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복귀 사업지원TF, 컨트롤타워 vs 지원부서? [삼성 리더십 어디로]옛 미전실 대비 인사·법무 없어 권한 작아…전자 계열사 시너지 창출 효과
서은내 기자공개 2017-11-06 07:30:00
이 기사는 2017년 11월 03일 11: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사업지원TF'란 신생 조직이 생겼다.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삼성을 떠났던 정현호 사장이 사업지원TF 팀장으로 삼성에 다시 복귀했다.사업지원TF의 역할을 두고 삼성 안팎에선 말들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미니 미래전략실이 부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전략실 출신 인사가 복귀했고 사실상 전자 계열사를 진두지휘하는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지원'이란 성격을 달리 보면 '컨트롤'이란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사업지원TF는 과거 미전실과 같은 막강한 힘을 갖긴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미전실이 힘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인사와 경영진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진을 교체하고 사업을 진단해 구조조정하도록 명령할 수 있었다. 사업지원TF는 이같은 기능 없이 계열사간 전략과 기획을 담당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일 단행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현호 사장은 사업지원TF 사장으로 선임됐다. 정 사장은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직전까지 인사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미래전략실은 과거 삼성그룹에서 막강한 힘을 쥐고 있었다. 그룹의 맨 위에 미전실이 자리하고 주요 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겼다. 미전실 산하에 각 계열사와 사업부문별 사장단을 포함, 나머지 조직들이 놓이는 구조였다.
미전실은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을 필두로 해 전략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지원팀, 기획팀, 금융일류화추진팀 등 7개 팀으로 구성돼 있었다. 미전실은 주요 계열사에 필요한 전략도 제시하고 주요 정책을 제안했다. M&A와 같은 투자 결정이나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의 업무가 주된 역할이었다.
가장 막강한 것은 인사와 경영진단 역할이다. 주요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은 미전실 인사팀에서 인물에 대한 평판 조회를 하고 인터뷰를 해 후보로 추천하면 이를 최지성 부회장이 결정하고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의 재가 하에 실행에 옮겼다.
경영진단도 막강한 파워를 구사했다. 삼성 내부의 감사 시스템은 외부 감사보다 더 혹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계열사들의 부실 징후를 먼저 파악하고 선제적인 구조조정 및 비용 감축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미전실 경영 진단이 들어갔다는 소식만으로도 해당 계열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표면상 미래전략실의 전략팀 혹은 기획팀의 기능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업지원TF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전자 쪽 계열사 간 공동의 현안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기능을 맡는다. 인사 전략 채용 등의 업무도 조율하게 된다. 미래전략실의 일부 업무를 이어 받는다는 면에선 미래전략실 기능이 부활하는 셈이기도 하다. 사업지원TF 역할에 대해 삼성전자는 "각 계열사 사장단이 회사들 간, 혹은 사업간 공통되는 이슈에 대해 대응하거나 협력할 채널"이라며 "서로 협의하고 시너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삼성전자 내부 조직"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 내부에선 '지원'이란 이름에 주목하고 있다. '지원'을 좋게 해석하면 자원을 배분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반대 급부로 '성과'를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스마트폰 중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도록 지원한다'는 말은 '그만큼 성과를 내라'는 압박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지원이란 이름으로 해당 분야에 대해 컨트롤하게 되는 셈이다.
조직도상 사업지원TF가 그룹 전체를 아우를지, 또는 삼성전자 등 전자 관련 계열사 쪽에 위치할지는 미정이다. 다만 김기남(DS부문장)·김현석(CE부문장)·고동진(IM부문장) 등 3인 체제로 형성된 삼성전자 3인체제와 별개로 작동될 가능성이 커보인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더욱이 사업지원TF장을 맡게 되는 인물이 정현호 사장이란 면에선 무게감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혀온 정현호 사장이 수장으로 온 만큼 사업지원TF가 이 부회장과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되리란 예측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지원TF 기능은 내주 조직개편이 나와봐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꼭 조직도상 삼성전자 DS·CE·IM 부문 아래에 온다고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자쪽 계열사 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이외 계열사들까지 아우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과거 미전실 조직 내 여러 팀의 기능을 합친 미니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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