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3.0 언택트]'코로나 틈새공략' SBJ은행, 일본 디지털금융 선두주자③철저한 현지화, 일본 기업금융·IB시장 안착…언택트 영업 속도, 다양한 상품 출시
고설봉 기자공개 2020-11-10 07:50:41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 등에 주력하는 3.0 시기에 들어서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신남방 정책 등에 맞춰 드라이브를 보다 걸던 단계다. 이런 가운데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국면을 맞이했다. 생존과 확장을 위해서는 '언택트(비대면)' 전략이 필수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이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 그 변화를 언택트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30일 10: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 금융시장의 특징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개인대출 비활성화’다. 개인 신용대출시장이 발달한 한국과는 다르게 일본에서는 개인들이 은행 대출을 받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로 인해 일본 내 은행들의 개인대출상품은 단조롭다. 주택담보대출 정도만 활성화돼 있고 신용대출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더불어 일본 금융시장은 ‘현금위주’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일본은 신용카드 이용률이 낮고 소비자들은 상거래에서 현금을 주로 사용한다. 신용카드를 넘어 디지털금융을 발판으로 다양한 간편결제 시장이 발달한 한국과는 시장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간편결제 주도권을 놓고 은행은 물론 IT기업들까지 각축을 벌이고 있는 국내 은행들과는 영업전략에서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본 금융시장도 대대적인 변화의 물결을 맞았다. 스가 총리 취임 후 디지털청을 신설한 일본은 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의 가속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신용대출과 디지털금융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SBJ은행(신한은행 일본법인)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오히려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SBJ은행을 둘러싼 환경 변화, 규제·금리·영업활동 등 복잡한 방정식
코로나19는 SBJ은행의 영업환경을 크게 바꿔 놓았다. 일본에서도 당국규제·금리·리테일·기업금융·IB금융 등 은행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 일본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자금 지원과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등을 은행에 권유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에 대해서도 ‘고객본위(소비자중심)’라는 표현을 제시하며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
리테일과 기업 영업에서도 변수가 커졌다. 코로나19로 올 상반기 부동산 등에 대한 신규 투자자금 수요가 많이 줄었다. 6월 이후 일부 회복한 상태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은 아니다.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고 수출부진 등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영업환경이 위축됐다. 경기회복에 대한 뚜렷한 모멘텀이 없다면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투자은행(IB) 영업도 얼어 붙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입국제한 조치 등으로 외국계 기관투자자의 일본 방문 실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SBJ은행에서도 상업용부동산 투자 등 IB딜 거래가 지연되거나 무산된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전필환 SBJ은행 법인장은 “일본 금융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일부 하향세를 보였고, 일본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없었지만 코로나19 초기인 올 2~3월경 국채금리가 상당 수준 하락했다”며 “현재는 일부 회복한 상태지만 지속적인 일본 금융당국 및 정부정책 지원으로 대출 및 예금 금리는 하향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악재 딛고 성장세 지속, 일본 금융 디지털화 선도
SBJ은행은 코로나19 와중에 오히려 새로운 사업 기회 등을 포착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환전영업이다. SBJ은행은 2017년 라인(Line)과 제휴해 출시한 비대면 환전영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최근 환전소 손익 감소분을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
예금영업에서도 SBJ은행은 앞서 나가고 있다. 일본 금융기관에 보편화되지 않은 비대면 본인확인 서비스를 지난 7월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비대면 예금조달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10월 말 현재 1만 8299계좌, 294억엔(한화 약 3200억원)의 예금을 신규 유치하는 등 3개월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더불어 SBJ은행은 새로운 금융환경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 4월 SBJ은행은 일본 현지에서의 IT기술 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ICT자회사 'SBJ DNX'를 설립했다. SBJ은행은 일본 시장에서 디지털 및 ICT 관련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여개가 넘는 일본의 빅테크(Big Tech), 핀테크(Fin Tech) 업체와 활발한 업무 제휴를 통해 디지털금융을 확장하고 있다.
업무환경 및 방식에도 변화가 일었다. SBJ은행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분산근무와 시차근무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더불어 개인정보와 보안을 중시하는 금융권 업무 특성에 맞춰 모든 업무가 가능한 재택근무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SBJ은행은 연내 인프라 구축 및 제도개선을 마무리해 더 고도화된 재택근무를 시행할 예정이다.
전 법인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앞당겨지면서 은행의 영업환경과 근무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있고, SBJ은행의 경우 한국의 선진 디지털금융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선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현지화로 구축한 뼈대, 높아진 위기 대응능력
이처럼 SBJ은행이 코로나19의 악재를 뚫고 지속 성장과 디지털화 등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은 현지화 전략의 성공적인 안착 덕분이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주요 은행들의 현지법인은 주로 한국계 대기업 지상사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SBJ은행은 철저하게 현지 고객에 초점을 맞춰 영업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 SBJ은행의 예금 96%, 대출금 92%가 현지 고객으로부터 창출됐다.
코로나19 이전부터 SBJ은행은 현지화 영업전략에 맞춰 다양한 현지 밀착형 리테일상품을 대량 출시했다. 대표적인 현지화 전략 상품은 개인주택대출이다. 일본의 대형은행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주택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다. SBJ은행은 일본 현지 리테일 고객들의 부동산 투자 니즈를 정확히 분석해 이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SBJ은행의 초기 성장기를 이끌었다.
기업금융부문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한국식 기업별 담당자(RM, Relationship Manage) 영업방식을 접목해 현지은행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고객과의 관계(Relationship)를 중시하는 한국의 영업방식을 현지 영업에 적용했다. 영업점마다 기업대출 RM을 임명해 일반적인 자금지원 뿐만 아니라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일본 시장을 파고들기 위한 SBJ법인의 전략은 또 있다. 효과적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영업이다. 일례로 SBJ은행은 현재 동경 하네다 공항 3곳, 후쿠오카 공항 1곳의 환전소에 입점해 영업 중이다. 관광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 결과물이다.
SBJ은행의 탄탄한 기초체력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올 상반기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11곳들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5788억원이고, 순이익은 1013억원이다. 이 가운데 SBJ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영업이익 기준 19.21%이고, 순이익 기준으로는 30.55%에 달한다. 다른 법인(국가)에서도 꾸준히 해외시장 개척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SBJ법인의 역할과 비중은 여전히 크다.
전 법인장은 “리테일부문에서는 현지 밀착형 상품의 출시와 다각도 영업점 개설로 저변을 넓혔고, 기업금융부문에서는 솔루션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고객과의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며 “외국계 은행의 불모지인 일본 금융시장에서 소규모 은행으로 평가받는 SBJ은행의 입지를 감안할 때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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