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휘동 회장, 기술은 있지만 만년 '2인자' 신세 [렌탈 전성 시대]④웅진그룹서 독립해 매출 6400억 일궜지만 이익률·점유율 한계
서은내 기자공개 2017-11-23 08:22:00
[편집자주]
가전업계에 '렌탈' 붐이 일고 있다. 전통적인 렌탈 강자 '코웨이''청호나이스' 외에 SK매직 등 제조 기반 업체들도 렌탈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밥솥 회사인줄 알았던 쿠쿠전자는 이미 렌탈 매출 비중이 30%다. LG·삼성 등 대기업도 가세했다. LG전자는 정수기·건조기·청소기에 이어 스타일러까지 렌탈을 시작했다. 가열되는 렌탈 시장 속 업체별 승부수는 무엇인지, 각각의 재무 상황과 주요 이슈까지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2일 07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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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정 회장은 웅진에서 나와 초기 자본금 1억 원으로 청호정밀(청호나이스 전신)을 창업했다. 처음부터 정 회장이 회사를 세우려 한 건 아니었다. 계약이 끝난 뒤 떠날 계획이었으나 남아 있던 근로자들의 고용 안전을 위해 회사를 차렸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웅진코웨이와의 근로 계약기간이 끝나면 정 회장은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돼 있었다"며 "정 회장과 함께 웅진에서 정수기 개발에 참여했던 기술자들이 해고되야 하는 상황이 생기자 정회장은 이들을 모아 회사를 차리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회사 설립 후 제대로 된 정수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제품 개발에 집중해 왔다. 초기엔 기술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술력은 있지만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청호나이스는 웅진코웨이의 그늘에 고속 성장을 하면서도 시장점율 30%를 차지하는 게 한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유율은 더 낮아졌다. 현재 청호나이스의 시장점유율은 15%선이다.
코웨이는 웅진그룹에서 분사되는 부침을 겪으면서도 이익률 20%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정 회장의 오너십과 경영 철학이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지만 만년 2인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청호나이스는 매출액 3818억 원에 영업이익이 114억 원으로 2.9%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10년까지만해도 9.7%에 달했던 이익률은 2013년 2.4%까지 떨어진 이후 계속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들의 렌탈 시장 진입에 따라 청호나이스는 과도한 판매관리비 부담에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다.
회사의 지분 현황을 살펴보면 정휘동 회장이 전체 지분의 72.8%를 소유한 최대주주로 있다. 또 정 회장 동생인 정휘철 청호나이스 부회장(56)과 그룹 계열사인 마이크로필터가 각각 8.2%, 12.99%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사실상 정 회장 개인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기본적인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왔다. 회계전문가 출신인 이석호 청호나이스 대표가 8년째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설립 자본금 1억 원 규모였던 청호나이스는 수차례 증자와 자산재평가, 계열사 합병 등을 거쳐 현재 자본금 규모는 104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정휘동 회장의 지분율은 조금씩 변화했으며 2000년 들어 60~70% 지분율을 오가다 2008년부터는 73% 수준으로 유지돼왔다.
정 회장 다음으로 지분 보유 비중이 큰 건 정휘철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의 청호나이스 지분율은 2001년 말 0.6%에서 2008년 말 5.78%로, 현재 8.2%까지 확대됐다. 정 부회장은 회사 초창기 시절부터 그룹 계열사인 나이스마트 대표직과 청호나이스 이사직을 겸임했다.
정 회장은 그렇게 20년간 청호나이스를 개인 회사로 키워왔다.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으며 초창기 동생 정 부회장을 포함해 장모, 동서 등 친인척이나 회사 임원들과 일부 지분을 나눈 것 외에 외부인 주주는 없다. 현재 IPO 계획도 없다. 굳이 외부인들과 회사 지분을 나눌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개인 주주로써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렌탈 시장에서 제때 변신에 나서지 못한다는 부담도 있다. 정수기 시장이 직수형으로 탈바꿈하는 동안 청호나이스는 저수형을 고집하다 최근 직수형을 도입하는 후발주자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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