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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오프라인 'DNA'가 따로 있다는 착각

배장호 기자공개 2017-07-17 09:30:53

이 기사는 2017년 07월 13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 혈액형 보유자를 두고 소심하다고들 한다. 내가 A형인데 스스로를 포함한 몇몇의 면면을 떠올려보니 얼추 그런 듯도 하다. 허나 때로는 "무모하다"거나 "앞뒤 안가린다"는 소릴 들을때도 더러 있다.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때면 스스로에 대해 "대체 어떤 사람인가" 헷갈리기도 한다.

사람이란 게 한 면만 가지고 살진 않을게다.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뻔하고 재미없는 인생일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그런' 일을 감행하면 우리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의외'라 호들갑 떤다. 하지만 실은 인생들이 그러한 의외의 순간들로 채워진다. 단지 우리가 자각하지 못할 뿐. 인간의 기억이나 역사는 평범한 일상보단 좀 더 특별한 '의외의 순간'들로 채워진다. 원래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되는 법이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특별한 DNA가 있다고들 한다. 사업이 잘돼 번성하면 "떡잎부터 알아봤다"하고, 망하면 "애초에 사업가적 자질이 없었다" 한다. 어떤 이에 대해서는 지휘관(boss)형, 또 어떤 이는 참모(staff)형이라 그렇다며 고개를 끄떡인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은둔자적 지휘관', '호방한 참모'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본질과 현상은 시간과 조우하면서 뒤집히기 십상이고, 그래서 때론 어느 시점의 현상이 마치 불변하는 본질인양 둔갑하기도 한다.

DNA 유형을 빌어 기업의 컬러를 규정하는 일은 기업 세계에선 꽤나 오랜 유행이다. 첨단정보기술기업이면 의례 기민하고 유연하다는 이미지를 얻는다든지, 독일 기업들이 장인정신의 DNA를 지녔다던지 하는 식이다. 국내 대기업 집단 중에도 삼성은 체계적이고 일사분란하고, 현대가(家)의 기업들은 남다른 스케일을 지녔다고들 했다.

유통산업을 언급할 때도 DNA가 자주 원용된다.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 등은 종전과 전혀 다른 혁신의 DNA로 무장, 작금의 글로벌 유통시장을 격동의 소용돌이로 내몰았다. 그 파동은 국내 유통 시장에도 작지 않은 너울을 만들었다. 글로벌 유통 공룡으로 성장한 아마존의 성공 스토리는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장 드라이브를 멈출 수 없게 한다. 시장의 의구심은 그저 혁신의 DNA를 이해할 수 없는 낡은 인자들의 소산일 뿐이다. 국내 이커머스 산업은 그렇게 2년 여간 '의구심과 오해의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대 사건이라 할 만한 소식이 전해진다. 글로벌 이커머스의 우상 아마존이 유기농 신선식품 소매업체 '홀푸드'를 137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온라인 유통 글로벌 넘버원 업체가 오프라인 유기농 소매업체를 인수한다니, 복고도 이런 복고가 없다. 아마존의 온라인 유통 성공스토리를 경외하며 뒤따르던 전 세계 이커머스 업체들로선 혼돈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아마존을 추종해 온 이커머스 기업들이 착각 속에 빠져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마존은 본업인 물건을 판매하는 리테일 사업에 가장 충실해 온 기업이었고, 이커머스는 사업의 한 방식일 뿐인데 말이다. 형식이나 방식이 본질로 둔갑하면 진정한 본질은 마치 적폐인양 취급당하기 쉽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을 들고 나타나는 무리들이 가끔 일으키는 오류나 착각이 바로 이런 종류들이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 조차도 결국 '이동수단을 만든다'는 자동차 산업의 본질을 망각하다간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쿠팡도 티몬도 결국 리테일 사업자로서의 본질을 망각하고선 성공하기 어렵다.

반대편에 선 기존 대형 오프라인 리테일 대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이커머스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논평과 훈수는 세상이 바뀌는 걸 원치 않는 오프라인 업자의 바람 내지는 자기 최면에 불과하다. 시절이 또 이리 저리 바뀌어 온라인 리테일 시대가 활짝 열리지 말란 법도 없다. '물건을 판매한다'는 업의 본질에만 충실한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방식이 무슨 대수인가.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하 듯, 그 반대인 M&A도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다. 온라인 DNA 따로 있고, 오프라인 DNA 따로 있단 착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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