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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ESG전략 점검]김광수 회장 '선택과 집중'…스터디 나선 농협금융⑪은행·자산운용·손보·캐피탈 영업에 ESG접목 주문…상반기 중 ESG펀드 출시

손현지 기자공개 2020-04-06 10:03:29

[편집자주]

국내 금융권에 ESG '붐'이 불고 있다. 그간 ESG는 비재무적인 요소로만 여겨졌지만 최근 평가기관이 속속 등장하면서 '수치화'되기 시작했다. 금융지주 회장들마다 ESG성과를 내기 위해 관련 인력을 늘리고 계열사간 협업 방안을 모색하는 등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지주사별로 ESG 성과지표 관리를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3일 14: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금융그룹은 그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상장사가 아닌 탓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등급 평가 대상자가 아니었고 관심에 대한 명분도 적었다. 계열사 중 상장사인 NH투자증권만 유일하게 ESG평가를 받으면서 노력을 기울인 정도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농협금융 내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김광수 회장을 필두로 경영진 차원에서 전 그룹 차원의 ESG업무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내부적으로 ESG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지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고 작년 말 지주 사업전략부문 산하 사업전략팀이 실무를 담당키로 했다.

김 회장은 올 초 경영전략 회의에서도 ESG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금융권 트렌드에 밝은 김 회장이 올해부터 '지속가능경영'으로 눈을 돌렸다는 평가다. 농협금융 한 임원은 "김 회장이 작년 내내 지속적인 경영 아젠다로 '디지털'이란 키워드를 끌고 갔다면, 올해는 ESG가 그 배턴을 이어받은 듯 했다"는 관측을 내비쳤다.

현재 김 회장과 함께 사업전략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형신 상무(CBSO)가 전 그룹의 ESG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 상무는 "ESG는 올해 농협금융의 핵심 과제"라며 "다만 이제 막 연구단계라 마스터플랜을 내놓을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사를 벤치마킹해 다각도로 방안을 구상 중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트렌드 동참…그룹 통용 투자·여신심사체계 준비

김 회장은 ESG 경영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아직까진 계획 수립 단계인 만큼 여러 활동에 욕심을 내기 보단 영업 일선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방안들 위주로 우선 실현해보자는 방침이다. 타 금융지주가 하는 사회공헌이나 기후변화에 대응한 방책들까지 따라가기는 어렵더라도 고객들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ESG를 실현하자는 의도다.

가장 먼저 농협금융이 쏘아올릴 신호탄은 NH-아문디자산운용 주도로 기획된 ESG관련 펀드 투자상품이다. 그간 아문디 SRI 투자방법론 도입을 확대해 '필승코리아Ⅱ' 펀드를 기획한 바 있다.

당초 지난달 상품 출시가 목표였지만 코로나19사태로 지연된 상태다. 상반기 중 개시를 계획 중인데 해당 기간동안 추가적인 시장조사를 통해 ESG에 적합한 기업들을 선정하는 기준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농협은행도 앞서 500억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펀드를 조성한 데 신재생에너지 투자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현재 지주 사업전략부는 그룹 차원의 획일화된 ESG 채권투자·대출심사 기준을 정립하려고 준비 중이다. 투자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두면 향후 은행 뿐 아니라 손보·생보, 캐피탈, 증권 업종 모두 주식이나 채권, IB딜에 투자할 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여신 신용평가시스템 업그레이드도 고려 중이다. 거래 기업의 윤리 경영 실태를 대출이나 금리 산정시 반영하는 등의 내용을 담는 방향이다. 기존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금리를 차등적용하던 것과 달리 새로운 여신심사 기준을 마련하는 셈이다.

'정성적'으로 판단해왔던 평가 기준을 프로세스화해서 '정량적'인 분석이 가능토록 구상하고 있다. 현재 거래 기업의 사업목적, 자금용도에 대한 점검차원에서 회사 정관 검토나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심사방향성은 아직도 미정이다. 기존 평판리스크를 고려해 사회적 책임경영을 수행하지 않은 기업에게 금융 투자혜택을 덜 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예컨대 탄소 배출기업 등 환경에 유해한 행위를 하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방향이다. 일단 석탄관련 사업 신규 투자는 지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대로 사회적기업이나 친환경기업에게는 금리 우대 혜택 등을 제공할 수도 있다. 협력사인 제조업 회사들과의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이들을 위한 펀드 조성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에게 보험료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적절한 투자 판단을 위해 각종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참여해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후변화 대응 ESG채권 준비, 농업금융 통한 사회공헌

현재 지주 사업전략부 내 ESG전담 실무진은 한 명 뿐이다. 적은 인력인 만큼 농협만이 할 수 있는 ESG경영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선 환경(Environment)측면에선 내부적으로 기후변화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농협은행은 작년부터 ESG채권 발행을 위해 차근차근 물밑작업을 진행해왔다. '지속가능채권 가이드라인'에 따른 관리 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외부 검증기관인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로부터 가이드라인에 부합한다는 검증보고서도 받았다. 현재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에 외화 표시 지속가능채권 발행자격을 갖춘 기관으로 등재돼있는 상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해 채권시장 상황에 따라 지속가능채권 발행을 한 차례 정도 계획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 발행시기나 발행 규모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은행 내 페이퍼리스 방안이나 에너지감축을 위한 사항이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농협은행의 경우 국내 최대 규모 IT센터인 NH통합센터를 보유하고 있어 에너지사용량도 상당하다. 상주 인원은 직원외에 협력업체도 포함된다.

지속가능채권을 발행은 환경 외에 사회(Social)평가의 '포용적 금융'과도 맞닿아 있다. 농협은행이 조달한 자금은 저소득층 농민에게 대출하거나 농촌 일자리 창출사업, 농촌환경 개선사업 등 금융 소외계층을 위해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농업협동조합이란 정체성을 살린 농업금융 위주의 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단기신용대출과 담보대출 위주로 지원되는 농업금융체계를 개선해 애그테크(Ag tech)기업 육성, 농업기술금융 체계 구축, 농촌 융복합산업 촉진, 농업 연관 금융상품 개발 등을 구상 중이다.

지배구조는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경영진의 감시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해 이사진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4명에 불과하던 사외이사를 최근 6명까지 늘렸다. 그러나 현재 감사위원회가 내부감사책임자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사외이사 6인 체제에선 감사위원회 위원(3명) 중 불가피하게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겸직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타 지주 대비 이사회 내 다양성 측면에서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재 농협금융 이사회는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4개 소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 역시 법상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곳만 두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이사회운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등도 운영했지만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통·폐합해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의 내부통제라는 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해 리스크관리위원회 운영구조를 촘촘히 짠 점은 긍정적이다.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외에도 부문장이 참여하는 리스크관리협의회와 이를 보좌하는 리스크관리실무회의가 존재한다. 또 리스크 점검을 위해 리스크관리부와 리스크검증단, 감사부로 이어지는 3중체계를 구축하는 등 내부통제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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