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한진家, 남겨진 '항공·육상'도 안심하지 못한다 [범한진家 흔들리는 수송보국 꿈]⑤경영권 위협 직면…'육·해·공' 시너지 무너지자 성장 둔화
고설봉 기자공개 2019-02-11 13:34:00
[편집자주]
'육·해·공' 전 영역에서 물류사를 설립, 국내 최대 수송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던 범한진가(家)가 수빅조선소마저 매각하거나 잃을 상황에 처하며, 수송 분야 삼각편대의 한 축인 '해상' 운송 기능을 완전히 잃을 위기다. 범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의 파산에 이어 한진중공업의 상선 건조 기능마저 잃게 될 경우 해상운송과 관련한 산업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창업자 조중훈 회장의 꿈이었으나 지금은 위기에 처한 '수송보국의 꿈'에 대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1일 11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육해공 삼각편대'의 가장 큰 축이었던 '해상'이 무너졌지만 아직 한진가에는 항공과 육상이 남아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두 사업부문을 물려받아 '수송보국'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두 영역도 위기에 직면했다. 'G행동주의'를 내세운 '강성부 펀드'는 조 회장의 경영권에 정면 도전장을 내밀면서 분쟁을 본격화 하고 있다.이 가운데 항공·육상운송 모두 해운과의 연계사업이 끊기며 성장통을 겪고 있다. 항공운송사업은 저비용항공사(LCC)의 대거 진입으로 시장 지배력을 많이 상실한 상태다. 경쟁 심화의 결과 한진그룹 항공산업의 대표인 대한항공은 과거보다 경쟁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한진으로 대표되는 육상운송사업은 후발주자들의 맹추격에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신성장 동력 확보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매년 수익성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예전 서울 명동의 한진빌딩은 해운·물류업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그러나 최근에는 그 명성이 거의 사라졌다"며 "빌딩은 그대로 있지만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뒤바뀌고, 상주하는 회사들의 업종도 많이 변경되고 있다. 한진그룹이 처한 상황이 꼭 그 빌딩의 모습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진칼 겨눈 KCGI, '항공·육상' 한진가 지배력 약화 위기
의외의 부분에서 한진가의 '수송보국 꿈'은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항공과 육상 운송사업을 이끌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는 현재 KCGI와의 다툼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KCGI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뒤, '지배구조 개선' '경영 참여' 등의 목적을 내걸었다. 아직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하지는 않았지만 조 회장 일가의 경영권은 도전 받고 있다.
KCGI는 한진가의 육상운송도 위협하고 있다. KCGI는 한진칼에 이어 육상운송을 담당하는 ㈜한진 지분도 매집하며 여러가지 요구를 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한진칼과 ㈜한진에 대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전권'을 일부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그동안 조 회장 및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전권을 쥐고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현재 KCGI와의 마찰이 향후 본격 분쟁으로 비화할 경우 항공과 육상 모두 조 회장 일가의 손에서 조금씩 멀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 회장 일가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지 못할 경우 범한진가의 수송보국 꿈은 또 다른 의미에서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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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무한경쟁 돌입…해운 잃은 육상 '홀로서기' 안간힘
지배구조 위협과는 별개로 항공·육상 운송사업은 최근 영업적인 면에서도 상황이 좋지 않다. 대한항공으로 대표되는 항공운송은 한진가가 이뤄놓은 '수송보국'의 가장 값진 유산이다. 대한항공은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항공사로 입지를 탄탄히 다졌었다. 글로벌 항공사들과 비교해도 결코 경쟁력이 뒤지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성장세는 이미 둔화하고 있다. 매출은 소폭 불어나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유가와 환율 등 외부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인 만큼 매 순간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영업실적의 변동폭이 크게 나타난다. 대한항공의 별도 매출은 2014년 11조9098억원, 2016년 11조5029억원에서 지난해 12조6512억원으로 소폭 불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3.19%에서 9.38%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다시 5.47%로 낮아졌다.
항공산업이 무한 경쟁체제로 전환된 이후 한진그룹에서 설립한 LCC인 진에어도 성장통을 겪고 있다. 진에어는 2017년 말 주식시장에 상장하며 쾌속질주했다. 하지만 지난해 불거진 '갑질' 이슈 이후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외형은 성장했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비상상황을 맞았다.
육상운송을 담당하는 ㈜한진은 과거에 멈춰있다. 옛 한진해운과 연계한 내륙운송, 항만하역, 포워딩 등의 육상운송사업에서 시너지가 사라지면서 성장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최초로 택배사업을 시작한 만큼 한때 국내 택배시장 내 지위도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재는 CJ대한통운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제는 '통합 롯데택배'의 추격에 2위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한진은 뚜렷한 신사업을 발굴하지 못하면서 성장세가 둔화했다. 한때 국내 대표 물류기업이었던 한진은 이제 성장전략 부재에 고심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년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등 수익성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매출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고정비 지출 등 사업비용이 증가하면서 원가경쟁력을 상실한 결과다. ㈜한진의 매출은 2조원 미만이다. 매년 5% 내외 매출 성장을 기록하지만, 영업이익률은 3%에서 2%대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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