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 SK루브리컨츠, 밸류에이션 수준은 IPO 추진 당시 EV 5.9조…실적 악화로 최대 5.5조 거론
한희연 기자공개 2020-08-18 09:58:08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4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SK루브리컨츠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중인 가운데 IB업계에서는 매각 측의 희망 밸류에이션 수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앞서 5년 전 경영권 매각 시도와 수 차례에 걸친 상장 시도 등이 성사되지 못했던 것은 결국 가격에 대한 눈높이를 극복하지 못했던 측면이 컸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은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최근 시중 유동성이 워낙 풍부한 상황이라 인수합병시장 전반적으로도 밸류에이션이 높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이 수반되지 않는 거래에 있어서는 대형 PE들도 적극적으로 인수의사를 보이지는 않는 기류도 있어 고밸류를 고집한다면 딜이 난항을 겪을 여지도 있다. 특히 IPO를 추진하던 2년 전에 비해 실적이 악화된 상황이어서 멀티플이 높아지더라도 상장 추진 당시 보다 기업가치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루브리컨츠 매각을 위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윤활기유 생산업체다. 아직 재매각 추진이라는 방향성만 설정한 상태며, 구체적인 매각대상 지분 등은 협의중이라고 알려졌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입장 등을 감안하면 경영권 매각보다는 소수지분 매각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전망이 많다.
이제 막 딜이 시작된 상황에서 관전포인트는 단연 밸류에이션이다. 매각측의 희망 밸류에이션을 추정해 보려면 지난 2018년 상장 시도를 되짚어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5월 IPO를 위한 수요예측까지 한 상황에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이때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희망공모가는 10만1000원~12만2000원 수준이었다.
당시 투자설명서를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 상장을 위해 국내외 7개 비교기업군을 선정하고 에비타멀티플(EV/EBITDA)를 산정해 희망공모가를 산출해 냈다. 7개 비교기업들은 모두 국내외 상장회사였는데 이들의 시가총액과 현금창출지표 등을 감안, 에비타 멀티플을 산정하고 이를 SK루브리컨츠에 대입하는 방식이다.
이때 비교기업군에 속한 기업은 에쓰오일(S-Oil, 한국), 네스테(Neste, 핀란드), 홀리프런티어(HollyFrontier, 미국), 이데미쓰 고산(Idemitsu Kosan, 일본), 훅스(Fuchs, 독일), 뉴마켓(NewMarket, 미국), 발보린(Valvoline, 미국) 등이다. 이들 비교기업은 사업 내용과 형태가 SK루브리컨츠와 비슷하고 일정수준의 질적요건을 충족한다는 판단하에 선정됐다.
2018년 3월 기준의 재무데이터를 사용해 산정한 결과, 이들 7개 기업의 EV/EBITDA 평균은 10.1배로 도출됐다. 7개 기업의 멀티플은 최저 6배에서 최고 12.7배의 레인지를 형성했고, 이중 국내기업인 에쓰오일의 멀티플은 9.9배 수준이었다.
10.1배의 멀티플과 SK루브리컨츠의 2017년 재무실적에 반영해 당시 SK그룹은 5조9000억원의 EV를 산정했다. 이를 감안한 적정 시가총액이 5조8476억원이라는 계산하에 희망 공모가를 제시했다. 2017년 기준 SK루브리컨츠의 매출액은 연결기준으로 3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4930억원, EBITDA는 5600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175억원의 순현금 상태였다.
7개 피어그룹 중 유일한 국내 기업인 에쓰오일의 경우 SK루브리컨츠의 공모가격 산정 당시 적용된 기준주가는 주당 11만8700원, 시가총액은 13조8191억원이었다. 당시 주관사들은 분석기준일 기준 1개월 종가와 일주일 종가, 최근일 종가 중 최소값을 기준 주가로 삼았다.
이를 전날(13일) 기준일에 적용시켜 보면 1개월 평균은 6만2200원, 일주일 평균은 6만3120원, 기준일 종가는 6만3600원이다. 결국 최소값인 6만2200원을 기준주가로 삼는다면 시가총액은 7조2528억원으로 계산된다.
2019년말 기준 에쓰오일의 순차입금은 6조1374억원, 기업가치(EV)는 13조3900억원으로 추정되며, EBITDA인 1조332억원을 대입하면 약 13배의 멀티플이 도출된다.
만약 2019년 SK루브리컨츠의 EBITDA를 기준으로 2년 전 7개 기업 멀티플 평균인 10.1배에 대입하면 기업가치(EV)는 4조3200억원으로 계산된다. 반면 에쓰오일의 2019년 재무지표와 최근 주가 기준으로 산출한 멀티플인 13배를 SK루브리컨츠의 작년 실적에 대입해 본다면 기업가치는 약 5조5500억원 수준이다. 동종업계 최근 멀티플을 적용, 배수가 10배에서 13배로 높아졌지만 실적 악화로 인해 EV가 2년 전에 비해 더 낮아진 셈이다.
물론 올들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등락을 거듭한 상황이라 현재 비교기업의 주가 수준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2018년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에도 2년간의 시차에 대한 감안은 필요하다. SK루브리컨츠가 지난 2015년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MBK파트너스와의 협상에서 논의됐던 밸류는 2조원 중반대라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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