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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자금지원 방안 'CB'로 확정한 산은, 무엇을 노리나 [아시아나항공 M&A]재무구조 안정·매각 안정성 담보·투자수익 '3중 포석'

고설봉 기자공개 2019-06-19 08:24:37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8일 1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5000억원 지원 방식으로 왜 CB를 선택했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산은을 '정책금융기관'으로만 제한해 접근하면 문제는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산은이 부실화한 기업을 구조조정 하는 차원을 넘어, 투자 수익을 회수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5000억원 규모 영구CB 발행과 산은의 전량 인수는 당초 4월23일 발표된 산은의 지원 방안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앞서 4월16일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우리가 빨리 이렇게 (지원)하는 건 시장 신뢰 잃기 전에 제대로 돌아가게 하자는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산은의 지원 결정 이후)시장에서 벌써 상당히 안정화되고 있고, 신뢰 시그널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해 상반기부터 불거진 유동성 압박이 올해 초 위기로 전이되는 상황에서 산은은 채권은행으로서 권한을 강화했다. 그리고 박삼구 전 회장 및 금호아시아나그룹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자,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당시만 해도 산은은 '성공적으로 매각하기 위해 시장의 신뢰를 조기에 회복하는 차원'에서 급한 불을 꺼주기 위한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실제 이 회장은 4월16일 기자 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에 안정을 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준의 자금이 들어갈 것"이라며 "그래서 시장 신뢰를 충분히 얻는 게 향후 매각에도 도움되고 정상화 도움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금 지원 규모가 결정되기 전인 4월23일 이 회장은 일종의 '전략'을 언론에 드러낸 셈이다. '돌이킬 수 없을만큼 부실화 하기 전에 급한 불을 끄고, 경쟁력이 있는 상태에서 매각한다'는 것이 그날 기자 간담회에서 공개된 이 회장의 생각의 핵심이다.

이 기자 간담회 이후 시장에서는 산은이 영구채 형태로 아시아나항공의 급한 불을 꺼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영구채는 차입금이지만, 만기가 30년으로 긴 만큼 재무제표에는 자본으로 계상된다. 이에 따라 외부에서 자금을 모집했지만, 부채비율 등은 상승하지 않아 재무구조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당시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등을 상환하기 위한 자금이 부족했고, 부채비율도 높았던 아시아나항공의 현황을 배려한 처사로 여겨졌다. 이 회장도 당시 간담회에서 "일단 영구채 방식 거론되고 있다"며 "다만 방식은 확정된 것 없고, 규모에 대해서도 차후에 협의를 거쳐야 확정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4월23일 발표된 지원방안에서 산은은 영구채가 아닌, 영구전환사채로 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회장의 고민이 마지막에 영구CB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산은 내부에서는 어떤 포석을 가지고 영구채에 전환권 옵션을 넣었을까.

이번에 산은은 영구CB 발행 조건을 일반적인 영구채와 똑같이 가져갔다. 산은은 4000억원에 달하는 영구CB에 대해 최초 이자율 연 7.2%를 적용했다. 이어 발행 2년 뒤에는 최초금리(7.2%)에 2.5%를 추가 적용하고, 조정금리도 더한다. 또 발행 5년 뒤에는 한번 더 이자율을 높인다. '매 1년째 되는 날 직전 이자율'에 0.5%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매년 이자를 높인다. 이자 등의 조건을 보면 일반적인 영구채와 차이가 없다. 다만 산은은 여기에 '주식전환' 옵션을 한가지 더 추가했다.

영구채와 영구CB의 가장 큰 차이는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향후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포인트다. 이는 산은 입장에서 일종의 담보다. 만에 하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되고, 경영정상화가 진행되지 않고, 이에 따라 산은이 원금 및 이자를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산은으로서는 빌려준 5000억원 대신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확보해 직접 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하지만 매각이 불발될 경우,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확보한다고 해도 그 가치는 5000억원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주식으로 전환하기 보다 원금을 상환받는 쪽이 산은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최근 52주 주가 추이를 살펴봐도 이는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였고, 매각이 발표되면서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현재는 예년 수준의 주가보다 약 10% 가량 높은 주가를 보이고 있다. 실적 등은 예년과 똑같은 흐름을 보이지만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히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및 재계에서는 산은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오히려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가치가 높아질 것을 전망해 영구채에 주식전환 옵션을 추가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이 자금을 투입하고, 구조조정 뒤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짰다는 평가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투자은행(IB)처럼 M&A를 통해 대거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전환사채 발행은 매각에 대한 산은의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영구전환사채 발행을 '구조조정 과정의 담보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란 논리는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지금 현상으로 보면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뒤, 주식으로 전환해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산은이 투자은행들이 할 법한 구조를 짠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향후 매각 완료 뒤 원금 회수 등을 위해 주식전환 옵션을 넣은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업이 결정할 내용으로, 주식 전환해서 주식을 추가로 늘리거나, 현금으로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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