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손실 거래'로 끝난 부영그룹의 '을지빌딩' 더존비즈온 4501억에 매매계약, 손익분기점 못넘겨
김경태 기자공개 2019-08-19 09:03:09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4일 11: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영그룹이 골치였던 을지빌딩을 떠나보낸다. 잇단 거래 무산 과정에서 몸값이 낮아졌고 부영그룹은 사실상 손실 매각을 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약 3년 전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사업 확장에 대한 장밋빛 기대를 했지만 품었지만 상처만 남기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더존비즈온 구원투수 등장...사실상 손실 매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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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은 을지빌딩을 4380억원에 매입했다. 3.3㎡(평)당 거래가는 2650만원 정도로 당시 국내 프라임급오피스빌딩 매각에서 단위면적당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상업용부동산 사업을 위해 관련 경력직원을 충원하는 등 부영그룹은 야심 찬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성과는 시원치 않았다. 40%를 웃도는 공실 등으로 고전하면서 결국 을지빌딩을 다시 시장에 내놨다. 작년 에스원·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CIK)를 매각주관사로 구한 후 원매자를 물색했다.
매각 입찰 후 이지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거래가 무산됐다. 차순위였던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인수후보자로 나섰지만 또다시 거래가 결렬되면서 매각이 난항을 겪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그 후 또다른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매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어 부영그룹은 매각주관사를 통하지 않고 더존비즈온과 협상을 벌였고 매매계약 체결로 이어지게 됐다.
더존비즈온이 구원투수로 등장해 부영그룹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매각가 때문이다. 더존비즈온과 부영그룹이 체결한 매매계약금액은 4501억원이다. 단순히 거래가만 보면 121억원가량의 시세차익(Capital Gain)을 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르다.
을지빌딩 매입주체인 부영주택은 부동산을 인수하면서 당시 매도자였던 삼성화재로부터 돈을 빌렸다. 차입금은 2120억원으로 연이자율은 3.15%다. 1년에 67억원 정도의 이자비용이 발생했다. 부영주택이 소유한 기간이 2년 반이 넘는 만큼 약 15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이 지출된 것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매입 당시에 지출되는 각종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오피스빌딩을 살 때 취득세를 포함한 소유권이전비용이 나간다. 일반적으로 매매가의 약 4.7% 수준이다. 부영주택의 부영주택 매입가 4380억원에 대입하면 207억원으로 단순 계산된다.
이 외에도 대거 공실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 등이 지출된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부동산업계에서는 부영그룹이 4800억원 이상으로 팔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이지스자산운용과 하나대체자산운용 모두 비슷한 수준을 제시했었다.
이번에 더존비즈온이 을지빌딩을 매입하기 위해 삼창감정평가법인에 받은 감정평가금액도 4800억원이었다. 하지만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 완료를 앞두면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손익분기점 더 낮다는 분석도
거래 관련자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부영그룹의 을지빌딩 매각 손익분기점이 더 낮다는 다른 분석도 있다. 그간 임대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기는 했지만 일부 들어온 임대수입과 각종 이익을 고려할 때 3.3㎡당 2750만원이 손익분기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3.3㎡당 가격을 연면적에 대입하면 총 매각가는 4546억원으로 계산된다. 더존비즈온과 매매계약금액으로 합의된 것보다 45억원가량이 적어 사실상 손실을 보는 것은 마찬가지인 셈이다. 더구나 부동산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유권이전비용과 양도소득세 등을 고려하면 손실 폭은 더 클 수도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부영그룹이 더존비즈온과 계약의 세부적인 비용에 관한 협의가 있을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이 경우 부영그룹의 손익 개선에 보탬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매수자 측과 계약 내용에 대해 향후 2년간 밝히지 않기로 합의해 설명할 수 없다"며 "매각 손익과 관련해 손실을 본 것이라고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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