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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쫓기는' KCGI, 공시 오류 '아마추어리즘'가처분신청서에 이사후보 경력 잘못 기재…김치훈 후보 사퇴 등 '준비 미흡'

박상희 기자공개 2020-02-28 11:35:53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8일 09: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서고 있는 3자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이 법원에 주주총회 의안상정 가처분신청을 하면서 이사회 후보자 이력을 잘못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경태 후보자 경력란에 앞서 사퇴한 김치훈 후보 경력을 잘못 기재했다. 주총 일정이 다가오면서 다급해진 3자연합의 실수다.

한진칼은 자사를 상대로 사모펀드 KCGI 산하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의안상정 가처분을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다고 27일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2대 주주다.

구체적으로 KCGI가 주주제안을 통해 의안으로 상정해 달라고 요구한 내용은 이사회 정관변경과 이사 후보 안건 등이다. 그레이스홀딩스는 다음 달로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서 자신들이 공개적으로 제안한 내용을 의안으로 상정하고 주총 날짜 2주 전까지 의안을 주주들에게 통지하라고 요구했다.


한진칼은 그레이스홀딩스의 가처분신청 내용을 공시하면서 별지 목록으로 주주제안 내용을 첨부했다. 첨부한 자료에 따르면 KCGI는 사내이사로 추천한 배경태 후보자 상세경력을 잘못 기재했다.

전 삼성전자 부사장(중국 총괄) 출신인 배 후보자는 2009년부터 줄곧 삼성전자에 근무했다. 근데 상세 경력에는 같은 기간 대한항공 런던공항지점장, 대한항공 상무, 한국공항 상무, 한국공항 통제본부장 등을 역임했다고 기재돼 있다.

해당 경력은 배 후보자가 아니라 사퇴 의사를 밝힌 김치훈 후보자의 프로필이다. 김 후보자는 앞서 18일 한진칼 측에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다"며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더욱이 김 후보자는 경력 부풀리기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다. 당초 3자연합은 김 후보자가 대한항공에서 본사 상무와 런던지점장 등을 역임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출신 관계자는 "김치훈 후보는 상무보로 승진한 이튿날 자회사인 한국공항으로 발령이 났기 때문에 대한항공 본사 임원 출신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면서 "해외 업무 이력도 정확이 이야기하면 기획·영업력이 필요한 런던시내지점장이 아니라 공항 관리 업무에 치중된 런던공항지점장을 지냈다"고 말했다.

3자연합은 당초 한진칼 이사 후보로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과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등 사내이사 4명(기타 비상무이사 1명 포함)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이사 후보군을 제안했다. 이 가운데 김 후보자가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3자연합이 추천한 이사진이 급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그 이후 이번엔 후보자 경력 기재를 잘못 기재한 것이다.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인물의 경력을 잘못 기재한 것은 단순 오류일 수 있다. 다만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핵심 주체인 KCGI가 이같은 기본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주총을 앞두고 심리적 압박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서에는 사퇴한 김치훈 후보를 제외한 7명의 이사 후보만 올려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KCGI가 김 후보 경력을 제대로 삭제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한진그룹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에 나선 KCGI가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에 이런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건 심리적으로 많이 쫓기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

3자연합 관계자는 "법무 대리인 쪽에서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정정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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