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월셔·와이키키'도 정리될까…조원태의 결심 주목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매각 검토 착수…재무 개선에 조현아 지우기 '1석2조'
유수진 기자공개 2020-02-10 07:53:1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7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개월 만에 마음을 바꿨다. 지난해 11월 "관심있다"고 말했던 사업 중 하나인 호텔을 사실상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한진그룹은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으나 재계에선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의 틀어진 관계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하고 있는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유휴부지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해 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에 있는 그랜드하얏트 등 나머지 호텔들도 사업성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내 호텔사업이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사업성에 따라 추후 개편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진그룹은 △그랜드하얏트 인천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LA 윌셔그랜드센터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 등 총 6개의 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전날 대한항공이 이사회를 열고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자회사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과 더불어 그룹 내 호텔·레저사업을 전면 개편하게 됐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저수익 자산과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핵심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잘 아는 분야에만 집중하겠다"던 조 회장의 그룹 경영 방침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한가지 다른 점도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뉴욕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항공운송 및 그와 관련된 사업에만 관심이 있다"며 "운송과 항공기제작, 여행업, 호텔 포함"이라고 말했다. 불과 3개월 전 품고가겠단 의지를 보였던 호텔을 이번에 손에서 놓아버린 셈이다.
당시 조 회장은 "이익이 안나는 사업은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호텔을 끌고가겠다고 밝혀 의아함을 낳기도 했다. 호텔이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비수익 사업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호텔사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1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한진칼 호텔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도 지난해 3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5년 이래 5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당시 재계 관계자들은 조 회장의 발언을 조 전 부사장 몫으로 호텔을 남겨두겠단 의미로 해석했다. 조 회장이 그룹 경영과 관련해 "아버님 뜻에 따라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셋이 합의했다"며 "때가 되면, 준비가 되면 다들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두 사람간 경영권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저 조 회장이 누나의 경영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 정도로 풀이됐다.
때문에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과 한진칼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레저·호텔사업 정리를 공식화한 것을 두고 조 전 부사장 흔적 지우기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조 전 부사장이 완전히 등을 돌린 만큼 굳이 적자사업을 끌어안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 회장 입장에선 해당 사업들을 정리하면 누나에게 더 이상 돌아올 곳이 없다는 경고를 날리는 동시에 재무상태도 개선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레저와 호텔사업은 조 전 부사장의 색깔이 짙고 적자의 주된 요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조 전 부사장은 2011년 왕산레저개발 설립 당시 첫 대표를 맡았고 ‘땅콩 회항’ 직후 경영 복귀를 시도했을 때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로 돌아오는 등 두 사업에 많은 애정을 보였다. 지금의 조현아를 있게 한 직접적인 성장기반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이 전날 매각을 결정한 송현동 부지도 과거 조 전 부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7성급 한옥 호텔'을 지으려 했던 곳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호텔사업이 적자를 낸게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닌데 이번에 정리를 하겠다는 건 재무구조 개편 외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조 전 부사장의 복귀 가능성이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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