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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정책 지원 효과 점검]신보 P-CBO, 대기업 조달 숨통 틔웠다③회사채 대안, 차입수단 다각화…하반기도 수요 많을 듯

이지혜 기자공개 2020-09-18 13:37:25

[편집자주]

코로나 19 사태가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만큼은 이렇다 할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크게 개선되며 공모채 미매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방위적 정부 지원 정책이 '안전판' 노릇을 하면서 투자심리 개선에 힘을 보탰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정책 별 실효성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지원책의 자금 소진 현황을 점검하고 시장에 미친 영향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6일 16:5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보증기금의 P-CBO(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 지원규모가 올해 역대 최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산업을 지원하는 것 외에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기업을 돕는 데만 1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다.

P-CBO는 원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나온 대책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대기업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두산그룹이나 CJ그룹,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도 이름을 올렸다.

업황 악화, 실적 부진 등으로 회사채 시장 문턱이 높아지자 P-CBO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미매각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데다 투자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하반기에도 대기업 등 저신용등급 발행사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P-CBO 지원 역대 최대 전망, 대기업 수요↑

16일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코로나19 피해대응 P-CBO로 쓴 금액이 모두 1조8836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비수기를 포함해 넉달 사이에 올해 쓰려던 코로나19 피해대응 P-CBO 예산 가운데 30% 가까이 썼다.
출처: 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은 앞으로 3년 동안 코로나19 피해대응 P-CBO로 모두 11조7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6조7000억원을 올해 투입한다. 원래 6조7000억원만 예산으로 잡았다가 5조원을 더 쓰기로 했다.

이밖에 주력산업 P-CBO로 1조5000억원, 일반 P-CBO로 2000억원 등 모두 8조4000억원을 올해 쓴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P-CBO를 발행한다.

대기업의 호응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피해대응 P-CBO는 기존 프로그램과 달리 지원대상을 중견,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넓혔다. 지원한도도 높였다. 기존 P-CBO는 최대 250억원(주력산업 P-CBO는 350억원)까지 지원해줬지만 코로나19 대응 P-CBO는 신용등급 A- 이상 대기업에 한해 1000억원까지 지원한다.

코로나19 피해대응 P-CBO를 처음 발행한 5월부터 대기업들의 지원요청이 많았다. CJCGV와 한라, 현대건설기계, 영풍전자, 이랜드그룹 계열사 등이 5월 지원을 받았다. 6월에는 LS네트웍스와 두산, CJ푸드빌, 현대건설기계가 추가로 합류했고 7월에는 현대일랙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 8월에는 롯데컬처웍스가 지원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지원받은 금액은 6000억원이 넘는다. 현재까지 집행한 금액이 1조883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비중은 30% 이상이다. 발행사 수는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원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모채 대안으로 부각, 금리메리트·조달절차 편리

공모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P-CBO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P-CBO로 도움을 받은 기업 가운데 공모채를 발행한 기업으로 두산,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등이 있다. 이들 모두 미매각 사태를 겪었다.

물론 P-CBO 조달의 단점도 있다. P-CBO는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면 증권사가 이를 인수해 묶은 뒤 유동화회사에 넘긴다. 유동화증권은 선순위채와 후순위채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발행사들이 후순위채를 일부 인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발행사들은 조달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그럼에도 대기업이 P-CBO를 활용할 유인은 뚜렷하다는 평가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오히려 P-CBO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금리적 메리트가 있을 수 있다”며 “미매각 위험을 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은 대기업의 경우 개별민평금리보다 1%를 더해서 조달금리를 산정한다. 표면이율은 낮지만 보증료격으로 발행사가 후순위 P-CBO를 인수하는 금액까지 고려한 수치다. 저신용등급 회사채를 향한 투자심리가 워낙 싸늘해 최고 1%까지 금리가 붙어도 차라리 P-CBO가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조달절차가 비교적 간편하다는 말도 나온다. 또다른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KDB산업은행 등에서 시행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려면 조건이 많다”며 “그러나 P-CBO는 보증료 격으로 후순위채 일부만 인수하면 되기에 발행하기까지 절차가 비교적 적다”고 말했다.

◇P-CBO 수요, 하반기도 이어진다

P-CBO를 향한 저신용등급 발행사와 대기업들의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A-급 이하 발행사들이 공모채 시장에서 고전했기 때문이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가 더 절실해졌기에 기업들이 어떤 형태로든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며 “회사채 투자자를 확보하기는 어렵지만 P-CBO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덧씌워 AAA로 시장에 풀리니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금리 측면에서도 P-CBO가 발행사에 유리한 환경이 이어질 수도 있다. 나이스P&I에 따르면 3년물 기준 국고채와 A-, BBB+ 회사채 간 스프레드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월과 비교해 30bp 이상 더 벌어졌다.

다만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시장의 예상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수요예측에 직접 참여하거나 인수단으로서 미매각분을 우선 인수해주는 방향으로 발행사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A- 이하 발행사들이 P-CBO와 공모채를 투트랙으로 조달하거나 공모채에 도전할 만한 유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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