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되는 한진그룹 '권력 집중도', 조원태 사장에 모일까 [조양호 회장 타계]그룹 지배력 이완, KCGI 등 '외부 변수' 힘 커져…'내부 정비·지분 확보' 관건
고설봉 기자공개 2019-04-09 11:27:55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8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 별세로 한진그룹 경영환경에 대 변화가 시작됐다. 한진그룹 최대주주이자 최고 경영자였던 조 회장에게 향했던 '권력 집중도'가 이완되면서 지배구조 및 경영권에 누수가 생겼다. 틈을 메우고 한진그룹을 이끌 새로운 리더를 세우는 일이 조 회장 사후의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조 회장에게 집중됐던 권력의 '이완 사태'는 이미 지난해부터 서서히 시작됐다. 연말을 거치며 최고조에 이르렀다. KCGI는 한진칼 및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경영환경, 실적 등에 대한 '실패론'을 펴며, 그 원인을 조 회장에게 집중된 권력구조에서 찾았다. 이후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정부까지 나서 조 회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대한항공, ㈜한진, 한진칼 주총을 거치며 '권력 집중도' 이완 현상은 우선 진정된 것처럼 보였다. KCGI와의 대결에서 한진그룹이 판정승을 거두면서 조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이 입증됐다.
그러나 조 회장의 별세로 다시 '원점'이 됐다. 조 회장에게 쏠렸던 '권력 집중도'에도 한층 더 변수가 많아졌다. 그 틈을 파고든 KCGI와 국민연금(정부), 기관투자자 및 개인투자자, 직원 등의 움직임도 예측 불가능하다. 한진그룹 내부에서 '권력 집중도 이완'의 틈을 메우고 있는 조 사장의 셈법은 그만큼 더 변수가 많아진 셈이다.
◇조양호 회장 향한 '권력 집중도'…46년간 쌓은 '최대주주·최고경영자'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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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이 막강한 권력을 얻을 수 있었던 근간은 한진칼에 대한 지배력이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모회사이자,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17.84%(우선주2.4%)를 보유한 개인최대주주이다. 그는 자녀 및 공익재단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추가로 약 11.11%(우선주0.62%)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렇게 확보한 28.95%(우선주3.03%)에 달하는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의 그룹 지배력의 밑거름이 됐다.
조 회장으로의 권력 집중도의 또 다른 근간은 대한항공에서부터 쌓은 오랜 경영 경험이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1980년 상무로 진급했고, 1988년 총괄수석 전무, 1989년 부사장, 1991년 수석부사장을 거치며 초고속 승진했다. 이후 1992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서며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가 대한항공을 경영한 시기 대한항공은 국적 항공사 1위를 넘어 글로벌 항공사로 발돋움 했다.
일련의 대한항공 경영에서 거둔 성과는 이후 조 회장을 지금의 한진그룹 총수로 세운 밑거름이 됐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회장을 거쳐, 한진그룹 회장으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정석기업, 한국공항, 한진, 진에어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회장 및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2013년 8월1일 대한항공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 및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며 조 회장을 향한 '권력 집중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집중도가 상승하는 만큼 조 회장의 권력도 더 공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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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집중도' 누수…파고든 KCGI와 국민연금
하지만 조 회장을 향한 '집중도'는 지난해부터 누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12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조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그러나 이미 한번 누수가 시작된 조 회장의 권력은 천천히 그 힘이 줄어들고 있었다. 조 회장은 결국 지난해 5월10일 진에어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을 사임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조 회장 및 그 일가에 대한 한진칼 직원들의 비판과 각종 제보로 인해 조 회장의 경영권은 조금씩 도전을 받았다. 각종 의혹제기와 실제 혐의가 불거진 사안들로 인해 조 회장은 검찰 및 경찰, 관세청의 포토라인에 서며 그룹 총수로서 이미지에 훼손을 입었다. 지난해 10월을 지나며 조 회장의 권력 누수는 그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
한번 시작된 누수는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정타는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였다. 지난해 11월15일 KCGI는 한진칼 지분 매집 사실을 공시하고,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권에 정면 도전했다. 이를 계기로 자본시장에서도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 물결이 거세졌다. KCGI는 이전까지 탄탄하게 유지돼 왔던 조 회장의 경영성과에 대해서도 각종 비판을 쏟아내며 공세를 높였다.
더불어 국민연금도 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하며 틈을 파고 들었다. 대주주의 도덕성 평가에 대한 자체적인 해석을 근거로 조 회장을 압박했다. 결국 조 회장은 올 3월27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 등기임원에서 물러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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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메우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포스트 조양호' 시대 맞을까
현재 조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사람은 그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다. 그는 대한항공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으로 올해 시무식을 직접 주재했다. 그가 대한항공 경영에 뛰어든 이후 처음으로 직접 시무식을 주재한 자리였다. 아버지의 빈 자리에 홀로 서서 KCGI와 국민연금, 주식시장 참여자, 직원들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보냈다.
현재까지 조 사장의 경영 성적표는 좋은 편이다. 우선 총수 공백 사태를 잘 넘기고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전체의 경영성과는 여전히 안정적이다.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장기 성장 계획도 발표했다. KCGI의 공세 속에서 일부 요구를 수용하며 그룹의 자산매각, 주주친화 정책도 내놓았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경영권 지키기에 나섰다. 올 3월29일 치른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도 KCGI에 판정승을 거뒀다.
직원들의 동요도 사실상 조 사장의 단독 경영체제 도래 이후 사라졌다. '오너갑질 폭로방'으로 대변된 대한항공 및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단체 카톡방은 사라졌다. 지난해 5월을 거치며 본격화 했던 직원들의 각종 집회도 사그라들었다. 한진그룹 전문경영인 및 임원들도 조 사장을 중심으로 경영환경을 새롭게 구축했다.
한진그룹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내부에서는 이미 조원태 사장을 중심으로 임원 및 전문경영인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똘똘 뭉쳤다"며 "올해 대한항공 시무식과 KCGI 및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의 과정을 거치며 더 단단한 체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조 사장의 지배력을 더 확장시켜줄 수단은 현재로서 제한적이다. 한진칼 등 그룹 계열사에 대한 보유 지분이 낮은 상태다. 현재 조 사장은 한진칼 지분 2.31%와 한진 지분 0.03%를 보유한 것이 전부다. 이외 계열사에 대한 직접 보유 지분은 없다. 조 회장의 지분이 안정적으로 상속되고, 상속 제원 마련 등이 이뤄진다면 총수 공백 사태는 일단락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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