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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준비 안된 성신양회, '2위→5위' 추락 [시멘트업 리포트]①생산량 업계순위 수년간 미끄럼, 내실 다져 M&A 2라운드 준비 관측

박기수 기자공개 2019-05-13 11:13:06

[편집자주]

국내 시멘트 시장은 치열하면서도 변동이 없는 역설적인 시장이었다. 7개의 업체들이 경쟁하면서도 이 구도가 30여년동안 깨지지 않고 이어져왔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모펀드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업계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M&A 1라운드가 마무리 된 현재, 각 업체들이 처한 상황도 가지각색이다. 각 업체들의 재무 상황과 지배구조 이슈 등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0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신양회는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시멘트업계 M&A 전쟁'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지갑 상황이 넉넉하지 않아서였다. 한때 쌍용양회에 이어 시멘트 생산량 2위였던 성신양회는 현재 5강 중 5위가 됐다. 2017년 기준 성신양회의 한 해 시멘트 생산량은 722만 톤으로 쌍용양회(1432만 톤), 한일시멘트(1179만 톤), 아세아시멘트(1134만 톤), 삼표시멘트(961만 톤)보다 생산량이 적다.

돌발 상황에 대한 탄력적 대응,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느냐 여부 등에서 업체들의 시멘트 생산 능력은 업계 내의 영향력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관점에서 3년 남짓한 시간에 벌어진 '2위에서 꼴찌'로의 하락은 성신양회에 전혀 유쾌한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성신양회가 무리하게 매물들을 인수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시선도 있다.

성신양회 생산량

성신양회보다 생산량 면에서 뒤처져 있었던 업체들은 그간 벌어졌던 인수전에서 승리하며 성신양회를 앞질렀다.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를, 삼표그룹은 동양시멘트를, 아세아시멘트는 한라시멘트를 각각 인수했다. 성신양회는 한라시멘트 인수전에 예비입찰자로서만 참여했을 뿐, 나머지 인수전에서는 목격자에 그쳐야만 했다.

걸림돌은 자금력이었다. 삼표는 동양시멘트를 2015년 중순에 약 800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2014년 말 성신양회의 부채비율은 221.8%, 차입금의존도는 전체 자산의 절반 수준인 48.4%에 달했다.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의 비중인 순차입금비율은 154.5%로 재무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쌓여있는 차입금만 500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50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성신양회가 만약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려 했다면 추가 차입이 필수적이었던 셈이다. 당시 성신양회는 번 돈의 80% 이상을 차입금 이자 상환에만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추가 차입은 성신양회로서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안되겠다' 싶어 도전장을 내밀었던 한라시멘트 인수전(2017년)에서는 상황이 더 여의치 않았다.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한라시멘트는 사모펀드의 자본재조정(Recapitalization, 리캡) 등으로 수천억원의 차입금이 쌓여있던 기업이었다. 성신양회의 사정도 별반 다를게 없었다. 2016년 말 성신양회의 부채비율은 219.8%이었다. 차입금의존도는 35.1%로 몇 년전보다는 소폭 완화했으나 여전히 35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이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재무 지표 추이

성신양회가 무리해서 한라시멘트를 인수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쌍용양회를 제치고 시멘트 생산량 면에서는 업계 1위로 올라갔을 여지가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개선 추세에 있던 성신양회의 재무 구조가 다시 악화일로로 접어들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차입금 감축 등으로 재무 부담을 낮춘 성신양회의 부채비율은 2017년 말 기준 173.8%이다. 금융비용부담률(매출 대비 이자비용 비중)도 2%로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한라시멘트를 인수했다면 부채비율은 275%로, 금융비용부담률은 다시 4%대로 상승한다. 몇 년전 재무 구조로 후퇴하는 셈이었다.

성신양회는 몇 년 후 다가올 시멘트업계 M&A 2라운드에 대비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로서 예고된 매물은 사모펀드가 쥐고 있는 업계 1위 쌍용양회다. '내실 다지기'를 위해 성신양회는 레미콘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지난해 성신양회는 레미콘 업체 한라엔컴의 지분 일부를 인수한 데 이어 자사 레미콘 부문을 물적 분할(성신레미컨)하기도 했다.

성신양회의 2018년 말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은 174%, 91%로 수년 전보다 훨씬 개선된 모습이다. 다만 여전히 3500억원 이상 쌓여있는 차입금 탓에 안정적인 재무 구조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 경기 불황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것도 고민이다. 지난해 성신양회는 매출 6881억원, 영업이익 298억원을 기록(영업이익률 4.3%)했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은 127억원(금융비용부담률 1.9%)이다.

성신양회 한라시멘트 인수했다면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7년 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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