 석사
커민스코리아 마케팅 담당
아시아 비즈 스트레티지 컨설턴트
現 세빌스코리아 리서치&컨설팅 본부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