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운용, 관료·그룹출신 선호…한화생명 입김 커진 이사회 [지배구조 분석]③정책적 지원 가능성도 염두…모기업 RBC 비율 이슈, 운용사 역할 부각
이효범 기자/ 서정은 기자공개 2018-03-14 10:26:33
[편집자주]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굴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다. 하지만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그 과정과 체계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 업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주주 등 지배구조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9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자산운용은 관료출신과 그룹 계열사 출신의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경제 정책을 담당했던 전문가들과 관세청 등 정책적 지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사회를 꾸려오고 있다.또 사외이사 독립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매번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퇴직임원을 사외이사로 중용해 오고 있다. 지난 2016년을 전후해서는 한화생명 출신을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포진시키면서 모기업과의 관계를 한층 더 끈끈하게 만들고 있다. 한화생명의 입김이 절대적인 수준인 된 셈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지급여력(RBC) 비율이 화두로 떠오르자 전문적인 운용역량을 갖춘 한화자산운용의 역할이 확대됐기 때문에 일어난 변화로 보고 있다.
◇관료 출신 전문가 다수…관세행정 전문가 포함 눈길
더벨이 한화자산운용의 사외이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9년 2분기~2017년 4분기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한 인물은 총 11명이다. 가장 오래 몸담았던 분야의 경력을 기준으로 분류해보면 관료 3명, 금융계 1명, 언론계 1명, 법조계 1명, 정계 1명, 학계 1명, 한화계열사 3명 등이다.
한화자산운용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11명 가운데 3명이 관료 출신이었다. 정병태 전 BC카드 사장(활동기간 2009년 3분기~2010년 2분기), 이두호 전 한국자금중개 대표(2013년 2분기~2016년 1분기), 김도열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2016년 1분기~2017년 4분기) 등이다. 이들은 자산운용업 뿐 아니라 한화그룹의 다른 사업에서도 간접적인 지원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분석된다.
특히 정 전 BC카드 대표와 이 전 한국자금중개 대표는 주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공직에 몸담아왔다. 그는 옛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국무총리실, 공정거래위원회, 재정경제부 등을 거쳤다. 이 전 한국자금중개 대표도 재무부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에 발을 들여 재무부 국장, 주중대사관 참사관, 경제부총리 중국담당 특별보좌관 등으로 활동했다.
김 이사장은 한화그룹의 면세점 사업과 연관성이 높아 주목된다. 그는 관세행정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24회 행시를 합격한 이후 관세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공직에서 나온 뒤에는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던 2016년에는 한화그룹이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다. 당시 김 이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도 세무 지식과 공직근무 경험을 통한 정책 지원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법조인으로 분류되는 이제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2013년 2분기~2016년 1분기)는 청와대에 근무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지원 가능성을 기대한 인물로 분류된다. 이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법 판사, 전주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다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활동했다. 2013년 6월 사외이사 후보추천내역에 따르면 '해박한 법률 지식 및 청와대 근무경험을 통해 법무적이고 정무적인 관점에서의 정책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 추천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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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계열사 퇴직 임원, 사외이사로 중용
한화자산운용은 그룹 계열사 출신 임원들도 매번 사외이사로 배치해 왔다. 총 11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이 한화그룹 계열사 출신이다. 조일웅 전 한화에너지 전무(2009년 2분기~2013년 2분기), 한상우 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2013년 2분기~2016년 1분기), 최명식 전 한화에너지 상무(2016년 1분기~2017년 4분기) 등이 계열사 출신이다. 2009년 2분기부터 2017년 4분기까지 그룹 계열사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진에서 빠진 적이 한번도 없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사외이사진 구성을 한화그룹의 특징으로 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 뿐 아니라 한화그룹 다른 계열사에서도 계열사 퇴직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2017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한화, 한화테크윈, 한화케미칼,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등 한화그룹 계열사들에 전직 그룹 계열사 사장들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한화생명의 조규하 사외이사도 한화투자증권 전무 출신이다. 한화투자증권에도 송규수 전 한화 이글스 단장이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송 전 단장은 앞서 한화증권 HR센터장으로 근무했었다. 이종학 한화손해보험 사외이사도 한화종합화학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퇴직임원들을 사외이사로 중용하면서 이사회를 간접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에 대해서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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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퇴직임원 중용과 한화생명 영향력 확대를 위해 한화자산운용의 이사진 숫자가 늘어나는 건 불가피했다. 한화자산운용 이사회는 지난 2015년 10월 6년여 만에 5인체제로 전환했다. 대표이사 1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꾸려졌던 이사회에 이응준 한화자산운용 솔루션사업본부장(상무)(2015년 4분기~2016년 2분기)을 사내이사로 추가했다. 다만 사내이사 임기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 이는 신속한 경영성과를 도출한다는 차원에서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 출신들을 이사회에 포진시킬 수밖에 없는 것도 모기업과 연계한 전략적인 운용사의 역할이 대두됐기 때문"이라며 "보험사의 RBC비율에 대한 관리·감시가 강화되자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운용 자회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굴리도록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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