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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재벌시스템]네이버, 한성숙 체제의 함의 '소유·경영' 분리③이해진 사퇴, 이사회 독립성 강화…CEO 승계정책 명문화

원충희 기자공개 2020-06-17 08:11:34

[편집자주]

세계 최대 농업·식품회사인 카길은 비상장이고 가족지배 기업이지만 현재 가족이 경영하지 않는다. 세계적 플랫폼 기업 구글도 창업자들이 1선에서 모두 퇴진, 인도 출신 순다르 피차이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소유·경영의 분리 사례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짧은 한국 기업은 태생적으로 소유·경영의 융합모델이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고도 성장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너경영 3·4세 시대에 접어들며 변화를 요구받는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이 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지배구조 뿐 아니라 이사회·내부통제·조직구성에 까지 영향을 줄 사안이다. '포스트 이재용 선언'은 곧 '포스트 재벌시스템'이다. 이재용 선언 이후의 재벌시스템, 나아가 4차산업혁명 이후의 재벌시스템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2일 08: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제도적으로 실현됐는지 가늠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특히 오너(창업자 및 지배주주)가 이사회를 통해 임원인사나 사외이사 선임업무에 관여하는지가 핵심이다.

네이버의 경우 2017년 이해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이듬해 사내이사직도 내려놓으면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임원인사에 관여할 수 있는 통로였던 '글로벌인사위원회'가 사라지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도 빠졌다.

대표이사(CEO) 승계정책을 명문화하는 과정에서 이사회가 최고경영자 선임계획을 수립·관리하는 주체임을 분명히 했다. 이 GIO의 이사회 사퇴는 자칫 리더십 부재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이사회의 독립성과 역할 강화로 전문경영 시스템을 확고히 다진 덕에 무사히 순항했다.

◇오너경영→간접경영→전문경영으로 변화

기업경영체계는 크게 보면 오너가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경영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으로 구분된다. 통상 오너경영은 CEO가 기업소유주인 경우를 뜻하지만 넓게 보면 전문경영인을 두고 오너가 이사회를 통해 컨트롤하는 간접경영 형태도 포함한다.

그런 의미에서 네이버의 초창기 경영스타일은 오너경영이었다. 창업자 이해진이 CEO 자리에 앉아 주요 현안을 처리했다. 생존이 버겁던 신생회사 시기에 오너경영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 기간은 5년(1999~2003년) 정도에 불과했다. 올해 창업 21년차를 맞은 네이버 역사에서 4분의 1 수준이다. 한게임 등과 합병 후 NHN으로 사명을 바꾸고 2002년 10월 코스닥에 입성한 뒤로는 새로운 체계가 필요해졌다.


이 GIO는 2003년부터 CEO 자리를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주고 이사회 의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로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데 주력했다. NHN과 결별한 2013년 이후에도 이 같은 체제가 이어졌다. 당시 그의 지분은 4.64%에 불과했으나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2009년 이사회 내 설치된 글로벌인사위원회를 통해 임원인사에 관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주주총회 및 이사회 승인을 필요한 임원들(대표이사, 사내이사)을 제외한 모든 임원의 선임, 해임, 보상, 평가 등 전반적인 인사업무를 주관한 이사회 내 위원회다. 이 GIO는 당시 김상헌 대표, 황인준 최고재무책임자(CFO, 현 라인 CFO)와 함께 임원인사를 담당하는 일원이었다.

그는 또 사외이사 인사권을 지닌 사추위의 멤버이기도 했다.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사내이사를 견제하는 역할을 가진 이사회 구성원으로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직책이다. 창업자가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보임을 가진 구조는 이사회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었다.

그러던 중 2017년 3월 한성숙 대표 취임을 기점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이 GIO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고 이듬해인 2018년에는 등기임원 명단서 아예 빠졌다. 작년엔 일본법인 '라인 주식회사(LINE Corporation)'의 한국자회사인 라인플러스 사내이사직도 내려놨다.

네이버 GIO와 일본 라인 이사회 의장만 유지했다. 국내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모두 사퇴한 그는 해외사업을 위해 상당기간을 외국에 체류하고 있다고 한다. 14년 동안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던 이 GIO와 함께 9년 가까이 네이버를 이끌어왔던 김상헌 대표도 동반 퇴진하면서 네이버는 2세대 경영의 시기를 맞았다.

◇창업자 공백 메운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

2017년 이 GIO의 사퇴와 임원제 폐지가 맞물려 이사회 내 글로벌인사위원회도 사라졌다. 임원제는 2년 후인 지난해 '책임리더'란 이름으로 부활하지만 글로벌인사위원회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투명성위원회가 설치되면서 내부거래를 면밀하게 보기 시작했다.

이사회 의장과 CEO 자리는 각각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대표와 한성숙 대표가 물려받았다. 네이버 외부에서 영입된 독립이사 변 대표가 사추위원장과 보상위원장을 겸하면서 창업자의 입김이 이사회에 작용할 수 있는 통로가 공식적으로 차단됐다. 소유·경영 분리가 제도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이 GIO는 공개석상에서 "늘 의사결정을 회사 임직원들과 같이 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투명성이 높은 쪽으로 의사결정을 이뤄왔다"고 말한 바 있다. 네이버는 창업자 1인이 주도하지 않는 집단의사결정 체제의 회사란 설명이다. 실제로 그가 이사회에서 빠진 지난 3년간 네이버는 리더십 공백을 겪지 않고 순항해오면서 이 GIO의 공언을 방증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이사회에선 대표이사 선임규정 제정안건이 결의됐다. 이사회가 CEO 선임에 대한 계획을 수립·관리하는 주체임을 분명히 하고 경영권 승계정책을 명문화 했다. 이사회 검증을 받은 승계정책에 따라 선임된 CEO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등 이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보다 강화한 것이다.

소유·경영의 제도적 분리가 이뤄진 변대규-한성숙 체제는 3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올 초 정기주총에서 성공적으로 연임했다. 한 대표 연임 건은 의결권 주식 1억1756만7311주 가운데 98.9%, 변 의장 연임 건은 82.8%의 찬성으로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며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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