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업 리포트]벽산, 유일하게 미소 짓는 하츠종속기업 중 나홀로 흑자…환기사업부 다각화·출혈경쟁 극복
이정완 기자공개 2020-06-02 08:17:39
[편집자주]
부동산 규제·사회간접자본 투자 감소 등으로 인한 건설 경기 불황은 건자재 업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매출 감소에 영업이익 급감은 일상사가 됐다. 인원감축, 공장가동 중단의 위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연관 업체가 늘고 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업을 미리 준비해 위기를 탈출하거나 신사업 발굴을 통해 탈출을 모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혼돈의 건자재 업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1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자재 전문 기업 벽산은 건재·페인트·주방기기를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벽산은 건자재 분야에서 오랜 업력을 자랑하지만 현재 유일하게 흑자를 보는 곳은 가장 최근 인수한 주방기기 사업이다. 건자재와 페인트 사업은 건설경기 침체 탓에 직격탄을 입었지만 주방기기 분야는 생산품목 다각화 덕에 이득을 봤다. 더불어 경쟁사의 부진으로 반사이익을 입기도 했다.최근 벽산이 공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벽산을 포함해 종속기업 중 유일하게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곳은 하츠뿐이다. 벽산은 벽산건설이 짓는 아파트와 시너지를 기대하며 2008년 하츠를 인수했다. 2010년 벽산건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워크아웃을 겪으며 회사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하츠는 지금도 회사 실적을 이끄는 효자 기업이 됐다.
하츠의 이익은 크지 않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도 9억원이다. 매출은 254억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 매출에 비해 9%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유사한 수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하츠의 이익이 눈에 띄는 건 벽산과 벽산페인트가 당기순손실을 지속하고 있기 떄문이다.
벽산은 지난해 매출 2618억원에 순손실 89억원, 벽산페인트는 매출 694억원에 순손실 2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두 회사는 적자를 이어갔다. 벽산과 벽산페인트는 수익성만이 아니라 외형 성장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8년과 2019년의 매출을 비교해봐도 두 해의 연간 매출이 거의 비슷하다.
벽산 관계자는 "건자재 시장은 산업용과 주택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전반적인 경기 약화로 산업용 건자재 시장이 둔화됐을 뿐 아니라 주택 경기 부진으로 주택 시장 실적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벽산은 천장재, 단열재, 외장재 등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다.
건자재 사업의 부진은 국내 주택 사업 침체와 맞물려있다. 통계청의 아파트 신규세대 분양 수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아파트 신규 분양은 감소 추세를 이어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4월까지 집계된 전국 아파트 신규 분양 수는 3만2191세대로 지난해 4월까지 기록했던 3만9967세대와 비교해 19% 줄었다.
반면 하츠는 국내 주택 시장 부진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연간으로는 성장세도 뚜렷하다. 2019년 하츠 매출은 1123억원,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2018년 매출 1035억원, 영업이익 13억원 대비 각 9%, 92% 증가했다.
하츠의 성장은 생산 품목 다각화를 통해 이뤄낼 수 있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벽산 관계자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환기사업부의 환기청정기 판매가 늘며 성장 견인 축이 됐다"고 설명했다.
주방 후드 분야의 경쟁사가 적자를 지속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하츠에게 득이 됐다. 인테리어 회사 에넥스 계열사인 엔텍은 수년 간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영업적자는 2019년 153억원, 2018년 8억원이었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엔텍과 하츠가 건설사 발주 사업에서 단가 경쟁을 벌여왔지만 엔텍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하츠가 수주하는 현장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츠의 올해 1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57%로, 2019년 46%, 2018년 45% 등과 비교하면 급상승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벽산의 연결기준 수주 상황을 살펴봐도 주방기기 비중이 높다. 하츠가 벽산 미래 실적을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3월말 기준 수주총액은 961억원인데 이중 696억원이 레인지후드 공사, 164억원이 환기시스템 공사다. 수주총액 중 90%가 하츠에서 나온 셈이다. 레인지후드 등 빌트인기기의 건설업체 수주분은 납품까지 약 2년이 소요된다.
현재 하츠 판매 실적 중 30% 이상이 건설사에서 발생하고 있다. 건설사 판매 대금 중 45%를 매출채권으로, 55%는 현금으로 받는다. 건설사 고객에게 판매를 늘리다보니 매출채권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어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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