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기업, 시행법인 '태억건설' 13년 만에 정리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점검]2006년 105억에 인수, 종속사 편입…지난 2월 파산절차 마무리
이명관 기자공개 2019-03-21 10:03:09
[편집자주]
국제회계기준은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는 원칙 중심의 회계다. 경영자의 재량권을 폭넓게 허용하면서도 회사의 경제적 실질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지분율과 함께 고려되는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기업들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논란의 핫이슈가 된 이래 기업들의 지배력 판단이 이전보다 엄격해졌다. 연결종속회사와 관계회사에 대한 기업들의 판단과 그 변화를 더벨이 확인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0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그룹 계열 건설사인 진흥기업은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별도의 종속기업을 두지 않고 있다. 도급공사 중심의 사업을 벌이고 있는 데다, 해외에서 별도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있던 1곳도 최근 파산절차가 종결됐다.지난해 말 기준 진흥기업의 종속사는 단 1곳이다. 태억건설이 그 주인공이다. 태억건설은 2001년 설립된 부동산 시행사다.
그런데 설립 초기엔 진흥기업과 무관한 곳이었다. 태억건설의 설립자는 김영준 대표였다. 이후 진흥기업의 종속사로 편입된 시기는 2006년이다. 진흥기업은 경남지역 주택사업을 벌이기 위해 지역에 근거지를 둔 시행사를 물색하다 태억건설을 인수했다.
진흥기업은 태억건설 지분 100%를 인수하는데 105억원을 투입했다. 태억건설은 신생 기업으로 첫 번째 개발사업에서 성공하며 경남지역에서 떠오르는 시행사로 주목받던 곳이었다.
태억건설의 첫 작품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범천동에 자리한 '두산위브센티움'이었다. 32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로 아파트 288가구, 오피스텔 72실로 구성됐다. 분양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를 통해 300억원을 상회하는 분양 매출을 거둬들였다.
특히 진흥기업이 100억원 가량을 들여 시행법인을 인수한 것은 태억건설이 울산 지역에 토지를 확보해 두고 있었던 만큼 곧바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진흥기업은 인수 이후 태억건설이 보유 중인 부지를 활용해 울산지역에서 주택사업에 나섰다. 진흥기업과 태억건설의 첫 번째 협업은 울산 중구 우정동에서 35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 '마제스타 타워' 개발이었다.
마제스타 타워는 아파트 396가구, 오피스텔 100실 규모로 공급됐는데, 분양은 이번에도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분양 매출만 1430억원에 달했다. 수익은 100%지분을 가진 진흥기업의 연결로 잡혔다.
하지만 이후 진흥기업은 태억건설을 활용해 별다른 사업을 벌이지 않았다. 2008년 갑작스레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진흥기업이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진흥기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2009년 149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후로도 2011년까지 수천억원의 손실이 이어졌고, 결국 채권단 공동관리 절차(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이후 진흥기업이 워크아웃에서 벗어나기까지 무려 7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 기간 태억건설은 별다른 사업을 벌이지 않고, 마제스타 타워의 하자 및 보수 업무만 맡았다. 그러다 2017년 12월 28일 진흥기업은 태억건설을 부산지방법원에 파산 신청했다. 추가 사업을 추진할 상황도 아닌데다, 지속해서 고정비만 지출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지난달 13일자로 파산이 종결됐고, 진흥기업의 종속회사에서 10여년만에 완전히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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