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구조조정]이스타항공, 중단된 '신규 투자'…위기 돌파구 있나항공기 23대중 4대 운항정지, 가동률 '뚝'…'신규노선' 일부 차질
고설봉 기자공개 2019-11-21 08:08:48
[편집자주]
아시아나항공에서 시작한 항공업계 구조개편 바람이 저비용항공사들로까지 불고 있다.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늘어난 항공사와 격화된 경쟁, 그리고 한일 갈등에 본격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M&A를 통해 도약을 시도하는 항공사도 있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항공사도 이미 등장했다.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0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스타항공의 비상이 멈췄다. 꾸준히 실적 개선을 이루며 성장세를 유지해 왔었지만 올해 들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한일 갈등에 따른 일본노선에서의 고전, 잇따른 항공기 기재 이상에 따른 운항정지 등이 겹치며 위기를 맞았다. 가용할 수 있는 항공기가 줄어들며 항공기 가동율은 떨어졌고, 고정비율 상승은 이어지면서 당장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이스타항공은 올해를 시작하며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올 2월 인천발 나트랑, 푸꾸옥 등 베트남 노선을 신규 취항하고, 7월에는 인천발 상하이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10월에는 인천과 제주에서 총 8개 노선을 새로 띄웠다. 일본노선에서 운항에 차질을 빚으면서 대체지를 찾아 중국과 대만 등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곳에 집중적으로 노선을 확장했다. 하지만 노선 확장 전략이 계획대로 다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싱가포르, 알마티 등으로 취항지 확대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취항을 보류 중이다.
신규노선 증설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항공기 부재로 꼽힌다. 올해 초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인 보잉 737 Max8 2대를 새로 들여왔지만, 안전 이슈가 불거지며 올해 3월부터 운항정지에 빠졌다. 현재까지 문제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고심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보잉 737-800 NG에서도 결함이 발생해 2대를 운항정지 했다.
잇따른 운항정지가 이어지면서 보유하고 있는 기재의 운항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스타항공은 보잉 737-800 NG 19대, 보잉 737-900 NG 2대, 보잉 737 Max8 2대(Grounded) 등 총 23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운항정지된 항공기 4대로 인해 실제 운항에 투입되고 있는 항공기는 19대다.
운항할 수 있는 항공기 대수가 줄어들면서 곧바로 매출 감소가 이어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평균 항공기 1대당 1일 가동율은 13시간이다.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23대의 1일 가동률을 추정하면 총 합계는 299시간이다. 그러나 운항정지된 항공기를 제외하고 19대로 다시 계산하면 하루 가동률 총 합계는 247시간으로 줄어든다. 통상 LCC들의 국내선 평균 그라운드 시간은 30분, 국제선의 경우 1시간으로 잡고 있다. 이 시간들을 제외하면 실제 가동률은 더 줄어든다.
항공사에 있어 항공기 가동율은 매출과 직결된다. 항공기를 최대한 많이 띄우고, 이용시간을 최대한 늘려야 매출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여러 이유로 이용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매출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더불어 리스료 등 고정비 지출이 지속되는 만큼 가동율이 떨어지면 수익성도 더 나빠진다.
또 항공기 운항정지로 인해 실제 가용하지 못하는 항공기가 있을 경우 신규노선 개설 등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당장 운항하고 있는 정기노선에서 항공기를 빼서 다른 신규 노선에 투입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한정된 기재를 이용해 노선을 늘릴 경우, 기존 노선에서 항공편을 줄이고 새로운 노선에 투입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잉 Max 기종의 운항정지는 타격이 크다. 이스타항공은 보잉 Max 기종을 기반으로 운항거리를 늘려 중거리노선까지 신규 취항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보잉 Max는 차세대 주력기종으로 평가받으며 주요 항공사들의 구매 리스트에 올랐었다. 이 기종은 연료효율이 기존의 B737-NG와 비교해 약 14% 개선됐고 항속거리가 1000㎞ 이상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항속거리가 늘어난 만큼 이스타항공은 이 기종을 통해 기존 동남아(베트남 등)보다 더 장거리인 중앙아시아(알마티)와 싱가포르 등으로 노선 확대를 꾀했었다.
더불어 이스타항공의 운항정지된 항공기가 늘어난 것은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하면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1대당 매출은 약 270억원이다. 현재 4대의 항공기가 멈춰선 만큼 연간 매출 손실은 최대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실제 운항정지된 기간이 줄어들 경우 손실 금액은 낮아진다. 향후 항공기 운항이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이스타항공의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일본노선에서 기재들이 여유롭기 때문에 가동 시간에 좀 여유가 있다"며 "NG 기종은 12월 초에 미국으로 고치러 가면 2020년 1월 전에는 다시 운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계획대로 신규 노선 취항을 순조롭게 진행했다. 10월에도 인천과 제주에서 각각 신규 노선을 취항했다"며 "12월과 2020년 1월에 오키나와, 삿포로, 미야자키, 푸꾸옥, 지난, 블라디보스톡 등으로 신규 취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상 항공사들은 동계 스케줄을 짜서 10월에 취항지를 조정하는데, 큰 이슈가 없으면 기존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세하게 조정한다"며 "하지만 올해는 일본노선 이슈 때문에 국내 LCC들이 연초에 계획한 신규 취항 계획과 별도로 대부분 동계 스케줄을 크게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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