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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 퇴진 이후 르노삼성의 미래 [thebell note]

박상희 기자공개 2017-11-01 08:39:27

이 기사는 2017년 10월 31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르노삼성자동차 CEO(최고경영책임자)가 최근 교체됐다. 르노삼성 출범 이후 최초의 한국인 CEO였던 박동훈 사장이 의욕적으로 경영활동을 펼쳐왔고,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성과도 내고 있던 터라 갑작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르노삼성의 CEO 교체 소식은 지난 20일 오후 늦게 알려졌다. 회사 임직원들도 박 사장이 사임 의사를 표시한 오후 4시가 돼서야 해당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이후 홍보실에서는 바로 박 사장 후임으로 도미니크 시뇨라 글로벌 RCI 뱅크앤서비스(Bank & Service) 부사장이 내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회사 측에서는 경영 공백이 생기는 것을 우려해 본사인 르노그룹에서 차기 CEO 후보를 항상 대기시켜 놓기 때문에 바로 후임이 내정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의 자진 사임에 따른 교체라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일각에선 르노그룹 본사와의 마찰 가능성을 제기한다. 르노삼성은 모기업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소속의 닛산 로그를 2014년부터 위탁생산하고 있다. 위탁 계약은 2019년 9월 끝난다. 르노삼성의 로그 생산라인에 공백이 불가피하다. 박 사장은 고용의 유연성이 부족한 국내 노동시장을 감안할 때 로그 위탁 계약이 끝나면 르노삼성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 왔다.

박 사장의 야심작으로 꼽혔던 클리오 출시 연기도 뼈아팠다. 소형 SUV(Sport Utility Vehicle)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었던 QM3 수입을 주도했던 박 사장은 SM6를 이을 후속으로 해치백 모델 클리오에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본사의 물량 부족으로 출시가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내년으로 연기됐다.

업계에선 르노삼성 경영이 본 궤도에 오르자 르노그룹이 본심을 드러낸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르노삼성은 출범 이후 줄곧 본사의 재무통이나 전략기획가가 경영을 맡아왔다. 박 사장 이전 CEO는 본사에서 파견한 재무라인이 대세였다. 박 사장이 유일한 한국인 CEO이자 영업통이었다.

박 사장 취임 이전 르노삼성은 위기 상황이었다. 판매가 지지부진했고, 실적은 적자였다. 2013년 9월 르노삼성 영업본부장으로 영입된 박 사장은 2013년 6만대 수준이던 르노삼성 내수판매를 지난해 11만대로 두 배 가까이 뛰게 만들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박 사장의 활약 속에 경영이 일정 궤도에 오르자 본사 차원의 관리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 사장 후임인 시뇨라는 르노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르노삼성은 지난해 중간배당과 기말배당을 합쳐 3104억 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 100%로, 당기순이익 전체를 배당했다. 2015년엔 배당성향 50%로, 순이익의 절반인 1400억 원을 배당했다.

르노삼성의 최대주주는 르노그룹의 네덜란드 자회사인 '르노그룹 BV'로, 7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배당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회사의 이익을 R&D(연구개발) 등에 쓰지 않고 본사가 배당으로 대부분을 챙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출범 이후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르노삼성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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