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GS' 재계 상위 재벌 가문, 추가 협력관계 맺을까 'GS칼텍스' 부상, 대한항공 등과 거래관계…'상호협력 차원' 명분도
고설봉 기자공개 2019-10-25 08:29:23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4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과 GS그룹 오너일가간 추가 협력관계 구축이 이뤄질 수 있을까. GS그룹 오너일가가 GS홈쇼핑을 통한 측면 지원에 나서며 한진그룹 오너일가 백기사를 자처했다. 하지만 현재 한진가(家)가 겪고 있는 경영권 위협을 완전히 해결해줄 수준은 아니다. GS가가 향후 다른 계열사 등을 통해 한진가의 손을 추가로 잡아줄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진다.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보유하던 ㈜한진 지분을 GS홈쇼핑이 인수하기로 하면서 두 그룹 오너일가간 협력관계 구축이 표면화됐다. 중요한 점은 단순한 '지분 품앗이'를 넘어 한진그룹 지배구조 이슈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GS그룹이 직접 개입하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 한진가는 KCGI와의 경영권분쟁을 겪으며, 동시에 상속재산분할이란 숙제를 풀어내고 있다. 단순히 상속세 재원 마련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KCGI의 공세 속에서 GS가가 한진가의 손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GS가의 도움은 한진가의 숨통을 터주는 차원에서 효과가 그쳤다.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내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한진칼을 중심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KCGI간 분쟁이 장기화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조 회장 일가의 최대 고민은 고 조 전 회장이 남긴 한진칼 지분을 온전히 상속받아 지배력에 누수가 생기는 사태를 방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차원의 추가적인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진가 입장에서는 한번 손을 잡은 GS가와의 협력을 더 강화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고, 단기간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군으로 분류되는 전략적 투자자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재계에서도 GS가가 나서 한진가의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를 측면지원하는 백기사 역할에 더 힘을 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GS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의 역할론이 부상한다. GS칼텍스는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폭넓은 거래관계를 맺고 있다. 대한항공, 진에어, 한국공항, 아이에이티 등 한진칼 자회사들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항공유 주 납품처로 GS칼텍스를 선정했다. 올 상반기에만 이들 4개 계열사가 매입한 항공유만 총 1조7028억원에 달한다. 연간으로 산정하면 그 규모가 약 3조5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GS홈쇼핑의 ㈜한진 지분 매입에 대한 배경 설명에서 향후 GS칼텍스의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 매입 가능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GS홈쇼핑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GS홈쇼핑이 물류협력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한진에 전략적 투자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입을 맞춘 듯 ㈜한진도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 강화'라는 표현을 쓰며 GS홈쇼핑의 투자를 반겼다. 향후 GS칼텍스가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협력사의 지분을 매입한다'는 명분을 내걸면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GS칼텍스가 한진칼 지분을 직접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 GS홈쇼핑과 ㈜한진은 1대1 거래관계를 맺고 있다. 때문에 GS홈쇼핑이 ㈜한진의 지분을 바로 매입하는 데 '전략적 투자'라는 명분을 앞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GS칼텍스와 대한항공, 진에어 등은 1대 다수의 거래 관계다. 때문에 GS칼텍스가 '사업 안정성'을 위해 대한항공 지분은 매집하고, 진에어 지분은 매집하지 않는다면 명분의 일관성을 잃게된다. 이런 차원에서 GS칼텍스가 각 계열사별 지분을 매입하는 것 보다 그 회사들의 모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한번의 지분 투자로 거래관계에 있는 4개 회사 모두에 '전략적 투자'를 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명분도 살리고,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GS칼텍스가 한진칼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면 KCGI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한진가의 우위가 점쳐진다.
하지만 GS칼텍스가 한진칼 지분 투자에 직접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당장 ㈜한진 지분과 한진칼 지분의 무게감은 전혀 다르다. 더불어 고 조 전 회장이 남긴 ㈜한진 지분은 외부에 팔려도, 오너일가의 지배력에 누수가 생기지 않는다. 반면 한진칼 지분이 외부에 팔린다면 지배력에 누수가 생기게 된다. 그만큼 한진가 입장에서도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우호세력이 아니면 쉽게 지분을 맡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칼 지분에 대한 오너일가간 합의 및 활용 방안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GS그룹 관계자는 "GS홈쇼핑이 전략적으로 ㈜한진 지분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며 "지주사 차원에서 검토한 것은 없고, 각 계열사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지주사 차원에서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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