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23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이 개인회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을 활용해 지배구조 재편과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을 거점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시킨 후 알짜 계열사와 사업 부문을 분할 매각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단계적인 사업 재편을 통해 확보한 자금만 4600억 원에 달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 있다. 전 회장은 다시 파라다이스글로벌을 지배하면서 '오너가→파라다이스글로벌→㈜파라다이스→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소유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파라다이스글로벌은 사업부문 분할 매각을 통해 재원을 확보했다.


유동성 확보 계획은 2012년을 기점으로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2012년 이전에는 파라다이스글로벌을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시켰다.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파라다이스글로벌은 부산 카지노 사업만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4년 전 회장의 아버지인 고 전락원 창업주가 보유 계열사 지분을 대거 파라다이스글로벌에 증여하면서 사업 재편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이 장남인 전 회장의 개인회사라는 점에서 사실상 우회 상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파라다이스글로벌은 그룹 핵심 자회사인 ㈜파라다이스(6.7%)와 파라다이스산업(9.8%), 파라다이스제주(44%) 지분을 증여받았다. 지분 수증 이익만 408억 원에 달했다. 이 거래로 파라다이스글로벌은 ㈜파라다이스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 즈음 파라다이스호텔부산 지분도 29.3%나 새롭게 취득했다. 여기에 면세사업을 운영하던 파라다이스유통까지 흡수합병했다.

이듬해에는 파라다이스건설산업의 건설부문을 가져와 붙였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이 파라다이스건설산업 핵심주주였던 ㈜파라다이스(26.3%)와 파라다이스제주(10.7%), 파라다이스산업(10.7%)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래였다. 이처럼 파라다이스글로벌은 단순 오너 개인회사에서 불과 1년만에 카지노 사업과 호텔업, 면세업, 건설사업을 총지휘하는 그룹 지주회사로 격상된다.

2011년에는 인천 올림포스호텔과 카지노를 운영하던 '파라다이스인천'을 흡수합병했다. 파라다이스인천은 전 회장의 세 자녀들이 지분 60%를 가진 계열사였다. 합병 대가로 3세들이 지주사격인 파라다이스글로벌 신주를 취득하면서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거대 사업 지주사로 급성장한 파라다이스글로벌은 2012년부터는 각종 사업 부문들을 팔기 시작했다. 첫 타깃은 면세점 부문이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면세점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설립한 후, 2012년 10월 신세계그룹 계열 조선호텔에 모든 지분을 팔았다. 처분 금액은 1115억 원에 달했다.

또 그 해 파라다이스호텔부산 경영권 지분도 모두 처분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2004년 전락원 창업주 증여를 통해 파라다이스호텔부산 지분을 처음 취득한 이후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보유 지분(보통주 32.8%, 우선주 52%)을 크게 늘렸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보유 지분 전량을 공동주주였던 ㈜파라다이스에 팔았다. 거래 대가로 529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쥔다.

매각 행보는 이후 더 빨라지고 과감해진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핵심 사업 영역인 카지노 사업에도 칼을 댄다. 카지노 경영을 ㈜파라다이스로 일원화하기로 하고, 관련 사업을 넘기기 시작했다.

먼저 2013년 7월 인천 카지노 사업부문을 ㈜파라다이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파라다이스세가사미'에 양도했다. 양도 대금으로만 1729억 원이 지급됐다. 2015년에는 부산 카지노 사업부문을 ㈜파라다이스에 직접 넘겼다. 거래대금은 1100억 원이 넘었다. 카지노 사업을 양도해 총 2900억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그 사이 비핵심 계열사도 정리한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2014년 들어 소방 기구 제조와 소방 설비 시공 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계열사 '파라다이스산업'을 송원그룹 측에 매각했다. 파라다이스산업 경영권 지분(34%)을 갖고 있던 파라다이스글로벌은 이번 거래로 165억 원을 확보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2012년부터 진행한 사업재편 작업을 통해 총 4646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주요 자산을 자회사인 ㈜파라디이스에 넘긴 까닭에 그룹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파라다이스글로벌 파주 아델휴 타운하우스 전경 <출처 :파라다이스글로벌 홈페이지>

파라다이스글로벌은 유입자금을 신규 사업과 기존 건설사업 투자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숙원사업인 '인천 영종도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Paradise City)' 추가 투자를 위해 신규 자금을 투입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1단계로 특급 호텔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건립된 상태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플라자와 스파, 클럽 등 2단계 엔터테인먼트 허브 전략 구상을 위해 작년 '파라다이스에이치앤알'과 '파라다이스이앤에이' 등 신규 계열사를 설립했다. 초기 투입 자본금은 36억 원 수준이지만, 사업 진행에 따라 추가 출자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기존 건설 사업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파라다이스글로벌은 파주시 탄현 대단위 타운하우스 건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면서 단기대여금(1431억 원)과 공사미수금(1585억 원)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해당 미수금과 대여금에 대해서는 작년 말 기준으로 약 1000억 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뒀다.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까닭에 공격적인 사업 진행이 가능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