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속출' 롯데케미칼, 차입 감축에도 신용도 '안갯속' [Earnings & Credit]지난해 조 단위 차입 상환, 재무 버퍼 확충…영업익 둔화 현실화, 대내외 난관 속속
양정우 기자공개 2020-03-18 15:20:42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7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AA+)의 공고했던 신용도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에 빠져 있다. 올들어 가장 많은 악재에 노출된 기업으로 꼽힌다. 석유화학 산업이 코로나19 여파, 국제 유가 급락과 밀접한 데다 대산공장 화제라는 내부 악재도 겹쳤다. 국내 석유화학 사업이 다운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중장기적 수익성 둔화까지 우려되는 시점이다.롯데케미칼은 아시아 수위의 석유화학 기업으로서 그간 견고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해 왔다. 업황 부진에 수익성 둔화가 예고됐던 터라 지난해부터 차입금 감축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보수적 재무 정책만으로 수익성 하락에 따른 신용도 후퇴를 저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운 사이클 진입, 영업익 '뚝'…코로나19 확산, 공장 화재 '악재'
근래 들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다운 사이클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대표 기업인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악화가 뚜렷하다. 지난해 매출액(15조1235억원)과 영업이익(1조1073억원)이 전년보다 각각 5.9%, 43.1%나 감소했다. 대외 불안정성으로 매출 규모는 줄었고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가 감소했다.
다운 사이클이 이미 예견됐던 건 가뜩이나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급이 흔들린 가운데 공급 과잉을 부추길 이슈가 산재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중국이 대규모 설비 증설에 나설 예정이고 북미 지역 ECC(Ethane Cracking Center)의 공급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납사)'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된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에서 가장 기본적 원료로서 플라스틱과 필름, 비닐, 파이프, 타이어, 섬유 등 각종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은 대부분 NCC(Naphtha Cracking Center)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탓에 셰일가스 혁명이 뒷받침하는 ECC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북미 ECC는 2025년까지 확대 일로를 걸을 계획이어서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속적으로 축소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이달 에틸렌의 월 평균 가격은 3월초 기준 톤당 695달러로 2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실적엔 최근 잇따른 악재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확대된 코로나19 사태는 석유화학 제품의 글로벌 수요를 크게 위축시켰다. 국내 기업의 중국 수요처는 공장 가동률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 감산 합의가 오히려 증산 전쟁으로 번지며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유가 급락은 레깅효과(원유도입가격과 제품판매가 차이) 탓에 단기적 악재로 지목된다.
여기에 대산공장 NC(naptha cracker)공장이 화재로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생산 중단 분야의 연간 매출은 3조3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아직 화재와 관련한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재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말 시장에서 예견한 올해 실적 위축보다 부진의 폭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차입 감축, 재무건전성 뒷받침…현금창출력 회복 '요원'
지난해말 기준으로는 아직 수익성 지표가 'AA+' 등급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연간 에비타(EBITDA)는 1조8400억원(유무형 감가상각비 산입) 정도로 추산된다. 한때 4조원을 넘봤던 수준과 비교하면 현금창출력이 대폭 후퇴했다. 하지만 신용평가업계가 제시한 등급하향 요건(EBITDA마진 8% 미만)과는 아직 격차(지난해 말 기준 12% 안팎)가 있다. 롯데케미탈의 과거 수익성이 워낙 높았던 덕분이다.
커버리지지표(총차입금·순차입금/EBITDA)는 오히려 호전됐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차입 규모를 보수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이다. 총차입금 규모가 2018년 말 4조7864억원에서 3조6316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차환 발행까지 감안해 장기 차입금을 1조원 이상 감축했다.
미국 법인의 자회사(LACC) 지분 매각(약 9549억원 어치) 등 비경상적으로 유입된 현금을 토대로 빚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은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추산된다. 보수적 재무 기조로 다운 사이클에 대응한 덕분에 신용도 위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를 번 셈이다.
하지만 현금창출력의 회복이 시급하다. 올해 1분기 실적이 윤곽을 드러내면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층 더 악화된 석유화학 수급과 공장 화재 이슈로 EBITDA는 추가적 감소가 불가피하다. 비록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총차입금/EBITDA 지표는 당연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기업평가는 '순차입금/EBITDA 1배 초과', 한국신용평가는 '총차입금/EBITDA 3배 초과'를 각각 등급하향 트리거로 삼고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유가 급락 이벤트는 장기적으로 원재료 가격 하락이라는 이점이 있다"면서도 "롯데케미칼은 악재가 산적해 있어 수익성 회복을 속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 LG화학 등 경쟁사보다 고정 투자처가 적다는 게 위안거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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