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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대우건설맨 "연이은 해외부실, 안타깝다" 홍성부 전 회장, “주택사업 쏠림 우려스러워”

이상균 기자공개 2018-03-30 08:00:36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6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2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된 대우 창업 51주년 기념식.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홍성부 전 대우건설 회장(사진)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오랜만에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비롯해 오랜 기간 동고동락해온 동지들을 만났다는 기쁨이 가득했다. 홍 전 회장은 1937년생으로 80세가 넘었지만 거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여전히 말 한마디에 힘이 넘쳤고 수십 년 전 일을 어제 일처럼 회상하는 등 기억력도 좋았다.

홍성부
홍 전 회장은 1985년부터 1993년까지 대우건설 사장으로 재직했다. 1970년대 중반 일본 도쿄 ‘가즈미가세키' 빌딩을 모델로 대우센터(현 서울스퀘어) 건립을 총괄하는 등 대우건설의 산 역사 증인이다. 홍 전 회장은 "대우건설을 처음 만들었을 당시, 사업 경험이 없다며 아무도 공사를 맡기려고 하지 않았다"며 "일단 우리가 직접 건물을 만들어보자는 심정으로 대우센터 건설을 맡았고 이후 수많은 대기업에서 발주가 몰리는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대우맨 답게 홍 전 회장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대우건설 직원들의 자존심이 너무 강해 금호와 산업은행 등 최대주주와 조직 융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 전 회장은 "한때 시공능력 평가 30위 이내 건설사 CEO 중 절반이 대우건설 출신이었다"며 "직원들 교육에 철저했고 양질의 인재들을 육성한 덕분에 건설사의 사관학교 역할을 담당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했던 호반건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 전 회장은 "만약 인수가 됐다고 하더라도 호반건설이 대우를 운영할 만한 능력이 없다"며 "주택사업만을 영위한 호반건설이 해외, 토목, 건축 등 다양한 사업을 거느린 대우건설을 컨트롤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과거 자신이 머물렀던 대우건설이 계속해서 매물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우건설은 웬만한 기업이 아니면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며 "대우건설 주식을 일반 국민들에게 매각해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부실에 대해서도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 전 회장은 "건설사의 해외사업 부실은 담당자가 아니면 경영진들도 파악하기 어렵다"며 "일례로 공정률도 현장에서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한 수치로 마음만 먹으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한지 오래된 내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전현직 임원들은 여전히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홍 전 회장은 "1년에 두 차례 만나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안부도 묻는다"며 "전직 임원으로서의 사업 경험을 전수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대우건설뿐만 아니라 전체 건설업계에 대한 조언을 이어갔다. 최근 주택사업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그는 "최근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에 너무 집중하면서 건설사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건설업은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소소하게 하도급 사업을 수주해 조금씩 이익을 남기면서 안정적으로 운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사업은 건설보다는 사실상 금융업에 가깝다. 자금을 조달하고 이 과정에서 건설사가 대출 보증을 선다"며 "물론 이익률이 높긴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올라간다. 주택 쏠림 현상이 자칫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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