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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해운, 김용규 사장 중심 '일석이조 승계' [격랑 헤치는 해운업계]③2.7억 투자 개인회사 통해 지배력 확보·사세 확장

고설봉 기자공개 2017-09-21 08:22:35

[편집자주]

국내 최대의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년. 격랑 속에서 표류해 온 해운업계가 혹독한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옛 영광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국적 선사들을 중심으로 한국해운연합이 출범했다. 치킨게임을 중단하고 사라진 항로를 다시 개척하는 일이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격랑을 헤치고 있는 해운사들의 현주소와 앞으로 항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8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성해운이 올 1월 김용규 사장 중심의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창업주 김영치 회장이 아들 김용규 사장에게 가업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둘 사이의 직접적인 지분 증여 및 양도는 없었다. 다만 김 사장은 헐값에 사들인 계열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큰 그림을 13년에 걸쳐 완성했다.

2005년 이후 김 사장의 남성해운 보유 지분율은 큰 변동 없이 꾸준히 4%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김 사장의 남성해운 및 계열사에 대한 장악력은 사실상 100%로 공고해졌다. 김 사장은 개인회사인 남성홀딩스(옛 동영해운)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실권자로 올라섰다. 적은 자본을 투입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지키는 기지가 돋보였다.

김 사장의 남성해운 및 계열사 장악의 일등공신은 남성홀딩스이다. 남성홀딩스는 수 년에 걸쳐 남성해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동주항업, 남성해운항공 등의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그룹 전반에 걸친 지배력을 확보했다. 지배력을 확보한 뒤에는 다시 이들 회사를 사업회사로 분할해 본연인 해운업 확장에도 성공했다.

남성해운 및 특수관계사 지분구조도

◇13년간 지분 승계, 핵심 남성홀딩스

2005년 기준 남성해운의 최대주주는 지분 63.65%를 보유한 김영치 회장이다. 뒤를 이어 동주항업이 29.04%, 김용규 사장이 4.18%, 재정경제부가 3.13%를 보유했다. 재정경제부는 국세물납제도를 통해 남성해운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남성해운 및 최대주주가 내야 할 세금을 지분으로 대납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김 회장의 지분율은 10.16%까지 떨어진다. 이 지분은 대부분 동주항업으로 옮겨갔다. 동주항업은 지분 78.38%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남성해운항공도 새롭게 주주로 등재됐다. 감자가 이뤄지면서 발행주식수는 기존 31만 3000주에서 15만 6500주로 줄어들었다. 이후 2013년까지 남성해운의 주주구성 및 보유 지분율은 변동 없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다시 시작된 것은 2014년이다. 남성홀딩스(옛 동영해운)가 재정경제부가 들고 있던 남성해운 지분을 인수, 주주로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승계 프로젝트가 재가동한다.

남성홀딩스는 2015년 9월 30일을 합병기일로 동주항업을 인수·합병했다. 그리고 12월 31일을 분할기일로 남성홀딩스가 영위하는 사업 중 선박운항업, 용선업, 복합운송주선업 등 사업부문을 분할해 동영해운을 분할·신설했다. 해운대리점업, 컨테이너관련업 등 사업부문을 분할해 동주마리타임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옛 동영해운이 가지고 있던 남성해운 지분 78.38%는 남성홀딩스로 흘러갔다. 이에 따라 2014년 지분율 3.13%였던 남성홀딩스는 2015년 지분 81.51%를 확보하며 남성해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2016년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남성해운 지분 1만 5898주를 전량 소각한다. 남성해운의 총 발행주식수는 김 회장이 소각한 지분 수만큼 줄었다. 2015년 15만 6500주에서 2016년 14만 602주로 변했다.

올해 김 사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남성홀딩스는 남성해운항공을 올 1월 23일을 합병기일로 흡수·합병했다. 이에 따라 남성해운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남성해운 지분 3.91%를 흡수했다. 2017년 1월 말 현재 남성홀딩스가 보유한 남성해운 지분은 94.64%로 상승했다.

남성해운 최대주주 변동 내역

◇자산 1381억 남성해운, 김용규 사장의 승계 비용 '2.7억'

원래부터 남성홀딩스가 김 사장의 개인 회사였던 것은 아니다. 2000년 남성해운은 옛 동영해운(현 남성홀딩스) 지분 50%(10만 주)를 52억 5000만 원에 사들였다. 2001년 잔여 지분 42.5%(8만 5000주)를 12억 8300여만 원에 추가로 매입했다. 이 때 김 사장도 개인자금 2억 2600여만 원을 출자해 옛 동영해운 지분 7.5%(1만 5000주)를 취득했다.

이듬해인 2002년 김 사장은 옛 동영해운 100% 주주로 등극한다. 김 사장은 남성해운이 갖고 있던 옛 동영해운 지분 92.5%를 모두 사들인다. 경영권 지분을 사들인 데 투입한 돈은 5000만 원이었다.

65억 원에 산 주식을 5000만 원에 팔면서 남성해운은 수십 억 원 규모의 투자주식처분 손실을 감수했다. IMF 경제 위기 여파로 해운사 실적이 바닥을 치면서 투자 지분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이 남성해운 측 설명이다. 2001년 옛 동영해운은 5억 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났다.

그러나 공교롭게 김 사장 품에 안긴 뒤로 옛 동영해운은 승승장구했다. 매출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고 영업이익을 냈다. 이어 동주항업과 남성해운항공 등을 인수해 지주회사로 올라서면서 사명도 남성홀딩스로 바꿨다. 이렇게 2005년부터 시작된 남성해운의 2세 승계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승계 과정에서 김 사장이 출자한 개인 자금은 약 2억 7600여만 원이다. 남성해운 지분 가치의 약 0.2% 수준이다. 2014년 남성해운이 외부 기관에 의뢰해 평가한 주식 1주당 가격은 103만 7900원이다. 이를 토대로 산정한 남성홀딩스가 보유한 남성해운 지분 가치는 약 1381억 원으로 추정된다.

만약 김 사장이 아버지 김 회장으로부터 남성해운 주식을 증여 받았다면 물어야 할 증여세는 지분 가치의 50%인 약 690억 원 내외이다. 결과적으로 김 사장은 자신이 직접 지분을 증여 받아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남성홀딩스를 중심으로 남성해운과 동영해운, 동주마리타임 등으로 그룹을 확장했다. 증여의 방법을 택하지 않고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지혜를 발휘해 경영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사세도 확장하는 '일석이조'의 승계가 이뤄졌다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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