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개편에 설왕설래…도입 시점에 쏠리는 시선 "정무적 판단 아쉽다" 지적…통합법인 염두 관측도 나와
노아름 기자공개 2020-04-10 10:24:4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9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왜 굳이 지금 이 시점에 배달의민족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려 했을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맞물려 총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사회 이슈로 비화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정무적 판단'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형제들 통합법인을 염두에 두고 고정비 감소 효과와 현금창출력 증대를 도모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사실 배달의민족 요금체계 개편은 이미 예고됐던 사안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2월 2일 오픈서비스 수수료율을 기존 6.8%에서 5.8%로 낮추는 안을 오는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이 지난달 30일 기업결합 심사를 공정위에 신청하기에 앞서 수수료율 인하 계획을 선제적으로 알린 것이다.
이번 M&A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는 공정위가 심사과정에서 행태적 조건(수수료 인하)에 대한 제재를 감안해 미리 이를 제시하고 나서 감독 당국의 심사 부담을 낮추겠다는 포석이 깔렸다는 설명이다. 공정위가 시장 독과점에 따른 시정조치로 구조적 조건(일부 사업부 매각) 내지 행태적 조건(수수료 동결 혹은 인하) 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이에 선제적으로 대처했다는 의미다.
다만 정률제 개편 이후의 상황은 이해당사자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배달의민족 고객인 점주들이 반발했고, 정치권까지 나서 배달앱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형국이 돼 버렸다. 개편된 수수료 체계가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서 조사하겠다는 움직임 또한 생겼다. 이에 공정위는 세밀한 조사를 예고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이미 배달의민족 수수료 체계 개편을 예정하고 이를 시장에 알렸다고 하더라도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4월에 새 수수료 체계를 도입한 배경에 궁금증을 보이는 상황이다. 거래종결(딜 클로징) 시점을 감안하면 모든 절차가 완료된 이후에 수수료 개편을 추진하는 편이 감독당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아 이해당사자들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DH 본사 역시 심사 소요되는 기간이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기간(120일)을 넘길 것으로 봤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궁금증이 증폭된다. DH는 지난해 12월 중순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자료에서 승인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해 거래종결 시점을 오는 2020년 하반기로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우아한형제들의 수수료 개편이 우아한형제들-DH코리아가 단일법인으로 합병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등 서비스 체계를 비슷하게 수정하려던 시도의 결과물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DH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하던 우아한형제들 지분 87%를 매입하게 된다. DH는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는 DH코리아의 대주주로도 알려져있다. DH가 우아한형제들과 DH코리아를 각각 지배하게 되는데 독일 DH가 아시아사업 재편이라는 큰 그림을 그릴 때 이 두 법인의 통합 또한 고려해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개편된 수수료 체계가 DH가 운영하는 요기요, 배달통과 유사하다는 점 또한 이와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각각 '주문중개', '제휴음식점' 서비스를 통해 정률제로 건당 수수료를 부과했던 요기요·배달통와 달리, 배달의민족은 앱 상단에 노출됐던 '울트라콜' 정액제 모델이 점주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기존 배달의민족에 정률제 과금체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 정률제 개편은 울트라콜 구매에 상한선(가게당 3개)을 두고 오픈서비스 수수료율을 기존보다 1%포인트 낮춰 정률제 오픈서비스 가입을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딜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법인통합 또한 선택지 중 하나로 거론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법인으로 흩어져 있는 역량을 한 데 모으고 수익모델을 일원화하면 서비스 라인이 다르더라도 공통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 이베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할 당시 옥션과 지마켓을 각각 인수한 뒤 지마켓으로 옥션을 합병한 사례가 거론된다. 미국 이베이는 2001년과 2009년에 각각 옥션과 지마켓을 인수한 뒤, 2011년 옥션과 지마켓을 합병했다. 이후 합병법인의 사명을 이베이코리아로 변경했다.
다만 거래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해석을 일축했다. DH는 M&A 이후에도 국내에서는 요기요와 배달통 그리고 배달의민족을 현재와 마찬가지로 독자 브랜드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각자 경쟁체제를 구축할 예정으로 조직 개편이나 법인통합 계획은 예정된 사항이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개편된 정률제가 점주 부담을 낮추기 때문에 개편 체계의 수혜자는 고객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새 요금 체계 시행 전 자체 시행한 시뮬레이션에서는 가입 외식업주 중 52.8%가 배달의민족에 내는 광고비를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여러 개의 울트라콜을 구매하려면 부담이 컸던 반면 수수료 개편 이후 오픈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출에 연동된 수수료를 납부하면 되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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