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RBC비율 218%도 '불안'한 이유 [어닝쇼크 한화생명 긴급진단] ②규제·저금리로 LAT결손 우려…자본적정성 열위, 확충 모색
원충희 기자공개 2019-05-23 11:15:24
[편집자주]
국내 24개 생명보험사 중 2위. 삼성, 교보와 함께 빅3를 이루고 있는 한화생명은 2개 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한화그룹 실적을 불안하게 만들 정도다. 뿐만 아니라 책임준비금 부족, 자본확충 필요성 등 각종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화생명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간 빅3 명성에 가려져있던 내재위험을 진단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0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보험은 최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위한 태핑에 나섰다. RBC자기자본비율(218.6%)이 양호한 편인데도 추가 자본조달을 모색하는 것은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를 감안한 행보로 분석된다. 금리하락 기조로 할인율이 낮아지면서 책임준비금 필요액(보험부채)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보험부채 급증으로 준비금이 잉여에서 결손으로 전환될 경우 보험사는 그만큼 자기자본을 쌓아야 한다. 현재 시장에서 위험신호를 울리고 있는 곳은 한화생명이다. 역마진을 일으키는 확정금리부채 비중이 여전히 큰 데 비해 자본적정성은 삼성·교보 등 경쟁사는 물론 업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 탓이다.
◇자본지표 문제 있나? 또 영구채 모색
한화생명은 최근 영구채 발행을 위해 증권사에 제안요청서(RFP)를 보내는 등 시장 분위기를 살펴보고 있다. 앞서 2017년 4월(5000억원), 2018년 4월(1조673억원) 두 차례 걸쳐 총액 1조5673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찍었으니 올해도 자본확충에 나설 경우 3년 연속 발행이 된다.
한화생명의 자본적정성에 당장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3월 말 기준 RBC비율은 218.6%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상회하는 등 안정권에 있다. 그럼에도 추가조달을 모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에선 LAT평가에 따른 책임준비금 결손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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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준비금은 보험사가 장래의 보험금 및 환급금 지급에 대비해 가입자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제한 금액을 적립한 것이다. 사고보험금 혹은 만기환급금으로 돌려줘야 할 돈이라 회계상 부채다. 준비금은 보험료 운용수익 기대치를 감안해 할인 책정된다. 할인율(무위험이자율+유동성프리미엄) 산출구조상 금리가 올라가면 책임준비금 부담이 덜해지는 구조다.
과거 원가주의 회계(GAAP) 시절에는 가입 당시의 이자율로 준비금을 산출·적립하면 됐으나 시가주의 회계(IFRS)가 도입되면서 보험부채를 현재의 시장금리로 재평가해야 하자 문제가 불거졌다. 기대수명 상승과 이자율 하락 탓에 필요준비금 규모는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LAT평가제를 도입, 단계적으로 준비금 적정성을 살펴보는 중이다. 그간 쌓아둔 책임준비금이 LAT평가액(필요준비금)보다 많으면 잉여로, 적으면 결손으로 처리된다. 결손이 생긴 보험사는 부족액 만큼 자기자본을 쌓아야 한다.
상품만기가 길고 과거 확정금리보험을 많이 팔았던 생보사들은 준비금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특히 업계 2위 한화생명은 시장에서 가장 우려스런 눈길로 보는 생보사 중 하나다.
◇할인율 하락, 보험부채 증가 '먹구름'
한화생명은 지난 2017년 말 LAT평가 잉여금이 7조728억원이었으나 작년 말에는 1조1911억원으로 급감했다. 제도변경 영향으로 3조원, 금리하락 영향으로 2조7000억원 정도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할인율 10bp당 LAT 민감도는 1조2000억원 수준"이라며 "신계약 영업을 통해 1조원 수준의 잉여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리가 크게 하락하지 않으면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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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계산하면 올해 할인율이 20bp만 낮아져도 LAT평가는 결손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한화생명 측이 밝힌 올해 LAT제도 강화에 따른 영향을 할인율로 변환하면 15~25bp 하락 수준이다. 여기에 금리하락을 고려하면 더 낮아질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가 추정한 올해 할인율 하락폭은 최대 40bp에 이른다.
40bp로 가정할 경우 한화생명의 LAT 결손은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회계상 소급적용으로 전년도 역시 바뀐 할인율을 적용하면 부채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LAT평가가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점, 2022~2024년에 새 회계기준(IFRS17)과 자본규제(K-ICS) 도입이 준비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연내 자본확충 이슈가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생명은 경쟁사에 비해 자본여력이 약한 편에 속한다. 대형사인 삼성생명(338.4%), 교보생명(322.1%)은 물론 미래에셋생명(256.4%), 동양생명(235.7%)에도 미치지 못한다. 작년 말 24개 생보사 평균(271.2%)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확정금리부채 비중이 크다는 것 또한 한화생명의 자본우려를 부채질하는 요소다. 1분기 말 기준 한화생명의 보험료적립금 가운데 확정금리 비중은 45.7%로 삼성생명(41.1%), 미래에셋생명(41.7%), 동양생명(31.8%) 등 다른 상장 생보사들보다 비대하다. 확정금리부채 평균부담이율은 6%를 웃돌고 있다. 참고로 한화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31%로 전년 동기(3.91%)대비 60bp 떨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금리연동형상품 판매를 통해 그간 확정금리부채를 희석해 왔으나 국내 최초 생보사로 오랜 업력을 가진 만큼 과거 고금리 시절 팔았던 확정금리상품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연말 LAT 결손 가능성이 큰 데 견조한 보험이익으로 일부 감당할 수 있지만 자본확충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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