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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ESG등급 발목잡는 지배구조 이슈 15년 이후 지배구조 점수 B+로 하락…재판 리스크 등 영향

고진영 기자공개 2020-10-30 09:59:15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7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 최상단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평가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배구조 등급이 2년 만에 하락하며 전체등급 역시 미끄러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둘러싼 재판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은 앞으로도 삼성물산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이달 KCGS가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등급에서 지배구조 점수가 B+에 그쳤다. 사회 점수도 A+에서 A로 내려가면서 환경 점수를 포함해 세가지 항목을 합친 통합등급이 작년 대비 한 단계 낮은 A에 머물렀다.

이 가운데 특히 지배구조에 대한 평가가 주목된다. 삼성물산이 지배구조 항목에서 A를 밑도는 점수를 받은 것은 2015년 B로 채점된 이후 처음이다. 2016년 A+로 올랐다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은 매년 A를 유지해왔는데 이번에는 예년에 못 미쳤다.


업계에서는 이미 예견된 평가라는 시선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는지를 두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KCGS는 기본적으로 전년도 데이터에 기반해서 ESG 점수를 매기지만 특별한 이슈가 있을 경우 현재의 여론 등도 평가에 반영한다.

이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부터 경영권 부정승계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구속은 면했지만 앞서 검찰이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과 관련해 삼성그룹 관계자 총 11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 부회장 역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부당한지, 이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분식회계가 과연 있었는지 여부다. 2015년 단행된 양사의 합병은 사실상 이건희 회장의 별세 전부터 ‘이재용 시대’를 여는 전환점과 다름없었다.

합병 전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가진 2대주주,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2.24%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당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했고 삼성물산 지분은 한 주도 없었으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인 셈이다.

문제는 합병 비율이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1:0.35였는데 쉽게 말해 심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주식 0.35주를 쳐줬다는 뜻이다. 덩치와 비교할 때 삼성물산 시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시기였던 만큼 이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 가치를 의도적으로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기 위한 작업이 있었다는 의심이 제기돼왔다.

검찰은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단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부정거래와 회계부정 등을 저질렀다고 파악하고 있다. 반면 삼성그룹 측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합법하게 합병을 추진했고 회계도 법과 절차에 따라 했다고 주장 중이다.

KCGS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경우 없던 이슈가 새로 생겼다기 보다는 원래부터 지배구조에 대한 리스크를 항상 안고 있었고 해결된 적이 없다”며 “그런데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서 해당 리스크가 다시 불거져 지배구조 점수가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 관련 문제는 이번 등급 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굳어진 출자구조를 확보한 상태다. 올 상반기 기준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17.33%를 쥐었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확보, 삼성생명은 다시 삼성전자 지분 8.51%(보통주)를 소유했다.


앞으로도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 축을 담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여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시가 기준으로 총 자산의 3%를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을 강제로 낮추려는 입법 움직임이다. 시행될 경우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43.44%)을 팔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꼽힌다.

그러나 구체적 자금 조달책과 이 부회장의 재판 등이 허들로 남아 있는 만큼 개편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보다는 중장기 과제로 두고 순차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은 이와 별개로 올 초 공정거래·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지배구조 관련 리스크 해소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CSR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를 통합하고 이를 이사회내 위원회로 재편해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무래도 재판 관련 보도 등이 계속해서 나오다보니 이 점이 ESG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이사회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거버넌스위원회 역할을 확대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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