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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P, 대기업·은행 구조조정 '뭉칫돈 수혜' [퇴직연금시장 분석/ 제도별 분석] 수익률은 줄줄이 마이너스...최대 사업자 국민은행 수익률 저조

김슬기 기자공개 2017-07-27 09:19:32

이 기사는 2017년 07월 21일 10: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불어닥친 은행 및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은 큰 수혜를 받았다. IRP로 퇴직금을 지급해야하는 현행법 상 퇴직자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IRP로 뭉칫돈이 유입됐다. 올 상반기에만 10% 이상 몸집을 키우면서 퇴직연금 시장 내 점유율도 종전 8% 대에서 9%대로 높아졌다.

IRP 시장의 최강자인 KB국민은행은 상반기에만 2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다. 자사 희망퇴직자들의 퇴직금을 IRP로 적극적으로 유치한데 따른 결과다. 시장은 확대됐지만 IRP 운용 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보다 저조했다. 신한생명은 전체 사업자 중 꼴찌를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이 18%에 달하는 KB국민은행 역시 수익률이 1%도 나오지 않았다.

◇ 올 상반기 IRP시장 10%대 성장…대기업 구조조정 영향

IRP 현황
*출처=각 협회 공시

21일 머니투데이 더벨이 은행·보험·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 43곳이 공시한 퇴직연금 적립금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IRP 총 적립금은 13조 71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2조 3931억 원)과 비교했을 때 10.6%(1조 3176억 원)이 증가했다. 퇴직연금 시장 내 점유율은 9.2%로 2016년 말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IRP 시장이 확대된 데에는 대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현행법 법상 퇴직금은 IRP로 지급해야 하는데, 구조조정으로 퇴직자들이 대거 발생하면서 IRP 수요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진행된 현대중공업, 국민은행 등 대기업들의 퇴직금 지급이 연초에 이뤄지면서 IRP 계좌로 자금이 유입된 측면이 컸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에만 2241억 원(10.13%)의 자금을 모으면서 규모를 2조 4372억 원대로 키웠다. 이미 IRP시장 1위(17.78%)를 차지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은 증가액도 업계 최상위권이었다. 이는 자사 희망퇴직이 주된 배경으로, KB국민은행 직원 2800여 명을 희망퇴직처리 하면서 자사 IRP 계좌에 퇴직금을 지급해줬다.

우리은행은 KB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적립금을 많이 모은 사업자였다. 올 상반기에만 1644억 원의 실적을 올리며 전체 적립금 규모를 1조 5052억 원까지 늘렸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10.82%)에 비해 0.12%포인트 성장한 10.98%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 상반가 IRP 판매패널을 늘리고 타사 대비 높은 금리의 상품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선게 주효했다는 평이다.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1509억 원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적립금 규모를 1조 9087억 원까지 키웠다. 퇴직연금 영업에 크게 힘을 싣지 않는 KEB하나은행 역시 자사 희망퇴직자들의 퇴직금을 IRP 계좌로 유치하면서 1180억 원을 끌어모았다.

미래에셋대우는 1000억 원 이상 유치한 사업자 중 유일한 증권사였다. 미래에셋대우의 IRP 적립금은 8787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108억 원이 늘어났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초 IWC센터를 개점하고 연금영업을 강화한 덕에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차투자증권(옛 HMC투자증권)은 상반기에 55%(767억 원)의 성장을 거두면서 총 2155억 원의 적립금을 쌓았다. 이는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자금을 유치했을 뿐 아니라 업계 최초로 연금몰을 만드는 등의 노력이 빛을 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IRP 적립금을 늘렸으나 한화생명(-54억 원), 동양생명(-29억 원), 유안타증권(-16억 원), 광주은행(-13억 원) 등은 역성장을 했다. IRP 시장내에서 0~1% 대의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이들 사업자들은 IRP사업이 거의 유명무실한 셈이다.

IRP 사업자별 현황
*출처=각 협회 공시

◇ 신한생명 업계 최하위…점유율 높은 KB국민銀 수익률 0.80% 불과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지난 2016년 7월~2017년 6월까지 IRP 1년간 수익률(단순평균)은 2.18%를 기록했다. 이는 DB(3.03%), DC(2.68%)와 비교해 저조한 성적이었다.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2.15%였고 비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2.14%였다.

IRP 사업자 중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낸 곳은 신영증권으로 전체 운용수익률 5.93%를 기록했다. 신한생명은 0.55%를 기록, 업계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원리금보장상품이 1.44%였으나 비원리금보장상품에서 -2.52%의 성적을 내면서 평균을 내렸다. 다만 신한생명의 시장점유율은 0.06%에 불과해 유의미하지는 않다는 평이다.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인 KB국민은행의 성적은 대체적으로 낮았다. 전체 수익률은 0.80%에 불과했고 원리금보장상품이 1.21%, 비원리금보장상품이 -0.76%를 기록했다.

최근 1년간 주식시장이 강세장을 보였으나 비원리금보장상품에서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 때문에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적을 대거 끌어모으는데만 집중한 나머지 적립금 관리, 자산관리 등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평가다.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을 보면 BNK경남은행이 0.86%로 43개 사업자 중 꼴찌를 했고 현대차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역시 각각 0.89%, 0.90%로 낮은 성적을 보였다.

실질적인 운용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비원리금보장상품에서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성적을 냈다.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한 곳은 IBK연금보험으로 9.22%를 냈다. 은행권은 신한은행(0.72%)과 BNK부산은행(0.06%)을 제외하고 전 사업자가 마이너스 수익을 냈다. 대형사업자로 분류되는 IBK기업은행(-1.14%), KEB하나은행(-0.93%) 등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시중은행 퇴직연금 담당자는 "은행 사업자들은 비원리금보장상품이라고 하더라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채권형이나 채권혼합형 상품을 많이 담는데 채권금리가 올라가면서 수익률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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