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5월 15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 생태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모펀드(Fund of Fund)다. 모펀드는 각 벤처캐피탈에 자금을 공급해 자(子)펀드를 결성한다. 국내에서는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사다리펀드)이 대표적인 모펀드 운용기관이다. 펀드 규모가 크고 출자 대상이 운용사라는 점이 다를 뿐 사실상 벤처캐피탈과 판박이다.자연스레 운용성과 평가지표도 대동소이하다. 적절하게 분배한 모펀드 출자금을 회수해 얼만큼 수익을 올렸는지가 주요 평가 요인이다. 벤처캐피탈처럼 수익률에 방점을 두는 셈이다. 여기에 창업활성화 등 정책적 목표 달성 여부가 곁들여진다.
모펀드 운용기관과 벤처캐피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성과보수다. 성과보수란 말 그대로 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펀드가 기준 수익률을 넘겼을 때 받는 돈이다. 벤처펀드의 평균 운용기간을 고려하면 7~8년에 가까운 시간을 견뎌내야 받을 수 있다. 어찌보면 성과보수는 인력이탈이 잦은 벤처캐피탈 생태계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동기부여 장치다.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한국벤처투자나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성과보수를 받을 근거가 없다. 펀드 운용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사실상 전무하다. 수년 전 한국벤처투자가 수십억원대 성과보수를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규정이 없어 3억원 가량만 받아 전직원이 나눠 수령한 건 유명한 일화다.
미약한 인센티브는 인력 이탈과도 직간접으로 맞물린다. 직급을 막론하고 모펀드 운용 인력들이 일선 벤처캐피탈이나 다른 민간 출자기관으로 적을 옮기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들이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높은 급여와 함께 자신도 민간 벤처캐피탈 심사역처럼 '잭팟'을 터뜨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떠난다.
벤처창업 활성화 속에 모펀드 운용기관에 맡겨지는 자산도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덩치가 커진 만큼 운용 차질에 따른 부작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틀에 갇힌 모펀드 운용 인력 인센티브 제도를 되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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