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매각]계속 변하는 딜 구조, '유동화·통매각→분리매각'크레디트스위스 딜 설계 후 흥행 가능성, 매력 못느낀 GS칼텍스 이탈
박기수 기자공개 2019-10-16 09:22:14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5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매각 프로세스는 올해 5월 말 경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진다. 현재 상황은 전략적 투자자로 정유 3사(△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가, 재무적 투자자로 두 곳의 자산운용사(△코람코자산신탁 △맥쿼리자산운용)가 자산 인수를 위해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FI와 SI 중 한 곳이 짝을 이뤄 최종 인수 후보로 결정될 이번 인수전의 '딜 구조'는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작품인 것으로 확인됐다.매각 프로세스가 시작되고 네 달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에 대한 거래 프로세스는 여러 번 바뀌었다. 애초에는 SK네트웍스 내부에서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 back) 형태로 주유소 자산만 유동화해 현금을 얻고 사업은 그대로 영위하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이내 유동화 안(案)은 뒤로 밀렸고 '매각'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이때 '매각'은 주유소 자산과 운영권을 통으로 묶어 파는 '통매각' 형식이었다. SK네트웍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SK네트웍스가 초기 단계에 매겼던 가격표는 약 1조4000억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너무 높은 가격에 인수 후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자 이때 CS가 등장해 주유소 자산과 운영권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이 고개를 들었다. 이에 정유사들과 FI들까지 다시 관심의 불씨를 살렸고, 적기에 딜 구조를 바꾼 덕에 매각 흥행의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1차 매각 제안 '통매각'
CS가 개입하기 전 '통매각' 형식을 고수했던 SK네트웍스는 가장 먼저 같은 그룹 계열사인 SK에너지에게 인수 의향을 물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SK에너지가 난색을 보이자 에쓰오일과 GS칼텍스 등으로 문의가 이어졌다.
딜 관계자는 "애초 SK네트웍스는 주유소 자산과 운영권을 한 번에 매각하는 '통매각'을 고수했다"면서 "다만 1조4000억원이라는 금액이 규모가 적은 금액도 아니고, 주유소 사업의 수익성이 그렇게 좋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유사들이 인수에 난색을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주유소 사업이 속해있는 SK네트웍스의 MOST 사업부는 순손실 44억원을 내며 적자를 내고 있다. 단기간에 급진적인 실적 반등이 어려운 사업을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가져오기에는 정유사들의 사정이 그렇게 넉넉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록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를 손에 넣으면 전국 주유소 개수 순위가 단숨에 2위권으로 올라가는 상황이었지만, 인수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해 제안을 거절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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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매각' 구조 변경 후 딜 흥행 가능성
그러다 CS가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SK네트웍스와 CS 측은 실제 주유소를 운영할 주체인 정유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가 '높은 가격'임을 알아차리고 정유사들의 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 결과 주유소 토지 및 유형자산 등은 재무적 투자자가, 운영권은 정유사가 인수하는 방식의 딜 구조가 탄생했다.
딜 관계자는 "정유사는 비교적 적은 금액만 투자해 SK네트웍스 주유소를 운영하며 이익을 창출하고, FI들은 정유사들을 통해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이익을 배당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와 CS가 새로운 딜 구조를 들고 오자 정유 4사들은 다시 관심의 불씨를 살렸다. 이 과정에서 GS칼텍스만 여러 시나리오를 그려본 끝에 인수를 끝내 포기했다고 알려진다. 딜 관계자는 "애초에 GS칼텍스도 SK네트웍스 주유소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었다"라면서 "예비 입찰 당시 LOI를 제출했다고 시장에 알려졌지만 결국 철회하기로 하면서 LOI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유사들의 관심을 되살린 딜 구조에 대해 현재로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에서 에너지 사업은 매년 규모가 작아지고 있어 직영주유소 사업도 몇 년 전부터 매각할 것이라는 루머가 업계에서 돌고 있었다"면서 "항상 걸림돌은 수익성 대비 너무 높은 가격이었는데, 이번 매각 딜 구조가 정유사들에게 매력적으로 짜여지면서 딜 전체가 흥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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