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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옭아 맨 삼성물산 수주 지연 공시 이유 있었다 화력발전소, 본계약 전 '기초공사용' 계약…발주처가 '갑' 구조 이해해야

이정완 기자공개 2020-06-08 15:01:45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8일 14:5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운명의 날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따라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두 회사가 합병하기 전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던 제일모직에 유리한 구조를 짜기 위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의 주가를 낮추려 했다고 보고 있다.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시 지연 건은 검찰이 의심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수 차례 수주전을 치러온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공시 지연이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프로젝트마다 계약 시점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시세조종 사례로 거론되는 사례가 삼성물산의 수주 공시 지연 발표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기 전까지는 주가 흐름이 잠잠하다가 이사회 합병 결의 후 수주 공시를 잇따라 공개하며 주가 띄우기에 나섰다고 검찰은 분석한다.

특히 2015년 7월 임시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된 후 8월 초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까지 호재 공시가 많아 주주가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7월 말 삼성물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낮아지자 나온 공시가 카타르 화력발전소 수주 공시였다. 이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자 카타르 화력발전소 공시를 일부러 늦춘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선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카타르 화력발전소 공시는 언뜻 보기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검찰의 논리대로 계약기간은 2015년 5월 13일부터 시작하는데 수주 공시는 두 달이 넘게 지난 7월 28일에 발표됐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5월 13일 제한착수지시서(LNTP)를 받았고 이 때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를 시작하고도 공시를 안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이 공사는 최종적으로 계약 규모가 약 2조6000억원에 달해 당시 삼성물산 연 매출의 7%가 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카타르 화력발전소 같은 사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발주처와 프로젝트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낙찰 의향을 보이고 당장 내일 계약할 수도 있고 1년 후에 계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 건설사는 특정 프로젝트에서 입찰자격사전심사(PQ)를 통과한 뒤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 경쟁에 뛰어든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에도 완전히 프로젝트를 따내는 데까지는 긴 기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발주처는 공사가 지나치게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초공사를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삼성물산이 받은 LNTP도 이에 대한 것이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시간이 돈인 발주처 입장에서는 공사가 빠르게 끝나기를 바라는데 누가 맡아도 문제가 없는 공사는 해당 건만 먼저 계약해 우선협상대상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LNTP를 받았다고 해서 바로 본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2017년 이 부회장을 비롯 삼성 경영진의 국정농단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물산 IR 담당자도 비슷한 내용의 증언을 했다. 당시 공시 담당자는 "LNTP는 본계약 일부로 법적 계약 성격이 발주자가 언제든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수주 규모가 공시 규정에 따른 기준 금액 2.5%를 초과하더라도 공시를 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건설사 IR 담당자 또한 "낙찰 통지서를 받으면 바로 거래소에 공시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늦추는 것은 사실상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최종 계약서를 만드는 과정 자체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일이므로 이 작업에도 시간이 꽤 걸린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2015년 카타르 화력발전소 프로젝트 외에도 아파트 분양 목표 발표를 합병 결의 후로 의도적으로 늦춰 밝혔다는 의혹도 제기 받는다. 삼성물산은 2015년 상반기 신규 주택을 300여 가구만 공급했지만 합병안 통과 후 하반기 서울에 1만994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 측에서는 조합이 주도권을 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분양 계획이 하반기에 집중됐다고 항변한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헬리오시티가 대표적이다. 헬리오시티는 서울시와 조합의 갈등에 따라 분양 일정이 지연돼 2015년 하반기로 분양 시기가 정해졌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컨소시엄에서 삼성물산이 맡은 세대 수가 4000여 가구에 달해 급격히 분양 목표가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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