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7월 13일 07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월드가 수 개월 전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발행했던 3500억원 단기사모사채 만기를 연장했다는 소식에 '이제 고비를 넘기고 안정돼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행 규모도 500억 원 증액됐다 하고, 만기도 4년 반으로 늘렸다 하니 한결 여유로워진 듯 보였다.그런데 차환된 금리를 확인하곤 뜨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9%. 처음 발행 때보다 150bp 넘게 올랐다. 물론 만기를 늘리긴 했지만, 비상 상황이던 당시에 비하면 지금 재무적 숫자들이 한결 나아졌는데도 9%라니. 이러저러한 담보까지 제공된 사채의 금리 치고는 이해 안 갈만큼 비싸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랜드는 최근 2년여 동안 재무 안정화를 위해 대형 브랜드인 티니위니를 중국 기업에 팔았고, 모던하우스를 대형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도 구체적인 준비 절차에 들어갔고, 추가 펀딩 협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력들은 가시적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2016년 말 320%에 달하던 이랜드월드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018년 3월 168%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불과 2년 전 6.5배까지 치솟았던 순차입금 대비 EBITDA가 3.4배까지 떨어지며,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만으로도 차입금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까지 안정화됐다.
하지만 시장은 이랜드의 이런 노력의 성과들이 제 가치대로 평가받기 위해선 뭔가 더 필요하다 여기는 것 같다. 하긴 이랜드가 그동안 시장이 보냈던 숱한 경고 메시지를 얼마나 한결같이 무시해왔던가를 생각하면 그럴만도 하다 싶다. 이런게 바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기업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 치러야 할 댓가가 아닐런지.
한편으론 시장이 참 고지식하기도 하고, 또 탐욕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이랜드에 여신을 늘려왔던 은행들은 최근 몇년 사이 벌어진 신용 사태에 데인 탓인지, 이랜드라면 아예 손사래를 친다. "많이 바뀌었고, 많이 안정화됐으니 다시 한번 쳐다봐달라"고 매달리지만 여전히 거들떠보지 않는다.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공격적인 여신정책을 가진 금융투자회사들이 이 기회를 그냥 둘리 없다. 특히 메리츠종합증권은 국내 금융투자회사들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플레이어으로 이미 정평이 난 곳이다. 제대로 전수조사를 해보진 않았지만, 부채비율이 200%를 밑도는 국내 대기업 중 담보부사채 금리를 9%까지 제시해야만 발행이 가능한 데가 지금 이랜드 말고 또 있을까 싶다. 비단 메리츠증권 뿐이겠나. 이번 신용 이벤트 기회에 이미 투자한 사모펀드들이나 현재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 금융회사, 투자회사들이 '레스큐머니'를 표방하는 이면에 욕심들을 꾹꾹 숨겨두고 있을 게 뻔하다.
이랜드의 이런 저런 최근 사정들을 지켜보면서 '측은지심'마저 들지만, 늦게나마 시장의 평가를 스스로 인정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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