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벤펀드 포트폴리오 긴급점검]엔케이맥스, 신규 투자자 유치 '생사'달렸다기존투자자, 6월 275억 CB 풋옵션 행사 가능..신규 CB로 상환자금 마련 계획
이민호 기자공개 2020-03-18 13:20:35
[편집자주]
코스닥벤처펀드 ‘4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4월은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2년이 경과하며 풋옵션 행사가능일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받기 위해 도입 직후 제로 쿠폰금리 등 불리한 조건에 메자닌을 쓸어담았다. 이는 발행사 상환여력 악화와 코스닥벤처펀드 부실 가능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더벨이 운용사별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메자닌 편입 현황과 엑시트 가능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3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케이맥스 8회차 전환사채(CB)의 풋옵션 행사가능일 도래가 임박하며 운용업계의 시선이 신규 CB를 통한 자금조달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가 편입하고 있는 엔케이맥스 CB 물량은 모두 129억원이다.엔케이맥스는 8회차 CB 외에도 6·7회차 CB에 대한 미상환물량이 존재해 재무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운용업계는 신규 CB를 찍어내 상환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발행에 실패할 경우에 한해 코스닥벤처펀드의 투자금 회수 연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벤펀드 보유물량 129억, 풋옵션 행사일 ‘임박’…엔케이맥스 재무부담 ‘가중’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케이맥스가 2018년 6월 발행한 275억원 규모 8회차 CB의 풋옵션 행사가능일이 오는 6월 26일 도래한다. 발행 당시 코스닥벤처펀드가 인수한 물량은 모두 129억원이다. 제이씨에셋자산운용이 가장 많은 40억원어치를 담았고 스마일게이트자산운용(30억원), 브레인자산운용(20억원), 더글로벌자산운용(15억원), 오라이언자산운용(10억원), 대덕자산운용(10억원), GVA자산운용(4억원)도 일부 물량을 편입했다.
이들 운용사는 지난해 6월부터 전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해졌지만 주가 부진으로 장내에서 엑시트할 기회가 없었다. 자연살해(NK·Natural Killer) 세포 기반 면역진단키트 생산 및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업체인 엔케이맥스 주가는 제약·바이오 업종 동반 강세에 힘입어 2018년 1월 종가 기준 2만5800원까지 상승한 직후 꾸준히 우하향곡선을 그렸다. 8회차 CB 전환청구일이 도래했던 지난해 6월 26일 주가는 1만3550원이었으며 한 차례 급락을 경험한 그 해 8월 이후로는 1만1000원을 밑돌았다.
8회차 CB가 발행된 시기는 주가가 고점을 막 지난 시기였기 때문에 전환가액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최초 1만6463원이었던 전환가액은 수차례 리픽싱을 거쳐 최저한도인 1만2348원으로 하락했지만 이번달 11일 종가가 88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환차익을 누릴 수 없는 구간이다.
문제는 8회차 CB 외에도 풋옵션 행사가 가능한 잠재물량이 더 있다는 점이다. 엔케이맥스가 2018년 3월 키움증권 등을 대상으로 발행한 90억원 규모 7회차 CB의 풋옵션 행사가능일이 당장 이번달 30일 도래한다. 7회차 CB는 한 차례 조기상환을 거쳤지만 아직 70억원 규모 미상환물량이 남아있다. 여기에 2016년 8월 발행한 6회차 CB에서도 20억5000만원어치를 상환하지 않은 상태다. 6·7·8회차 CB는 표면이자율이 모두 0%로 책정돼있는 점은 인수자의 풋옵션 행사를 부추기는 또 다른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약개발업체 특성상 임상시험 등에 상당한 개발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메자닌을 발행해 자금을 다수 유입한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이익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대부분 메자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인 경우가 많다.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엔케이맥스도 지난해 9월말 연결 기준 보유하고 있는 145억원의 현금성자산으로는 상환여력이 부족하다. 6·7·8회차 CB의 만기가 모두 5년으로 책정돼있지만 풋옵션이 부여돼있는 만큼 엔케이맥스에는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8회차 CB에 투자한 일부 운용사는 이미 풋옵션 행사를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운용사 관계자는 “신약개발에 따른 주가 업사이드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2년전 투자했지만 예상보다 주가가 올라오지 않아 풋옵션 행사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방침”이라며 “엔케이맥스 측이 올해 초부터 투자자들과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들어온 제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엔케이맥스 “신규 CB 발행 논의 중”…운용업계 “조달 실패 가능성 낮다”
엔케이맥스는 지난달 다수 기관투자자와 CB 발행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엔케이맥스 관계자는 “공시한 내용 외에 추가 진행 상황을 공개할 수 없다”며 “풋옵션 행사일 전까지 주가가 전환가액 이상 오를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존 투자자와의 적극적인 협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신규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엔케이맥스가 추가 CB 발행을 성공할지 여부에 따라 기존 CB인수자들의 엑시트 성공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추가 CB 조달에 성공할 경우 기존 CB인수자들은 풋옵션 행사로 원금 수준을 회수할 수 있다. 일부 기존 투자자가 동의한다면 이들을 대상으로 차환발행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주가 부진을 반영해 전환가액을 기존보다 더 낮춰야 하는데다 최근 메자닌 발행시장 흐름상 이자율이 가산될 가능성이 높아 엔케이맥스의 재무부담이 가중된다. 일반적으로 풋옵션 행사가능일까지를 투자기간으로 잡는 CB투자자 특성상 투자기간이 늘어나는 차환발행은 반길 만한 선택지는 아니다.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추가 CB 발행에 실패한다면 기존 투자자와 협의를 통해 풋옵션 행사시기를 연기할 수는 있지만 최악의 경우 풋옵션 행사를 강행해 엔케이맥스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운용업계에서는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엔케이맥스가 보유한 암치료제와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등 임상·연구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은데다 지난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은 신약 파이프라인 ‘SNK01’에서 올해 임상결과 발표가 예정돼있어 모멘텀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엔케이맥스가 해외 자회사를 통해 나스닥시장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리고 있는 점도 모멘텀에 긍정적이다. 여기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펀드를 통해 주요주주로 진입해있고 국민연금공단도 투자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B 운용사 관계자는 “엔케이맥스 미국 관계사에서 진행 중인 임상에 대한 기대감을 투자포인트로 잡는 투자자가 신규투자에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멘텀에서 기존 CB 투자금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은 낮게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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