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16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인터넷에선 온통 코인 얘기들 뿐이다. 몇만원 어치 사뒀던 비트코인이 수십억 아니 수백억원이 됐다는 믿지 못할 대박 얘기도 있고, 단기간에 수억을 벌어 월급쟁이 생활을 청산했다는 류의 얘기는 흔한 레파토리다.몇 년째 취업 준비에 매달리던 취준생이 한방에 학자금 대출을 갚고 인생역전했단 얘기도 버거운 일상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한 사연들이다. 같은 학교 친구가 가상화폐에 투자해 원금의 3배, 4배를 벌었는데, 자기도 지금 들어가도 되는지 진지하게 묻는 중고등학생들의 게시판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물론 대박만 있었을 리 없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자했다 일순간 쪽박 신세가 된 이른바 '시체'들 얘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아직은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묻혀 상대적으로 덜 드러날 뿐이다. 버리는 돈이다 여기고 몇십만 원 또는 몇백만 원 투자해뒀다는 얘긴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가격이 한 순간 2배 올랐다, 또 일순간 3분의 1토막으로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가상화폐의 현기증나는 시세를 보고 있자니 도대체 다른 일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최근 국내 한 거래소가 해킹으로 인해 고객의 돈 170여억 원을 도난당했단다. 각종 투자 사기와 가짜 코인을 이용한 다단계 사기 또한 성행 중이다. 코인을 사고 파는 고액의 돈이 오고 가지만 거래의 안정성을 담보할 어떤 장치가 마련돼 있는지는 알길이 없다. 그저 내가 하는 거래만큼은 사고가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 모든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하는 모양이다. 아수라판이고 난장판이 아닐 수 없다.
과열로 치닫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우려한 정부가 최근 거래 규제에 나서면서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는 관련업계 직간접 연루자들의 목소리가 제법 크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식견을 가진 정보기술(IT) 종사자들의 우려는 한층 구체적이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 구현하는 분산경제의 필수요소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은 육성하되, 각 노드에 주는 댓가인 가상화폐는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넌센스다. 분산장부 시스템에서 경제적 인센티브가 없으면 개별노드가 왜 작업을 하겠나."
IT에 정통하지 않은 일반인도 블록체인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을 듣고나면 어느 정도까진 관념적 이해가 가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열 차단에 나선 정부를 비난할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다. 블록체인 기술이 정확히 뭔지도, 관심도 없는 이런 저런 국민들이 잠도 자지않고 24시간 코인 시세만 들여다 보고 있는 판국인데, 블록체인 기술 발전이 한두 걸음 더뎌지는 게 대수일까. 그것도 비트코인 기술이 나온 미국도, 우리보다 블록체인 기술이 앞선 중국도 아닌 우리나라만 유독 그렇다는데 말이다.
무턱대고 비난하다간 '작전 걸어두고 개미를 기다리다 차질을 빚게 된 세력'이나 '판 벌여놓고 노름쟁이들한테서 고리대 뜯으려다 계획이 틀어진 하우스 업주'로 오해받기 십상이니 불만 표출도 좀 더 신중하고 세련돼야 할 것 같다. "새로운 기술은 버블의 힘으로 전진한다"는 식의 발언은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현 시점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아무리 대단한 기술이더라도 인간 개개인들의 삶보다 더 소중할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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