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8월 01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업계가 가장 긴장하는 시즌이 돌아온다. 금융 당국은 하반기 신용평가사 정기 검사에 착수할 채비를 하고 있다. 당국의 실무팀은 이번에도 신용평가서류 수만장에 파묻힐 각오를 하고 있다.지난해 정기 검사에 따른 최종 제재가 확정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지난 5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가 모두 과태료 처분 등 경고장을 받았다. 몇몇 신평사엔 기관주의, 임원주의 조치도 단행됐다. 신평업계가 예상치 못한 강도높은 수위였다. 제재 수위가 공지되기 전까지는 징계의 빌미를 주지 않은 것으로 확신했었다.
금융 당국과 신평사는 신용평가 법규와 제도에 대해 인식의 괴리가 상당하다. 정기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언쟁도 적지 않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 하나만 봐도 신평업계의 사고방식은 은행, 증권사와 전혀 다르다"며 "시장의 선진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정기 검사에서 대표적으로 적발된 사항은 신용평가서를 금융감독원에 지연 제출한 경우였다. 국내 3대 신평사 모두 위반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자본시장법(335조)에 따르면 신평사는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서를 신용평가종료일로부터 열흘 이내에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제재 확정 이후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용평가서를 며칠 늦게 제출한 것을 사소한 부주의 정도로 여겨야 할까. 하지만 웬만한 금융기관에선 법규상 확정일자를 어긴 사례를 단 1건도 찾아보기 어렵다. 시장의 성숙도가 높아질수록 구성원의 법감정도 더욱 엄격해지기 마련이다. 금융 당국은 단순한 착오가 아니라 지연 제출이 만연화된 상황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더구나 신용평가서 제출은 등급 공시와도 연결된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확한 시점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
국내 신평업계는 3사 체제가 오랜 기간 고수되고 있다. 이들 신평사는 치열한 순위 다툼없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유효 신용등급(2곳 이상 등급 부여) 제도와 신용평가 비즈니스의 고유 특성이 3사 구도를 공고하게 다져왔다. 시장 경쟁이 없는 만큼 굳이 스스로 내부통제를 짚어볼 유인이 크지 않다. 금융 당국의 정기 검사가 사실상 유일한 견제 도구인 셈이다.
자본시장이 고도화될수록 신용평가사의 역할도 무게감을 더해간다. 국내 신평업계가 한단계 격상하려면 무엇보다 자성이 필요한 때다. 고유 권한을 운운하는 볼멘소리만 계속된다면 금융 당국은 제4 신평사의 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포스코와 철강·2차전지 자동화 로봇사업 확대"
- [제약바이오 맨파워 분석]1세대 바이오텍 숙명 '승계', 리가켐바이오의 '후계양성'
- [K-바이오 클러스터 기행|대전]빅파마 찜한 바이오 다 모였다 '산·학·연' 집결 경쟁력
- [이스트소프트는 지금]SW에서 AI로 체질개선, 핵심은 '시니어 케어'
- [코스닥 코스메틱 리뉴얼]'2차전지·신재생·건설' 신사업 행렬, 돌파구 찾을까
- '비상장사' 네이처리퍼블릭, CB발행 선택 까닭은
- [바이어 人사이드]고물가·왕서방 '이중고' 유통가, 품질·가격 잡기 '사활'
- [전환기 맞은 CJ올리브영]점포 자연 증가 '생태계 구축', 온라인까지 확장
- 오리온, 배당정책 '개별→연결' 실익 따져보니
- 삼성물산 패션, '메종키츠네 골프' 1년 반 만 철수
양정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캐피탈마켓 포럼]'방향성 잃은' 금리, 기업들의 자금조달 전략은
- "글로벌 기술력 어필"…모델솔루션 'CMF 오픈하우스'
- [IB 풍향계]바이오 IPO 보릿고개…업프론트 1400억도 'BBB'
- [IPO 모니터]약국 플랫폼 바로팜,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 선정
- [IB 풍향계]삼성증권, 커버리지 인력 '속속' 이탈
- 영구채 찍는 롯데카드, 빠른 성장에 자산건전성 저하
- 롯데카드, 최대 1800억 '신종자본증권' 발행한다
- [IB 풍향계]한투까지 성과급 이연…증권가 IB '줄잇는' 이직 면담
- [IPO 모니터]'상장 '드라이브' 이피캠텍, 딜레마 빠진 'RCPS 콜옵션'
- [IPO 모니터]'역성장' 롯데글로벌로지스, '알리·테무'가 반전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