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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의' 만연한 신평사들 [thebell note]

양정우 기자공개 2018-08-03 14:17:15

이 기사는 2018년 08월 01일 08:0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업계가 가장 긴장하는 시즌이 돌아온다. 금융 당국은 하반기 신용평가사 정기 검사에 착수할 채비를 하고 있다. 당국의 실무팀은 이번에도 신용평가서류 수만장에 파묻힐 각오를 하고 있다.

지난해 정기 검사에 따른 최종 제재가 확정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지난 5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가 모두 과태료 처분 등 경고장을 받았다. 몇몇 신평사엔 기관주의, 임원주의 조치도 단행됐다. 신평업계가 예상치 못한 강도높은 수위였다. 제재 수위가 공지되기 전까지는 징계의 빌미를 주지 않은 것으로 확신했었다.

금융 당국과 신평사는 신용평가 법규와 제도에 대해 인식의 괴리가 상당하다. 정기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언쟁도 적지 않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 하나만 봐도 신평업계의 사고방식은 은행, 증권사와 전혀 다르다"며 "시장의 선진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정기 검사에서 대표적으로 적발된 사항은 신용평가서를 금융감독원에 지연 제출한 경우였다. 국내 3대 신평사 모두 위반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자본시장법(335조)에 따르면 신평사는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서를 신용평가종료일로부터 열흘 이내에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제재 확정 이후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용평가서를 며칠 늦게 제출한 것을 사소한 부주의 정도로 여겨야 할까. 하지만 웬만한 금융기관에선 법규상 확정일자를 어긴 사례를 단 1건도 찾아보기 어렵다. 시장의 성숙도가 높아질수록 구성원의 법감정도 더욱 엄격해지기 마련이다. 금융 당국은 단순한 착오가 아니라 지연 제출이 만연화된 상황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더구나 신용평가서 제출은 등급 공시와도 연결된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확한 시점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

국내 신평업계는 3사 체제가 오랜 기간 고수되고 있다. 이들 신평사는 치열한 순위 다툼없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유효 신용등급(2곳 이상 등급 부여) 제도와 신용평가 비즈니스의 고유 특성이 3사 구도를 공고하게 다져왔다. 시장 경쟁이 없는 만큼 굳이 스스로 내부통제를 짚어볼 유인이 크지 않다. 금융 당국의 정기 검사가 사실상 유일한 견제 도구인 셈이다.

자본시장이 고도화될수록 신용평가사의 역할도 무게감을 더해간다. 국내 신평업계가 한단계 격상하려면 무엇보다 자성이 필요한 때다. 고유 권한을 운운하는 볼멘소리만 계속된다면 금융 당국은 제4 신평사의 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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